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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특설대

[도서] 간도특설대

김효순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빼어난 재능을 역사의 바른 물줄기와 합류시키는 데에는 실패한 비운의 천재로서 육당 최남선을 들 수 있습니다. 훼절된 정치적, 민족적 지향과는 달리 그가 일생을 두고 지녔던 학문적 열정은 단 하나의 과제에 향해 있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데요, 바로 "만주와 조선, 내륙 평원과 반도 사이의 역사적 상관 관계의 규명"이었습니다. 여기서의 역사란 고대사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그가 살았던 당대의 궤적까지 고스란히 이어지는 "현재적 역사"였는데요. 만-선-왜-漢의 역학 쟁탈이 20세기 전반에 이르러 가장 치열하게 불거진 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우리에게는 일제 강점기로 기억되는 그 시절, 잃어버린 강토 "간도"의 사정은 복잡하고도 간난했습니다.


육당이 유독 상고의 대상으로 만주를 주목한 건, 그가 취한 학문적 스탠스가 정곡을 찌르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이 무대를 중심으로 지극히 복잡미묘한 정정이 전개되어서이기도 합니다. 그의 빼어난 두뇌가 이 테마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거니와, 조선인으로서 일제 중심으로 정립된 동아시아 체제 안에서 입신 출세를 도모하려면, 이 만주라는 기회의 땅에서 한몫 잡아야 했다는 현실에 영악하게 적응한 계산의 발로이기도 했다는 점에서입니다. 만주는 진정, 일본인(일본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논자에 따라 이곳을 당시 군국주의자들의 해방구라고까지 부른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조선인, 그리고 만주 토착인들에게 있어, 정치적 신분 상승과 경제적 궁핍 탈출을 일거에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만주는 무정부상태, 힘의 공백이라는 조건 탓에 이런 정황이 펼쳐졌음도 명확한 만큼, 풀세주의자들의 기회 쟁탈전 전개 이전에, 일제의 입장에서 불령, 불순 세력이 판을 치는 요정화 구역이었음도 명백합니다. 자, 이제 이 책의 본격 주제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제거해야 할 비적과 병비들이 설치는 그 광활한 땅에, 제일 먼저 구비해야 할 기관이 무엇일까요? 바로 특무, 특설 부대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 척박한 미개의 땅에 그들의 질서를 이식하려면, "정지 작업"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서부만큼이나 와일드한 풍토다 보니, 예사 역량으로는 질서가 안 잡힙니다. 그냥 부대도 아닌 "특설대"가 필요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간도 특설대"는 바로 여기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만주를 영원한 연구 테마로 삼았던 최남선의 재능도 에사롭지 않고 "특"별한 것이었듯, 이 간도 "특"설대에 자원하여 들어온 자들의 재능 역시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민족 공동체가 형성된 사정이었다면, 그들은 관료로서 최정예 엘리트 집단을 구성했을 우수 자원이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 이들에게도 "훼절 곧 민족 반역이냐 아니면 대의에의 순교냐" 하는 선택의 여지는 있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건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명분과 도덕의 방향이 아닌 일신 영달에의 떳떳지 못한 행로였습니다. 나중에 해방된 조국의 대통령까지 역임한 박정희는, 바로 이 출세에의 루트를 밟기 위해 혈서까지 써서 제출했고, 이는 이후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아 녹록지 않게 남긴 업적, 긍정적 영향을 잠식하는 불명예의 족쇄로 남았습니다. 누굴 탓할 것은 없습니다. 어떤 형태의 강요도 없이 그가 자기 의지에 의해 선택한 결과였으니까요.


중원을 통일한 당 제국도, 강성한 유목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기미정책을 구사한 바 있죠. 일제는 이 기조를 대단히 교묘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계승하여(그들의 대선배격인 영국제국주의에서 배운 바도 물론 많았겟습니다만), 소위 후데이선진을 "토벌(섬뜩하면서도 가슴아픈 단어입니다)"하는 데에 최정예 인력 조선인을 동원했습니다. 박정희 뿐 아니라, 이후 한국의 독립 후 체제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은 기라성 같은 인사들의 이름이 참 많이도 보입니다. (저자도 명기하고 있듯) 바로 5.16 군사정변 당시 박 소장과 대립했던 이한림 1군 사령관의 이름도 등장하고, 한국전 당시 말채찍으로 미군을 구타하여 그 유별난 기백이 UN군에까지 알려졌던 김백일 장군, 소위 "오성장군" 김홍일, 얼마 전 모 전국구 국회의원의 돌출 행동으로 일반에 다시 화제가 되었던 백선엽 장군까지, 이 책에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여기서만큼은 등장하지 않았으면 할 대목대목에 절묘하게도 그 모습을 내비칩니다. 물론 "토벌의 대상"이 아닌 그 "주체"로서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그 중추 과정을 고찰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명들이, 왜 하필 동족의 저항을 근절하는 특무 기관의 족적 속에 이렇게도 많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걸까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천박한 감성주의로 "쓸어버려라! 처단하라!"를 광기 어린 어조로 외치는 게 아닌, 이성과 분석의 시선으로 그 비극의 심장부를 하나하나 짚고 살피는 데에 있습니다. 치기어리고 위험하며 부정직하기까지 한 선악의 이분법은, 이미 신변에의 위협이 사라진 지금이라면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릴 수 잇습니다. 그러나 대안의 제시, 냉철한 현황의 분석은, 책임 있고 진지하며 성숙한 정신에서만 가능합니다. 저자는 대단히 겸허한 어조로, 근대사의 가장 어둡고 암울한 순간을,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논리로, 동아시아의 권력 질서가 근본의 변혁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건강한 논조로 그 재구성을 시도합니다. 과거의 역사를 다루었다보다는, 오늘의 겨레가 처한 그 복잡다단한 형편을 정통으로 조망하는 발걸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만, "간도 특설대"의 대척점에, 저 북의 김일성이 이른바 항일 무장 투쟁으로 남겨 두었다는 여러 행적에 대해, 다소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유감이었습니다. 이런 실증적인 엄정성은, 저 북의 "신화"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적용되어야 마땅하다는 점에서이죠. 남의 친일이라는 원죄가, 북의 미심쩍은 광란적 선전에 면죄부로 작용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p268 밑에서 둘째 줄에 오타 있었습니다.

아마데라스 오카미 아마데라스 오카미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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