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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유 충남도보여행

[도서] 걸어유 충남도보여행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떤 책은, 읽다 보면 "정말 이런 책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생각이 들게 할 때가 있더라구요. 걷기를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며,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 여행 말고는 아직 제대로 충청도 토착색을 맛보지 못한 저로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 이 책에 "나를 위한 아이템이었어!"하고 즐거운 비명을 나온 게 당연했다고나 할까요?


제 1장은 "바다와 함께 걷는 길"입니다. 수심이 깊지는 않지만, 오밀조밀 복잡한 해안선에 개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는 서해안은, 삼천리 어느 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 없는 우리 강산 중에서도 특별한 명쇼로 꼽힐 만합니다. 저는 이 중에서 태안 한 군데만 다녀 왔었기에, 이 장에서 소개하는 당진, 보령, 서산의 다양한 풍광에 그저 눈과 뇌가 호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가 본 적은 없지만, 제 지인 중에 서산 출신의 대단한 수재 한 명이 있고, 예전 대학생 시절 자취할 때 이웃에 사시던 아저씨 한 분이 보령 출신이라서, 두 고장 다 안 가 봐도 고향처럼 친하게 느껴지더군요.


요즘은 어느 고장을 찾아도, 그 지방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간직한 산책로를 명소로 개발하는 당국이 많습니다. 책에 소개된 중 특히 마음을 당겼던 곳은, 태안 바라길 1~3구간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과 우리가 줄곧 살아 온 강산이 반도 지형에 자리잡고 있고, 태안은 그래서 반도에 붙은 프랙틀 구현의 또다른 소(小) 반도인 셈이죠. 그 좁다란, 그러면서도 오목조목 매력 가득한 반도의 길을 따라, 말 그대로 바다를 끼고 돌며, 제 거죽 땅을 디디는 관광객에게 바다의 선(善)한, 선(鮮)한 풍광의 미를 가뜩 담아 주는 이 바라길. 아무리 감수성 충만하던 시기였다 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 완상하는 데야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지금의 안목과 느낌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반드시 다시 가 보고 싶습니다. 이 작고 예쁜 책을 가방과 품에 번갈아 껴 가면서요.


방문지로서 호서의 매력과 깊이는 이런 자연 풍경의 천혜성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난 역사의 자취와 교훈을 흠씬, 오롯이 지니고 있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역사가 짧은 신라, 북방의 개성이 다소 강한 고구려와는 달리, 백제야말로 한반도 남부의 예쁘고 침착한 개성을 고대부터 온존히 구현한 공동체 아니었습나까. 그런 백제, 반 천년 문화와 정치, 제도의 꽃을 한강 유역, 그리고 이 충청 지방의 남북, 동서에서 가장 찬란한 모습으로 피웠던 반도의 강자, 그들이 도읍으로 자리했던 수많은 유적과 발자국은, 오늘날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형성함에 가장 중추적인 기여를 한 과거의 증거물입니다. 부여, 공주, 예산, 금산... 아름답고도 전통의 침향 가득한, 진정 도보 답사의 필수 코스겠다 싶은 멋진 곳들이었어요.


3부 "경관이 아름다운 길"에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천안 태조산 같은 곳은 그 이름이 알려주는 대로 역사적 회고의 강한 동기를 유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라는 시조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고나 할까요. 유독 여기 소개된 명소에는 "솔바람길"이란 이름이 붙은 데가 많아요. 서로 다른 지역들인데도요. 사실 우리 강산의 어느 고장도, 솔솔 부는 솔바람의 혜택을 안 입은 곳이 오히려 드물죠. 어느 도시에 가도 얕으막한 동산이 있듯, 그리고 그 동산에 웬만해서 소나무 몇 십 그루의 군집지 없는 곳이 없듯, 삼천리 강산의 제유처럼 등장해도 무방한 이름이 바로 솔바람길 아닐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산수와 호흡하다 보면, 생태와 자연의 소중함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책의 5장은, 생태 체험의 소중한 영적 교감을 따로 대비하길 권하기라도 하듯, 특별히 적합한 명소 여러 곳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책 제목을 볼까요? "걸어유, 도보 여행"입니다. 이런 곳들을 차 안에서 일별한다는 건 격에 안 맞습니다. 내가 나무와 물, 공기와 꽃 사이를 "걸으면서" 자연과 잁체가 되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도보가 아니면, 내 다리로 디뎌 가며 닿는 그 느낌이 아니면, 여행의 의의는 반감되고 맙니다. 왜 도보여행이어야 하며, 왜 충청도라야 하는지, 여러 작가님들이 묘여 엮으신 이 책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전라도, 경상도, 그리고 그 외 지역 편도 읽어 보았으면 하고 바라 봅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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