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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

[도서] 사라진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

필립 코펜스 저/이종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땅 속에 묻혀 있는 오래되고 스허져가는 옛 자취를 더듬으로써, 그 예전 고대인들이 무엇을 영휘하고 어디까지 누렸던가를 규명해 내는 작업은, 천문학과 더불어,철 없는 아이들과 철 들기를 거부하는 모든 어른들의 로망입니다. 여기서 "철 없다"는 맗은, 세상살이에 영악하지 못하여 생존 경쟁의 뒤안으로 처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누가 슣리만 같이, 영리하다 못해 거의 사기꾼에 가까울 정도로 세상살이에 도가 튼 인물이 았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다 싶은 스케일을 보고 "천문학적"이라 표현하며, 머나먼 고대에 "무"니 "아틀란티스"니 하는 문명이 있었다고 하면 "저 자가 허황된 소리를 하는군."하며 다 듣기도 전에 일침을 가하려 정신의 무장을 하고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딱히 분명한 근거가 없고 결국 실망 가득 섞인 한숨을 내쉬게 될지라도,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걸 무척 즐깁니다. 데이빗 카퍼필드가 "한국에서는 마술 쇼를 못 하갰다!"고 불평했을 때, 많은 외부인들은 칼날 같이 예리한 한국인의 눈썰미를 칭찬하기는커녕, "즐겁게 속아 주려고 찾는 쇼에서 경우 없는 짓을 하는 구경꾼들"이라며 오히려 매너를 지적했습니다. 그레이엄 핸콕이나, 이 책의 저자 코펜스 씨(매체에서 여러 번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보았으나, 실제 저작을 읽기로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처음이었습니다) 같은 분이, 대놓고 허황한, 혹은 사기술을 구사한다는 뜻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든 한계와 굴레야말로, 사실 기존의 관습과 가칙관을 정당화하려 기를 쓰고 주입된 하나의 억압 체계, 토마스 쿤의 말로 "패러다임"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누가 지적이라도 하면, 그 순간이나마 상당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토마스 쿤은 예전에, 엄정성과 치밀한 아카데미즘이 지배하는 자연과학 분야에도, "과학자들의 합의"라는 주관과 의식의 힘이 크게 지배함을 강조한 바 있었습니다. 실험과 화학식, 그리고 수학적 증명의 기술이 "논의의 모든 것"이어야 할 필드에서도 그렇다면, 인문이나 사회학의 영토에서라면 "원로와 다수의 위력"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고고학은, 유물과 유적의 증거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일반으로부터 미치는 신뢰가 자연과학 못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데도, 권위자의 단정, 기득권의 담합이 미치는 파워가, 일말의 가능성으로 새로이 피어나는 분야를 무참히 옭죄는 데에 별로 주저함이 없다고 합니다. 학문의 세계가 아니라, 그 억압과 사술의 발흥이  마치 비즈니스판의 풍토 못지 않다고 합니다.


10년 전에 관련 학계와 독서계를 크게 뒤흔들어 놓았던 그레이엄 핸콕의 학설, 그리고 이 저자 필립 코펜스의 주장들은, 우리가 오래 전에 잊고 있었던, 마치 첫사랑의 현장에 두고 온 펜던트만큼이나 아득한 상상, 애착, 그리움을 유발합니다. 코펜스는 때로는 분노, 때로는 열정으로 "왜 당장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모퉁이에 삐져 나온 붉은 실의 흔적에서, 우리는 그 뒤에 헬레네가 목에 두르던 스카프가 숨어 있다고 상상할 자유마저 빼앗겨야 하는가?"를 외칩니다. 사실, 그들 비주류의 주장은 아직은 근거가 박약합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독자의 문명이 발흥했다는 생각은, "모든 것에 일종의 빅 뱅이 있어야 한다"는 우리 동시대인의 관념에 왠지 어긋나는 면이 있습니다. 만약 빅 뱅(주류적 견해는 이를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고 부릅니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초기 유럽이니 아틀란티스니 하는 프로토 문명에 다시 어떤 공통 원초점을 부여해야 할 것이고, 이는 학문적 노력의 소모적 우회를 의미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이들 비주류가 찾아낸 증거 역시, 물적 증좌임에는 분명합니다. 우리의 이론은, 이들이 과연 어떤 맥락으로 전 구조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까지도 미쳐야만 할 것입니다. 비주류의 답답함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만, 반대파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논지가 간혹 일탈하는 건 아쉬웠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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