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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결혼했을까

[도서] 어쩌자고 결혼했을까

오카다 다카시 저/유미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습니다. 학생 시절 공부할 때는 공부가 가장 어렵습니다("공부가 가장 쉽다"고 하는 분은 특별한 분이겠고요). 사회로 나와 조직에 몸 담고 일할 때는 일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공부를 수월하게 한 사람도 반드시 직장 생활 성공적으로 해 나간다는 보장 없습니다. 공부하는 머리와 일하는 머리가 다르기 때문이죠. 여기 대해서는 학창 시절 공부깨나 한 사람이건 아니건, 직장에서만 유독 고전하는 사람이건 반대로 비로소 늦게 제 물 만난 사람이건, 다 동의합니다. 여태 개인적으로 만난 이들 모두가 다 그러더군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제3의 과제랄까, 만만치 않은 영역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가정 생활, 부부 생활"이라고나 해야겠는데요. 참고로 저는 아직 미혼입니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주며, 밖에서 모질게 시달린 마음을 달래고 치유하는 곳은 가정이 아닐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해선 여전히, 쾌히 긍정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다행스럽게도요). 저도 그런 줄로만 알았고, 나 역시 그런 장래를 갖겠거니 낙관했더랬습니다. 헌데 이 책을 읽어 보니(이런 책은 특히나 대강 볼 수가 없더군요), 저자분이 그간 상담하고 겪은 21가지 사례(아마도 몇몇은 둘 이상의 사례가 융합되기도 했을 겁니다)들은, 뭐랄까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나 볼 법한, 각각 희한한 방식으로 불행한 부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드라마와 차이가 있다면, 저자께서는 "왜 그들이 불행할 수밖에 없는지, 대체 성장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심리학 이론을 동원하여 쉽고도 적실한 분석을 행한다는 데에 있습니다(드라마는 남의 불행을 보고 즐기고 안도하는 거지 교훈, 발전을 못 챙기죠).



대체로 집안이 가난하다거나 하면 화목을 못 찾고 내내 표류하기가 쉽습니다(아, 물론 안 그런 훌륭한 분들도 많으시죠. 혹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부부의 직업도 번듯하고 외견상 아무 문제 없는 환경에서 자란 분들이, 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탄지경인 결혼 생활을 마지못해 이어가는 딱한 경우가, 이 책에 소개된 대로 이처럼이나 많다는 게 현대인들에게는 충격입니다. 이건 남들의 사례를 봐도 충격인데, 이렇게 말하면 "너의 일이 아니고 남 일인데 니가 충격 받을 게 뭐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 답은 책을 읽은 이들이라면 주저없이 나올 겁니다. "나도 혹시 결혼하면 이렇게 되는 것 아닐까?" 혹은, "문제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우리 부부도 저런 결과로 치닫는 중 아닐까?" 좋지 못한 남 일이 얼마든지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각성이 올 때, 누구라도 충격을 받는 게 당연하죠.

저자는 이런 위기의 부부들을 분석하며, 우선 애착 유형을 두 가지로 분류하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아마 이 용어(좀 뒤에 나올 개념들도 그렇고)는 요즘 자계서(꼭 부부 관계 주제가 아니라도)에 많이들 나오기 때문에 귀에들 익을 겁니다. 가장 바람직한 게 성장과정에서 무난하게 애저을 받고,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 줄도 아는 "안정형 애착 유형"입니다. 옥시토신이 생애 전 구간에 걸쳐 내내 고르게 분비되는 게 그 본체적 특성이죠.



문제는 바로 불안정형 애착 유형입니다. 여기서 용어를 좀 유의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 유형이 둘로 갈립니다. ①회피형, ②불안형. 후자는 그 상위개념인 "불안정형"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물을 수 있는데요. 다릅니다. 확실히요. ②는 말 그대로 자신의 감정과 위상과 미래와 관계에 대해 불안해서 못 견디는 유형입니다. 그래서 쉴새없이 남들에게 들이대고 안기도 애정과 인정을 받아내려 몸부림칩니다. 반면 ①은 겉보기에 쿨해서 절대 남에게 폐 안끼칩니다. 그럼 ①은 무슨 문제인가? 자신이 진짜 책임을 지고 진득하니 보살펴야 하는 관계에까지 무책임하고 소홀하다는 겁니다. ②와는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결국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은 파탄에 이른다는 거죠. 그래서 ①과 ②는 서로 반대, 모순처럼 보여도 그 상위개념인 "불안정형 애착 유형"에 다 포함되는 겁니다. 결귀결점이 같으니까요.



이 책의 사례들 중 대체로는 고생하는 쪽이 아내들입니다. 남편들은 분명 자신이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왜 내 아내는 저렇게 반응, 행동하냐며 책임을 다 씌우려 드는 게 보통이더군요. 한국 같으면 어떨까요? 뭐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무책임하며 강압적인 남편, 아버지들이 많긴 합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이 책에 나온 사례들처럼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고생하는 구조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도, 성장과정에서 문제가 있거나 해서 여성들이 남편들을 지옥으로 몰고가는 경우도 보입니다. 다만 그런 경우, 여성들은 일단 자신을 한번 반성하는 기제를 갖긴 합니다.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닐까?"

저자는 위의 분석틀, 즉 애착유형에 따른 분류와 그 하위 범주 회피형/불안형의 기준을 사례 하나하나에 철저히 적용합니다. 저자는 이런 저술 태도라야 독자가 신뢰를 할 수 있는데, 서투른 이들은 앞에서 잔뜩 늘어놓은 총론이나 전제가, 뒤의 각론에서 전혀 안 먹히거나 흐지부지, 혹은 전혀 다른 소리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런 책은 그냥 잡담에 지나지 않죠. 반면 이 책은 저자가 최초에 내세운 대전제와 이론에 끝까지 충실합니다. 이러니 책을 다 읽고 나도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고, 동시에 저자의 논지에 설득이 되는 겁니다.

요즘은 정기적으로 건강 진단을 대부분 받습니다. 혹 초기 단계의 종양이 발견되기라도 한다면, 무작정 무시하고 지금껏 살던 패턴을 계속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저 비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까요? 제 생각엔 이 역시 ①회피형, ②불안형 두 범주에 넣어 분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저 두 반응 중 어떤 것도 옳지 않으며 말할 수 없이 어리석은 대처임을 잘 압니다. 헌데 정작 자신의 부부생활(혹은 연인관계라든가)에는 이를 적용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속으로 엄청 뜨끔해하는 독자들이 많을 겁니다. ②에서 자신과 공통점을 많이 발견한 분들은, 이거 큰일났다며 종전보다 더 배우자나 연인을 들볶고 괴롭힐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 문제없는(사실은 그저 "안정적 애착 유형"인) 분들도, 해당되는 부분이 많다며 지레 걱정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허나 사람인 이상, 이런 극단적인 사례자와 조금이라도 겹치는 부분이 없을 수는 없죠. 너무 걱정하지 말고, 경계심을 갖고, 자신이 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 후, 약점을 고쳐 나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나는 전혀 해당 사항 없어!" 이렇게 장담하는 분들은 오히려 ①에 된통으로 적용되는지도 모릅니다(아니라면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고쳐나가는 게 인간이고, 또 바람직한 남편이고 아내입니다. 방심하다가 이 책 21유형 중 하나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하고, 배우자에게 속을 트고 약점을 인정하며 아껴 주고 사는 게 우리들 유한한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 빛나는 보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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