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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apy

[직수입양서] Therapy

Kellerman, Jonathan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르완다, 브룬디, 자이르(현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중인 종족 간 "인종 청소"의 비극은, 서유럽 백인들에게 깊은 반성과 죄의식을 되새기게 하는 강렬한 동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종 청소"라는 말은 참 듣기에도 섬뜩한,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아찔한 만큼 내면의 심연을 파고드는 비극의 압축 개념인데요. 이 잔혹상에 대해서는 몇 년 전 다카노 가즈아키의 어느 장편이 한 대목을 통해 실감나게 묘사해서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중앙아프리카 일대에서 자행된 이 끔찍한 학살극은, 비슷한 시기 남동 유럽 발칸 반도 서단에서도 유사한 패턴의 참사가 벌어져서, 냉전이 종식된 지금 왜 또 인류가 이런 목불인견의 비극을 겪어야 하는지 전 지구촌 시민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근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열 여덟번째 델라웨어 연작은 그 무렵에 창작된 건 아닙니다. 구 유고 내전은 나토의 대대적인 폭격과 슬로보단 밀로세비치의 체포, 기소로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나(당시 이 사태도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는 초 난제였는데 어찌어찌 봉합이 되어 가는 듯해서 다행입니다. 물론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는 여전히 극악의 민족 감정 대립상을 연출하긴 합니다만. 인터넷에서도 왜 그렇게들 싸우는지), 후투 족과 투치 족 사이의 끝이 안 보이는 증오의 대립상은, 이 소설 발표 후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형 분란의 불씨가 잠복해 있습니다.

켈러먼 선생이 왜 갑자기 이곳에 시선을 돌렸는지는, 그 동기야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이 작품의 주제의식은 비교적 선명한 편입니다. 앞서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그 작품에 보면 언어를 다차원으로 구성하여 소통할 수 있는 초인류가 등장하곤 하죠. 그 가상의 진화한 종(種)의 특출한 지적 능력에까지 비길 수는 없겠으나, 이 작품은 여태의 전작들에 비해 특히 플로팅이 복잡합니다. 날씨가 더웠던 이유도 있겠으나, 저는 몇몇 사건과 암시가 이해가 안 되어 앞으로 몇 페이지를 다시 돌아가 읽기도 했습니다. 켈러먼의 소설을 읽을 때치고는 좀처럼 겪기 힘든 체험이기도 했죠. 물론 스릴러, 미스테리물을 읽을 때, 꼬이고 어려운 플롯이라면 그보다 더한 독자에의 성의,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 저는 열렬히 동의합니다. 불만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의 표시로 한 말입니다.

보통 알렉스 델라웨어의 모험 장도에는 아름다운 여인, 그 중에서도 지성 면에서도 뛰어나고 번듯한 직업에다 고소득을 올리는 분들이라야 그의 애정 행각에 낄 자격이 생기는데(이 점은 지난 서평들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이 열여덟 번째 작품에서는 좀 색다른 캐릭터가 하나 등장합니다. 하긴 너무 이런 패턴이 굳어서 좀 변화를 줄 필요는 있었겠지요. 델라웨어 본인도 L.A. 일대에서는 유명한 세라피스트이자 전문가(그리고 진술조력인, 경찰 자문역까지 겸하는)이지만, 이 책 중에서는 방송도 자주 타고 돈도 (아마) 더 많이 버는 듯한 심리학자 한 명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여성입니다. 성격은 아주 나쁘고, 끼리끼리 모인다고 그 같은 팀원들도 거만하고 불손하기 짝이 없습니다. 프로페셔널 컬터시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구경 못 할 더러운 매너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여정을 잠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렉스 델라웨어는 과연 언제나 겸손하고, 자신보다 못한 이들 앞에서 친절을 베풀 줄 아는 품성, 혹은 태도를 갖춘 이였을까요? 우리 독자들은 그의 성격과 스타일을 좋아하기에 여기까지 같이 왔고, 또 대체로 델라웨어 박사가 사람 성격 거슬리게 만든 적은 별로 없었지요. 하지만 저 카플과 (그녀의 환자들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며, 이 델라웨어는 어느덧 그 박식하고 잘 정돈된 전공 지식의 틀을, 자신의 인격과 행적에 투영하여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그 역시, 로빈 카스타냐 등 가장 가까운 인연과도 결국 관계를 잘 가꾸지 못하여 파탄에 이르렀고,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자주 만나긴 해도 저 마일로 스터지스의 감정을 내내 존중한다고는 말 못 할 것입니다(재수없는 카플은 여기서 희한한 오해를 하고 드는데, 정말 왜 그렇게 사는 지 모를 일이죠). 어느 커플(심리학자 세라피스 Koppel과는 철자가 물론 다릅니다)의 죽음으로 시작해, 내내 두 사람 쌍의 기묘한 곡절로 이야기를 채워 가는 이 사연은, 미스테리로서의 완성도도 완성도이지만, (직전 작에 이어) 사람 사이의 관계 그 본체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돕는 어떤 여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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