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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도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마쓰이에 마사시 저/권영주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우아하지 않아도 괜찮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 마쓰이에 마사시]

마흔 여덟에 이혼을 한 남자는 자신만의 가구들이 들어오는 순간을 보면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공사와 가구에 든 비용이 집을 구할 때 든 중개수수료를 훌쩍 넘어섰지만 괜찮았다. 얼마나 원했던 공간이란 말인가. 아내의 간섭과 잔소리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을 채워 나간다는 즐거움은 그동안의 결혼 생활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것 같았다. 새로 이사한 집은 마음에 들고, 깐깐한 팩폭을 날리는 아내도 집에 없다. 저녁에는 공원을 느긋하게 걸으며 하늘에 걸린 달도 구경할 수 있는 날들이 펼쳐지는 독신의 삶이란 얼마나 우아한가. 그런데, 이것으로 행복하다고 얘기 할 수 있을까?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인기가 있는 작가였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이 처음 접하게 된 작가다. 소설을 읽으면서 번역의 힘일지라도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의 내용이나 구성을 떠나서 그냥 분위기가 단정하게 접어 수납되어 있는 수건들의 느낌이라고 할까. 찾아 본 작가의 얼굴을 보니 무척 소설과 닮아 있다. 혹시 작가가 책속의 주인공 오카다 다다시였을까. 때로는 허무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 사진 한 장에 흥미가 생긴다.

오카다 다다시가 큰돈을 들여 집을 고치고 가구를 들여 놓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때에 나타난 전 연인 가나와 조우하게 된다. 불륜도 아닌, 독신의 삶의 시작에서 다시 만나게 된 전 애인이라니. 그것으로 행복한 엔딩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새로운 반전이 시작된다.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를 책임져야 할 가나는 오카다에게 병원을 가거나 큰일에 부탁을 하지만 함께 살지는 않는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며 서로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위로하는 친구로 남게 되는 것이 싫지 않은 오카다에게는 어느덧 호기롭게 시작된 독신남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의 마지막 독백처럼 들리는 이 말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가나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자고,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고 싶다. 나이를 먹어서 정신이 흐려질 때까지 아니, 흐려진 뒤로도.

몇 번이고 가나와 이야기하자. 집이 완성되고 나서도 늦지 않다. 우아하다는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P 254

중년의 남자가 아내와 이혼을 하고 자신만을 위한 공간에서 우아한 노후를 맞이하는 얘기 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우아함은 어느덧 소설 밖으로 빠졌다. 우아한 삶이란 어쩌면 주인공의 머릿속에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카다 다다시가 혼자가 되고 자신이 원하는 집을 찾아 만들고 비싼 가구들을 들여 놓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중년의 남자는 본인 마음속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처음 소다노씨에게 집을 빌렸을 아들을 따라 미국으로 들어가 다시는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을것 같으니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으로 갔던 소다노씨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 집에서 나가야 된 것이다. 우아한 오후의 모든 시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시작이라는 것도 해보지 않았는데 사라진 느낌, 처음부터 우아함이라는 것이 없었다는 듯 그의 집이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소설의 엔딩이 처음, 이혼을 했다로 시작한 첫 문장과 어울려 보인다. 심심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 뭉클하게 와락 안기며 사라지는 연인의 뒷모습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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