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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다. 안정적이고 확실하며, 실패 가능성이 낮은 일을 좋아한다. 물론 불안전하고 불확실하며,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일에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안전하고 불확실하다는 것은 안정성 및 성과가 입증될 만큼의 사례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큰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워 자꾸 마음이 가는 것이다.
성공 확률이 낮은 일을 성공 시켰을 때의 희열을 떠올리면 '도전'이라는 것은 '실패'라는 어두운 면을 덮을 만큼 눈이 부시다. 없던 열정도 생길 만큼 의욕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왠지 나라면 그 일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택한다. 평범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할 바에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나으니 말이다. 새로운 일은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법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내 머리에서 도무지 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 같은 아이디어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생각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모든 것이 귀찮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얄궂게도 현실이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도전을 부추긴다. 이젠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해야 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면 주류 사회에서 밀려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저자는 창의적인 생각, 즉 생산적인 사고도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왜 생산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원인을 알려주며, 6단계의 생각법을 알려준다.
먼저 우리가 생산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그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창의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사고를 분리하지 못해서 생산적인 사고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창의적인 사고는 대게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비판적인 사고가 창의적인 사고를 제지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면서 말이다. 생산적인 사고를 할 때에는 창의적인 사고를 막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그렇기에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에는 정답을 찾지 않아야 한다. 정답을 찾으려 하면 더 이상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일단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폭포수처럼 쏟아내야 한다. 그다음에 비판적인 사고로 중요한 아이디어를 선별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회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길 원한다면 회의 시간의 처음 3분의 1 지점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을 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디선가 보고 들은 아이디어를 말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번째 3분의 1 지점에는 처음 보다는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그리고 더 이상 쥐어짜내어도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으면 세 번째 3분의 1 지점에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이 '세 번째 3분의 1'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항상 회의를 마치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가장 먼저 나온 답만이 유일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머지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 나머지에 보석과 같은 아이디어가 존재함에도.
모르긴 몰라도 우리는 아이디어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것부터 큰 난관에 봉착했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한 가지 문제에서 수십 수백가지의 생각을 떠올리려면 그만큼 충분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의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지하던 습관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소개된 6단계 생각법은 아래와 같다.
1단계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단계 : 무엇을 성공으로 삼을 것인가?
3단계 :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4단계 : 답변 생성
5단계 : 해결 방안 벼리기
6단계 : 자원 조정

각 단계별로 생각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생산적 사고 모델과 그 도구가 지닌 강력한 힘은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나도 그의 생각에 강력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부유물처럼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다니는 희미한 생각들을 항목별로 분류하고,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각각의 해결방안과 대안들을 글자로 나열하여 눈으로 보면 훨씬 명료하게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책은 반복해서 6단계 생각법을 자세하게 파헤친다. 생산적 구조와 각 단계의 이론을 살펴보며, 다시 한번 생산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 꼼꼼하게 짚어주며, 6단계 생각법을 어떻게 훈련하고 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실전에서 이 6단계 생각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사례를 통해 상세한 예시를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생산적인 사고는 엄청난 인내심과 집중력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산적인 사고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 그 문제에 집중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수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실패해야 얻을 수 있는지를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생산적인 사고는 꼭 회사 업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상적인 곳에서도 생산적인 사고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며, 탁월한 생각은 삶을 보다 재치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