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수필 선집
그리워지는 얼굴
나는 누구에게도 아름답게 기억되기보다는 그리웁게 기억되고 싶을 뿐이다.
가장 외롭고, 가장 허전할 때 그냥 그리워지는 그런 사람으로..
아름답다는 것은 내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이다.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무엇이든 한다...
아름다움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워지기 위해 행해지는 행위로 인해 발행할 수 있는 폐해를
방지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나는 아름다워지기보다는 그리워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너무 외롭고,
허전해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할 때 생각나는 사람
오직 한 사람
오직 한사람 자기 예술을 알아주고 서로 통할 수 있는 사람을 얻는다는 것
예술의 길은 험난하고 끝이 없는 고독과 고통이 수반되는 길이다
오직 한 사람의 스승, 오직 한 사람의 제자, 오직 한 사람의 친구
그 한 사람이 없어
어느 한 사람이 슬퍼하고 있다면
그것은 나의 책임이다.
내가 그 한 사람이 되어주지 못했기에.
아름다움을 지닌 그리움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나는 오늘 아름다움을 포기할 것이다.
아름다우면서 그리워질 자신이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