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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도서]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저/최성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2017년 '흔적'이라는 제목으로 각색, 영화가 제작되어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고 그 이듬해 2018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에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부러울 뿐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라는 책의 제목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연작시 『천국과 지옥의 결혼』중에서 『지옥의 격언』(1793)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올가 토카르추크 는 지금까지의 글들과는 전혀 결이 다른 작품을 이 책을 통해 나타내었고 범죄 스릴러이면서 전통적인 추리소설과는 차별화된 추리 장르를 보여주었다.

 

 

 

1. 자, 모두 주목하세요.

 

체코와 국경이 가까운 폴란드의 한마을.

그녀와 괴짜 오늘 죽은 통발은 이 고원의 마을에서 유일하게 일 년 내내 살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은 10월이 되면 파이프의 물을 빼고 문단속을 한 뒤 도시의 자기들 집으로 돌아가 겨울을 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느 사이에 잠이 들기 전 발을 꼼꼼히 씻고 자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한밤중에 언제 구급차가 와서 그녀를 실어 갈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날도 홉과 수면 유도제인 발레리안을 두 알이나 먹고 잠이 들어 있는 중에 어두움 가득한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와 비몽사몽간에 긴장감마저 들어 창밖을 내다보니 옆집에 사는 괴짜가 이리저리 오가는 것이 보였다.

 

그날 통발이 죽었다. 통발은 늘 술에 조금 취한 상태로 생활을 했는데 아마 그는 태어날 때부터 살짝 취한 상태였던 듯하다. 통발의 죽음은 동물의 뼈가 기도를 막아 질식사한 것으로 결말이 났다.

자신이 죽음에 이르게 한 무엇인가로부터 죽음을 당한 것이다.

그녀는 늘 통발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통발은 숲에 올가미를 놓고 동물들을 밀엽 했고 자기가 기르는 개를 좁은 창고에 가두고는 항상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면 개는 하루 종일 짖어댔다.

그녀에게도 딸처럼 키우던 개가 두 마리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참다못한 어느 날은 창고의 잠금쇠를 부수고 개를 그녀의 집으로 데려와 우유를 먹이고 따뜻한 난로 옆에서 잠을 재웠는데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깨어보니 통발이 그녀의 집 주변을 돌며 개를 찾는 모습이 보였고 그 모습을 본 개는 주인에게 가려는 몸부림으로 문에 뛰어오르며 짖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가두어 놓고 먹이도 제때 주지 않는 주인, 툭하면 발길질을 해대는 주인을 그래도 주인이라고 반기는 모습에...

그렇게 개는 서둘러 자신의 감옥으로 돌아갔다.

그런 통발이 죽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녀는 스스로 마음을 추슬렀다.

개는 괴짜가 맡기로 했기에 이제 남은 일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오기만 하면 되었다.

 

내 생각에 죽음은 물질의 전멸로 이어져야 한다.

p 21

나는 우리가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대로 타인을 바라본다고 믿는다.

p 34

 

친숙함의 특별한 단계에 이르면, 상대를 부를 때 이름은 생략되어도 괜찮다.

실제로 우리가 뭔가와 정면으로 맞설 때 '이마'가 아니라 '아래턱'을 내밀며

호전적인 자세를 취한다.

p 36

그녀는 사람들을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르는 것보다 처음 본 느낌 대로 사람들을 부른다.

통발은 펠트 부츠를 신고 걸은 눈 위의 발자국의 크기 때문에 통발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괴짜는 느낌 그대로 괴짜여서, 그는 그녀에게 결코 먼저 말을 걸어온 적이 없고 무엇인가를 물을 때면 화난 사람처럼 대답을 했다. 그것도 아주 짧게...

 

어쩌면 감옥은 바깥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어느 틈엔가 우리는 감옥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p 52

그녀는 점성술을 신뢰한다. 생년월일로 별자리를 찾아 그 풀이를 보면 죽음에 이를 날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그녀는 늘 사람들에게 말을 하곤 했다.

통발도 그렇게 죽을 운명이었다.

 

"나는 점성학으로 죽음을 예측한다. 출생에 질서가 있는데 죽음이라고 질서가 없겠는가?"

 

그녀는 겨울이 되면 모두 떠나고 없는 빈 집을 겨우내 관리해 주며 받는 작은 돈으로 생활을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은 동물을 밀엽하고 자연을 해치며 숲을 돌아다니는 사냥꾼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다. 그녀는 자연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모두에게 주장하지만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경찰도 그녀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고 그녀는 더 열심히 경찰서에 신고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녀는 생각했다.

밀렵과 사냥의 차이를.... 결국 모두가 다 동물을 해치는 것임을...

 

통발의 죽음, 이후 경찰서장의 죽음, 여우 농장 주인인 브넹트 샥의 죽음, 회장의 죽음, 사냥꾼의 사제인 신부의 죽음. 시체 주변에 어지러이 찍혀 있는 동물의 발자국.

이들 모두 알 수 없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누구일까? 왜?

그녀는 생각한다. 어쩌면 사슴들의 복수일지도 모른다고.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면 죽어가는 멧돼지를 보며 사냥꾼들은 크게 웃으며 떠들어 댔다.

 

자연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 어떤 생물도 유용하거나 무용하지 않아요.

그것은 그저 사람들이 적용하는 어리석은 구별일 뿐입니다.

 

건강하다는 것은 불 확실한 상태이기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

조용히 병을 앓는 편이 낫다. 그러면 적어도 우리가 무엇 때문에 죽을지는 알 수 있으니까.

 

본문 중

여우 농장 주인인 브넹트 샥은 밀엽을 위해 설치한 올가미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조그만 로맨스

결국 기도는 이런 것일 테니까, 조용히 평화롭게 생각에 잠기고,

아무것도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p 320

이야기는 가벼운듯하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들에 말하고 있다.

우리도 조금만 귀를 기울이거나 허리를 숙여 바라보면 듣거나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

 

먹기 위해 키워지는 동물들, 보이기 위해 훼손되는 자연. 즐기기 위해 행해지는 행위들....

이 세상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세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누구의 생각이며....

p 340

이 책의 주된 주제가 자연과 동물에 대한 것만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그 이야기만이 마음에 남았다. 나 또한 자연을 훼손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어서 일까?

 

「그녀는 오두막 주변을 서성이면서 여기저기 발자국을 찍어 샛길을 만들어 보곤 한다.

하지만 가끔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못 알아보고 이렇게 묻는다.

누가 이 길을 지나갔을까? 이 발자국은 누가 만든 거지?」

태그

#죽은이들의뼈위로쟁기를끌어라#올가투쿠르추크#민음사#노벨문학상#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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