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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백년 식당

[도서] 뉴욕 백년 식당

구혜란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This is New York

 

김해완은 <뉴욕과 지성>(2018)에서 뉴욕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여기는 뉴욕이니까.” (This is New York). 이는 뉴욕에는 원래 이상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하고예상치 못한 일이 자주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이곳뉴욕에서는 나도 언제든지 이 사람들처럼 미칠 수 있다뉴욕은 이상하고도 위험한 곳이다시카고처럼 갱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리아처럼 폭격의 위험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지만이곳에서는 일상 유지가 상습적인 위험이 된다언제 가스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낡은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아침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백 년 된 지하철을 타야 한다외부인이 초 단위로 유입되는 터라 사람을 쉽게 믿기도 힘들고다문화는 다편견이 되어 소통에 벽을 세운다설상가상으로 자본의 속도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이런 마당에 매스미디어에서는 뉴욕에 대한 온갖 환상적인 이미지를 뿌려 대니이 얼마나 이상한가. 표상(表象이미지)과 일상의 간극이 가장 큰 장소가 바로 뉴욕이다이곳에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정신줄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p. 218]

 

나는 뉴욕에 살아보지 않았기에 김해완의 이야기에 뭐라 말할 수 없다하지만한 가지는 안다뉴욕은 용광로다그렇기에 <뉴욕 백년 식당>의 저자도 뉴욕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말처럼 이 작은 섬 안에 온 세계가 있다그중에는 나의 세계도 있다세계의 다양한 종족이 모여 살면서 그들의 문화와 음식을 이 섬 안에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섬의 가장 큰 축복이다.” [p. 8]라고 한 것이 아닐까?

 

어쨌든 뉴욕이 이런 도시라면이곳의 백년 식당들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 필요가 있다수많은 인종들이 서로 다른 언어와 풍습을 가지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백년이나 버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식당들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으니까.

 

 

미국식 노포(老鋪)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곳은 박물관과 선술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런시스 태번(Fraunces Tavern)’이다이 가게가 있는 건물은 1719년에 고급 주택용으로 지어진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1781년 퀸스 헤드 태번(Queen’s Head Tavern)’이라는 간판을 단 작은 선술집이 운영되면서 이 건물은 요식업과 관련을 맺게 된다사실 이곳은 그저 식당’ 혹은 노포(老鋪)’라고 하기에는 미국 독립운동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미국 초대 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턴과 관련된 일화와 유물이 남겨져 있을 뿐 아니라이곳은 뉴욕이 미국의 첫 번째 수도로 지정된 1785년에서 필라델피아로 수도가 옮겨지지 전인 1790년까지 외무성과 재정부국방부의 중앙 사무실로 사용되기도 했다.” [p. 23]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리는 조지 워싱턴이 좋아했다는 슬로 로스티드 치킨 팟 파이(Slow Roasted Chicken Pot Pie)’로 그 고소한 냄새는 주변 사람이 한 입만을 외치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라고 한다.

 

도이어스가(Doyers Street)의 피의 모서리(Blood Angle)’은 골목이 거의 90도로 꺾이는 바람에 시야가 막혀 기습하거나 기습당하기 좋은 곳이다. 1882년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 제정에 따라 이미 미국에 정착한 중국인도 시민권 획득이 금지되는 등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배척의 분위기가 팽배했고이로 인해 중국 이민 사회를 주축으로 한 범죄 집단도 등장했다이들에 의해 거리의 모퉁이는 아침마다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고 한다.

이 거리에 위치한 남와 티 팔러[南華茶室, Nom Wah Tea Parlor]’는 딤섬을 먹으며 차를 마시는 곳이다. 2010년 현재 오너인 윌슨 탕(Wilson Tang)에게 소유권이 넘어갈 때그는 요즘 유행하는 음식점처럼 리뉴얼하라는 전(오너의 조언을 무시하고 오랜 전통을 살리면서 주방만 조금 손보기로 했다덕분에 중국 본토의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혹은 중국 정통 분위기를 내는 음식점을 유지할 수 있었고나아가 지점들도 늘리게 되었다.

32종류의 딤섬과 5종류의 후식 딤섬을 내놓는 이 음식점의 대표음식은 로스티드 포크 번(House Special Roaster Pork Bun)이다흔히 보는 음식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막상 먹어보면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같은 유대 음식이지만 베이글과 달리 유대인식 왕만두라고 할 수 있는 크니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이다하나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이 음식은 러시아와 동유럽 유대인의 허기를 달래주는 친숙한 간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유대인의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는 크니쉬를 만드는 요나 쉬멜 크니쉬 베이커리(Yonah Schimmel Knish Bakery)’를 수많은 정치인들이 방문해서 기념사진과 서명을 남겨놓고 갔다예컨대 뉴욕에서 기반을 닦은 루스벨트 가문을 보면“(32대 대통령이 되는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1882~1945)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곳에서 남편의 대선유세를 도왔다또 (26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Jr. 1858~1919)도 경찰청장 시절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p. 141]

 

추천 음식_크니쉬감자 랏켓에그 크림


출처: <뉴욕 백년 식당>, pp. 142~143

 

이 책을 읽다보면노포(老鋪)/백년식당은 친족을 포함한 가족에 의해 이어져 내려온다고 무심결에 생각했는데그게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호(Soho) 지역 변천의 산증인인 페넬리 카페(Fanelli Cafe)는 소유주가 바뀌면서도 빅토리아 시대의 실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펍(Pub)이다

10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는 가게들이 꼭 가족을 통해서만 이어져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주인은 바뀌어도 그 분위기와 문화와 정신을 계승한다면그 역시도 역사로 인정받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페넬리 카페의현재 오너인 샤사 노아와 잠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지금 가게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이 자리에 유명 브랜드 매장이 들어오게 해 임대료를 받는 것이 훨씬 더 이윤이 크다고 했다그럼에도 그는 아직도 이곳을 지키고 있다! ” [p. 160]

 

 

그리고 뉴욕.

 

이 책은 금융가차이나타운리틀 이태리’, ‘로어 이스트노리타소호’, ‘웨스트 빌리지그리니치 빌리지이스트 빌리지’,  ‘미드타운’,  ‘업타운으로 나눠 뉴욕의 백년 식당들을 탄생기현재그리고 추천 메뉴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부록으로 제공된 뉴욕시 관광 정보를 통해 뉴욕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고이 책에서 소개된 식당들의 주소전화번호웹사이트를 안내해준다만약 뉴욕에 갈 기회가 있다면 관심있는 지역을 구경하면서 입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곳에 소개된 식당들이 핫(hot)한 곳은 아니다만약 SNS에 올려 자랑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다면 다른 여행가이드북에 소개된 핫한 식당을 찾아보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뉴욕하면 늘 최첨단의 초고층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떠올랐다하지만이 책을 읽으면서 뉴욕이 그런 도시적인 시크함만 있는 곳이 아니라 이름 없는 사람들이 백년간 지켜온 뚝심에서 빚어나온 뚝배기 같은 구수한 멋도 있는 곳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니케북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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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Joy

    몇해전 뉴욕에 갔을 적 이왕이면 유명한 식당에 가보자는 마음에 인터넷의 바다를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다른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2020.02.23 10: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아쉽게도 이 책은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라서...
      2. 교토의 노포를 대상으로 하는 무라야마 도시오의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21세기 북스), 서울의 노포를 대상으로 하는 이인우의 <서울 백년 가게>(꼼지락)도 있으니 Joy님의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20.02.23 10:57
  • 스타블로거 초보

    저는 이제것 미국은 가본적이 없는지라 그저 책으로만 알게 되네요. 앗 환승 해본 적은 있네요. VISA도 꼬박꼬박 유효인걸로 가지고 있고.. 그래서인지 가본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ㅎ

    2020.02.24 16:4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미국, 아니 뉴욕을 가본 적이 없어도 이런 책을 통해 꿈꿔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

      2020.02.24 20:55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미국 하면 "뉴욕"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뉴욕의 초고층 빌딩 사이의 노포가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것 같네요. 노포 하면 가족이 대를 이어서 할 것 같은데 뉴욕 노포는 그렇지 않은가 보네요. 우리와 정서가 다르니 그럴 수 있을 것 같고....
    뉴욕 여행 계획 있으신 분은 노포에 한번 찾아가도 좋을 듯 싶어요.^^

    2020.02.24 23: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추억책방님의 말씀대로 '미국'하면, 뉴욕이, '뉴욕'하면 마천루로 이루어진 스카이라인이 떠오르는 만큼 노포라고 하면 왠지 이질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도 어울린다면 불협화음 속의 조화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요?
      2. 미국식 노포는 피의 계승이 아니라 가게의 분위기와 문화와 정신의 계승을 따지는 것 같습니다. 둘 다 계승하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면 미국식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2020.02.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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