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 중심의 별자리.
‘별자리’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점성술이나 별자리심리테스트에 사용되는 황도 12궁[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궁수, 염소, 물병, 물고기]이다. 수메르 문명에서 유래되었다는 이 개념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봐서 익숙한 탓도 있겠지만,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를 거치면서 세계의 문화가 서양, 구체적으로는 유럽-미국을 기준으로 재편된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1922년 국제천문연맹에 의해 공인된 표준 별자리 88개는 수메르 문명에서 유래해 그리스를 거쳐 2세기에 알렉산드리아의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Κλα?διο? Πτολεμα?ο?, AD 83년경 ~ 168년경)에 의해 48개로 정리된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별자리
그렇다면 별자리와 별자리 이야기는 여기서 끝일까? 아니다. 일부는 소멸하고, 또 다른 일부는 잊혀졌지만 아직도 자신만의 별자리와 별자리 이야기를 이어가는 문화권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오리온 자리를 보면, 같은 별을 두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각자 다른 별자리와 별자리 이야기를 이어오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오리온 자리의 네 가지 버전

위의 그림에서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천둥족 정령에게 빼앗긴 라코타족 늙은 추장의 손, 보호해야 할 킹피시를 먹은 오스트레일리아 킹피시 일족의 세 어부, 인도네시아의 쟁기, 마야 문명의 삼각형의 ‘창조의 화롯돌’ 이야기가 언급된다. 이뿐 아니다. 남아메리카 북부와 앤틸리스 제도(諸島)에 사는 현대 카리브족에게는 동일한 별자리가 맥-인간의 유혹으로 바람 난 아내를 쫓는, 에피에템보라는 한쪽 다리가 없는 남성으로 대응된다.
별자리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인간의 정신은 규칙이 없는 무언가를 보면 긴장한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낯선 패턴 속에서 익숙한 것을 찾아내려 애쓴다.” [pp. 13~14]
인간에게 있어서 밤하늘은 그런 규칙이 없는 낯선 존재였다. 그래서 하늘의 패턴을 알아보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별자리의 탄생인 셈이다. 하지만 “하늘의 패턴을 알아보고 이름을 붙이는 일은 점차 가벼운 소일거리를 넘어서게 된다. 그것은 종교적이거나 신화적인 의미를 지닌 이미지를 기억하고, 세상을 창조한 신들의 영광을 되새기며, 신의 후손임을 선언한 통치자의 권력을 깨닫는 수단이 되었다.” [p. 15]
이러는 과정에서 별자리 이야기에는 인간의 문화가 녹아 들어갔다. 당연히 각각의 신화 혹은 문화권이 묘사하는 하늘은 모두 다른 세계관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잉카족은 “바다로 물을 실어다 주는 빌카노타강이 지평선과 교차하는 지점에서 은하수의 형태로 하늘로 돌아간다” [p. 94]고 여긴다. 반면 체로키족에게 있어 은하수는 영혼의 길로, 그 입구를 개의 별인 시리우스와 안타레스가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별 이야기가 제각각 이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6장 곰과 사냥꾼, 북극의 별자리’에서는 에스키모로 알려진 이누이트, 오대호의 폭스족(메스콰키족) 등 고위도 지방의 수렵사회에서 별은 사냥과 연관되어, 북두칠성이 곰과 사냥꾼이 된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북두칠성
출처: <별 이야기>, p. 139
반면 ‘2장 모두를 위한 플레이아데스성단’에서 플레이아데스성단을 ‘쟁기 별들’로 부르는 인도네시아의 벼농사 꾼들 이야기가 언급된다. 이것은 농경문화권이냐 수렵문화권이냐에 따라 별자리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 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91기의 고구려 고분벽화 가운데 별자리 그림이 발견된 곳은 22기라고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북두칠성(北斗七星)의 맞은편에 대체로 남두육성(南斗六星, 궁수자리에 해당)이 그려진다고 한다. 죽음을 담당하는 북두칠성과 삶을 주관하는 남두육성의 공존과 강조 속에 고구려만의 천하관(天下觀) 혹은 세계관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별자리 이야기를 통해, 신화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통해 별에 매혹된 적이 있어서 <별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학생일 때 문과 계열을 전공해서 그런지 ‘별’ 자체가 아닌 ‘별자리 이야기’가 더 끌렸다. 어쩌면 별자리 이야기가 다른 문화권의 삶을 수박 겉햝기지만 들여다볼 수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현암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