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 ‘있는 이’의 ‘사치재’이거나 ‘먹물’들의 ‘장난감’” [p. 12]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지혜로워지기 위해서입니다. 지혜로움보다 중요한 건 없지요. 지혜로운 자만이 더 작은 슬픔과 더 큰 기쁨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지혜로워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지혜로움은 ‘삶’과 ‘앎’을 횡단하며 얻어지는 까닭입니다.
(다시 말하면,) 철학은 지혜를 줍니다. (왜냐하면) 철학은 ‘앎’과 ‘삶’이라는 두 가지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앎’은 이론이자 지식으로서의 철학이고, ‘삶’은 실천이자 수행으로서의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앎’과 ‘삶’이라는 두 가지 철학은 별도로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지하게 공부해서 명료한 ‘앎’에 도달하면 자연스레 그에 걸맞은 ‘삶’을 살게 됩니다. 반대로 수행하듯 ‘삶’을 진지하게 살아내다 보면 자연스레 이론적 지식으로서의 ‘앎’에 도달하게 됩니다. ” [pp.9~10]
철학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삶’ 혹은 능동적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동물처럼 마지못해 하루하루 목숨만 이어가는 것, 즉 수동적으로 ‘살아지는 것’입니다. ‘나’ 자신이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려면 철학, ‘저잣거리의 철학’이 필요합니다.
삶, 실천과 수행의 철학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1632~1677, 이하 ‘스피노자’)의 <에티카(Ethica)>라고 하면 난해하다고 여깁니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것이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초월적인 신’을 빈틈없는 논리로 해체(해서) ‘신’이란, 세상을 초월해 있는 어떤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세상 자체, 즉 자연이라는 결론에 도달” [p. 59]합니다. 당연히 논리적 증명을 위해 “공리에 정리, 증명, 따름 정리로 이어지는 수학책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전개가 철학책에서 차용되고 있기 때문1)”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에티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철학을 한다는 것이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책 <스피노자의 생활철학>은 지성인, 자유, 의지박약, 성취, 이질성, 자기부정, 마음, 피해의식, 이성, 감정, 선악, 섹스, 중독, 편견, 희망, 뒷담화, 질투, 사랑, 소심함, 미신, 후회, 희생, 오해, 자기애, 지혜, 불행, 행복이라는 27개 키워드로 크고 작은 삶의 애환과 고민을 얘기하는 상담소 혹은 멘토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그러면서 각자 자기 나름의 사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우리가 품고 있는 27개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이해할 수 있는, <에티카>의 해설서라고 하는데, 그런 것을 의식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느끼는 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나이 차이가 꽤 있고, 입이 무거운 사촌 형이나 오빠에게 답답한 속을 풀어본다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관심 있는 키워드만 시간 날 때 한 번 읽어보면 괜찮을 듯 합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도서출판 인간사랑’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1) 류동민, “[류동민의 내 인생의 책] ④ 에티카: 바뤼흐 스피노자”, <경향신문>, 2017.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