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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건축

[도서] 런던은 건축

수자타 버먼,로사 베르톨리 저/태런 윌쿠 사진/강수정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런던은 건축]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하면, 여행 가이드북을 사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원하는 정보를 온라인에서 더 쉽게, 더 많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패키지 여행을 가게 되면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배낭 여행까지는 아닐지라도 자유 여행을 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여행 가이드북의 필요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몇 차례 해외 여행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일반적인 여행이라면 굳이 여행 가이드북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여행을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해당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라면 굳이 여행 가이드북의 형태가 아니라도, 또 여행이 끝나더라도 소장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건축 전문 매체 <월페이퍼>의 디자인 에디터인 수자타 버먼과 로사 베르톨리의 해설에 라이프스타일과 건축을 다루는 사진을 <타임스>, <가디언>, <모노클> 등의 잡지에 수록한 포토그래퍼 태런 윌쿠의 사진을 첨부된, 이 책 <런던은 건축>은 그런 의미에서 유용한 책이다.

 

먼저 이 책은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포켓북 사이즈의 아담한 책이다. 그리고 서문과 간단한 용어 해설을 지나면, ‘런던의 보물 같은 유산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 여행[WALK 1]’, ‘컨템퍼러리 스타일과 탁월한 브루탈리즘으로 구성한 한나절 투어[WALK 2]’, ‘런던의 아름다운 공원을 가로지르는 신고전주의 와 모더니즘 산책[WALK 3]’라는 걷기 여행 코스가 등장한다. 이 3가지 걷기 여행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5~10가지 건축물을 반나절 안에 돌아볼 수 있으니 유용한 여행 가이드북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WALK 1

 

또한 런던이나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54개의 건축물이 소개된 이 책은 짧지만 흥미로운 소개서가 될 수 있다.

 

 

왜 런던은 건축일까?

 

런던은 다채로운 풍경과 개성 있는 건물이 어우러진 ‘건축의 도시’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제목을 <런던은 건축>이라고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지었을까?

 

“건축은 스토리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스토리(storey)라는 영어 단어에는 건물의 ‘층’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그림을 그려 넣은 일련의 창문을 의미하는 중세 라틴어 ‘히스토리아’에서 유래했으며, 실제로 인물을 그려 넣은 그림이나 조각을 모두 스토리(storey)라고 칭하던 때도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storey’는 영국 영어에서 쓰이는 표기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표기로 하면 ‘story’다. 이 단어에는 건물의 층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야기’라는 뜻도 있다. 다시 말하면 런던에서 수많은 건축물이 있고, 또 그 건축물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도 있다라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런던은 건축’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런던의 건축들

 

오래 전, 런던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이 책에 소개된 건물 대부분을 보지 못했다. 짧은 일정 탓도 있을 것이고, 비와 지하철 노조의 파업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때는 건축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로열 발레 학교의 영원의 다리


인파로 북적이는 코벤트 가든을 지나다 보면 왕립 오페라 하우스와 로열 발레 학교를 연결하는 통로인 ‘로열 발레 학교의 염원의 다리(No.4)’가 있다. 트위스트 춤을 추듯이 배배 꼬인 모습이 특이하다.

 

밀레니엄 브리지


'흔들 다리’ 혹은 ‘빛의 검’이라는 별명을 가진, 템스 강 유일의 보행자 전용 다리인 ‘밀레니엄 브리지(No 15)’를 건너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해가 뜰 때나 해질녘에 보면 왜 이 다리에 ‘빛의 검’이라는 별명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20 펜처치 스트리트


윗부분이 넓고 휘어진 형태가 비슷하다고 ‘워키토키’라는 별명이 붙은 ‘20 펜처치 스트리트(No.17)’도 개성적이다.

 

더 샤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건축물도 있다. 유리 피라미드 건물인 ‘더 샤드(No. 31)’은 왠지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이례적이고 도전적인 건물들뿐만 아니라 차분한 분위기의 ‘대영박물관(No. 14)’, 웅장하고 화려한 바로크 스타일의 ‘세인트 폴 대성당(No. 9)’도 소개되어 있다. 마치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진 뷔페처럼, 이 책에 소개된 건물들은 짧은 소개글과 사진으로도 런던에 가게 되면 시간을 내서 한 번 찾아가 볼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팬테믹 에디션’으로 저널리스트 박찬용, 런던의 건축가 임지선, 번역가 강수정의 에세이를 추가 수록되어 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 런던의 천축인 셈이다.

 

첫 해외 여행지가 런던, 마지막 출장지도 런던인 저널리스트 박찬용은 건축 여행을 좋아한다. 건축물을 찾아가는 남다른 동선이 여행의 우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런던은 그가 최적의 건축 여행지로 추천하는 곳 중 하나다.

건축 여행에는 좋은 점이 많다. 우선 정보를 찾기 쉽다. 내가 처음 여행을 떠날 때에 비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유명 건축 정보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특정 건축물을 보러 가는 일은 자체로 동선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남다른 목적지와 남다른 동선은 여행의 우연성을 높인다.

~ 중략 ~

건축 여행을 떠나기에 런던은 아주 좋은 도시 중 하나다. 런던, 파리, 뉴욕, 상하이, 도쿄 등 제국급의 대도시는 되어야 질 높은 건축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런던의 건축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런던은 옛 것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것을 받아들이는 감각이 좀 특이하다. 단순히 헐어 버리고 새로 짓거나, 그냥 오래됐다고 남겨 놓는 수준이 아니다. 괴팍할 만큼 보수적이면서도 정신 나갔다 싶을 만큼 전위적이고, 그러면서도 앞뒤가 딱딱 맞는 이상한 논리가 런던에는 있다.” [pp. 180~181]

 

건축가 임지선은 2004년 런던에 정착한 이래 이토록 거리가 텅 비고 생기라곤 찾을 수 없는 것은 처음이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오히려 오랜 관심사였던 런던의 지역 건축을 가까이에서 대면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건축물의 외피를 우리가 걸치는 옷에 비유하면서 코로나 이후 런던을 다시 찾게 되면 건축물의 외피를 가까이에서 접촉해 볼 것을 권한다.

“특히 주거 건축은 ‘단순함’으로 요약되는데, 실용적이고 자연스럽게 낡은 것을 선호하는 영국인의 성향이 압축되어 드러나는 영역이기도 하다. 단순한 건물들이 모여 소박한 동네 풍경을 만들고, 이런 특징 때문인지 건축적 형태보다는 외피의 재료가 풍경의 인상에 큰 역할을 한다” [pp. 186~187]

 

런던에 처음 갔을 때가 봄이었다는 번역가 강수정은 코로나로 인한 지금의 상황을 겨울로 비유하면서 다음 봄의 런던을 기대한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늘 섣부르지만 봄이 올 거라고 믿는 마음에 봄은 온다. 그곳에 다시 가게 된다면 더 구석구석 깊숙이 길을 헤매 보고 싶다.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어도 조바심치며 기다리다 경이로운 생명력에 번번이 감동하듯, 새삼스러운 설렘으로 그곳을 다시 한번 찬찬히 거닐어 보고 싶다” [p. 194]

 

사람이 자라면서 인상이 바뀌는 것처럼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첫인상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물은 없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처럼 현재까지 존속되어 온 건물들은 다 그렇게 변화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쌓아왔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런던에 있는 건물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내가 사는 서울에 있는 건물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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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산바람

    재밌는 건축에 대한 리뷰 잘읽고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2021.09.06 19: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산바람님의 격려에 늘 감사합니다.^^*

      2021.09.06 19:10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펜처치 스트리트 신기하네요.
    waterelf 님 리뷰 만나 정말 좋네요 ^^

    2021.09.06 19: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신기한 건물들이 많이 있네요.^^
      2. 부자의 우주님,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1.09.06 20:48
  • 스타블로거 cyprus

    작년에 읽었던 도시재생과 관련한 건축책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가 생각이 나네요 흔히 옛것과 새것의 조화라고 표현되는 런던의 다양한 건축물들에 대한 소개라니 흥미진진하네요. 밀레니엄브릿지를 강 아래쪽에서 촬영한 사진은 처음봤는데 굉장히 독특해보여요. 코로나 직전 마지막 방문지도 런던이었던지라 사진만 봐도 몹시 그립네요.
    좋은 책 자세한 리뷰 감사드리고 건축, 런던 모두 저에게 관심분야라 기회되면 저도 꼭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2021.09.06 21: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저도 작년에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를 읽었어요. 묘한 인연이네요.^^

      2021.09.07 07:4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