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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도서]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저/김은모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왕따 문화의 원형(原型), 무라하치부[村八分]1) 문화_[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첫 번째 단편 [용서를 바라지 않습니다]에서 주인공인 료이치는 4년간 사귄 연인 미즈에와의 결혼을 망설인다. 왜냐하면 그의 할머니가 살인범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녀의 시아버지[주인공의 증조 할아버지]를 죽인.

 

치매가 걸린 시아버지의 잘못에 대한 분노를 며느리에게 무라하치부[村八分]를 가하면서 해소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너를 가르는 흑백논리에 따라 외지인이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뭔가 마음이 삐뚤어져 보인다.

40년이 넘게 마을 구성원으로 살아온 할머니를 한 순간에 외지인으로 취급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독일에 융화되어 살아가던 유대인까지 배격하던 나치즘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충분히 정상참작을 받을만한 상황에서 할머니는 ‘저는 제 의지로 시아버지를 죽였습니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기꺼이 징역형을 선고 받는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오지 못하고 옥중(獄中)에서 폐암으로 사망한다. 그녀는 살인을 통해서라도 경계선 안의 마을만 수호하는 도조신(道祖神)2)같은 마을 사람들의 형식적인 일부가 되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게 된 그녀의 상황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니, 그렇게 말한다면 거짓말일 수 밖에 없다. 단지 ‘오죽했으면…….’라고 할 수 밖에.

 

 

남을 위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수 있을까?_[목격자는 없었다]

 

두 번째 단편 [목격자는 없었다]의 주인공은 영업성적이 형편없는 영업사원 가쓰라기 슈야(이하 ‘슈야’)입니다. 그는 발주처에서 1개만 주문한 삼나무 테이블을 11개로 기입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잘못을 고백하는 대신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는 선택을 합니다. 영업사원이나 대리점주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허위 매출을 발생시키고, 실물을 덤핑 판매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불과 몇 백만 원 혹은 몇 십만 원의 매출 차이로 몇 천만 원의 인센티브를 놓칠 상황에 처하면, 뻔히 잘못인 줄 알면서도 허위 매출과 덤핑 판매의 유혹을 거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슈아가 발주처 직원으로 위장해서 잘못 주문된 10개의 삼나무 테이블을 자신의 개인 돈으로 수령하여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슈야가 귀가하는 과정에서 승용차와 밴의 추돌사고를 목격했는데, 뉴스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그 추돌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꿨고, 슈야가 그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라는 점이다.

 

부탁이니 회사에는……”

문의하면 곤란한 일이라도 있나요?”

흡, 하고 목구멍에서 숨이 빠져 나왔다.

  • 이 여자는 전부 알고 있는 것 아닐까.

내가 그 자리에 있던 목격자라는 것. 운송 기사와 오타니를 속였다는 것. 실수를 은폐하려 했다는 것. 뭔가 실언을 한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다 알고 온 걸까.

슈야는 여자의 팔을 놓고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무례하게 대응한 점은 사과 드리겠습니다.”

사과는 필요 없어요.”

여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목격자의 증언만 받으면 돼요.”

그건 안 됩니다.”

그렇게 대답한 순간 여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 당신이 목격자군요.”   [p. 110]

 

이런 상황에 처하면 당신은 자신의 실수를 드러내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찰에 사건의 진실을 제보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군가의 인형이 아니야_[고마워, 할머니]

 

세 번째 단편 [고마워, 할머니]에서는 외손녀 니시카와 안(이하 ‘안’)을 잘나가는 아역 배우로 만들기 위해 매니저가 되어 모든 것을 통제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안이 아역 배우가 된 것은 오랜 외국 생활로 일본 생활이 익숙지 않은 그녀를 위해 할머니가 보여준 뮤지컬이 계기였다. 왜냐하면 그 공연에 등장한, 그녀와 동갑인 미쓰키를 보고 “나도 미쓰키처럼 되고 싶어.”라고 말한 것을 할머니가 아역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후 할머니는 아역 배우로서의 삶을 1순위로 두고 외손녀의 삶 전체를 통제한다. 학교도 거의 안 보낼 정도로.

누가 봐도 이런 삶이라면,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동학대를 자행하는 할머니는 자신이 손녀를 위해 희생한다고 여겼다.

 

할머니는 안을 보살피는 게 삶의 보람이란다. 그래서 안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도 기뻐. 안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될 만큼” [p. 177]

 

결국 할머니가 만든 틀 안에서 살아야 했던 안은 두 사람의 관계를 예정된 파국으로 이끌었다.

다솜아동청소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신정희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자신의 결정이 아닌 부모가 만들어준 틀 안에 갇힌 아이는 자아가 없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존감, 자신감이 낮고, 본인의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과 자제, 통제력 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3)

 

 

아이를 사랑해서 학대하다_언니처럼

 

네 번째 단편 [언니처럼]에서는 시마 나오코(이하 ‘나오코’)가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언니 미카미 사토코가 절도 혐의로 체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내내 두려웠다.

언젠가 언니처럼 되는 건 아닐까. 언니처럼 남의 신뢰를 저버리고,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지는 않을까. [p. 242]

 

결국 지나친 강박에 의한 피해 망상 속에서 나오코는 세 살배기 딸을 학대한 끝에 계단에서 떨어져 죽게 만든다. 어쩌면 아이를 사랑하는 평범한 엄마였을 나오코가 언니의 체포를 계기로 아동학대범으로 변하는 심리적 변화가 너무 현실적이었다.

 

 

걸작을 위해 비극이 필요하다_그림 속의 남자

 

마지막 단편 [그림 속의 남자]는 범죄행위에서 영감을 얻는, 김동인의 <광염(狂炎) 소나타>의 주인공 백성수처럼 비극적인 사건에서 영감을 얻는 화가 아사노미야 니가쓰(이하 ‘나가쓰’)에 대한 이야기다.

행복해지자, 슬럼프에 빠져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던 나가쓰[二月]는 그녀의 생일날, 깜짝 생일을 준비하기 위해 혼자 남았던 아들 다케루를 화재로 잃는다. 그녀가 온몸에 큰 화상을 입으면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아들이 불길에 휩싸여 타 죽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비극이 걸작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 1892~1927]의 단편 <지옥변(地獄變)>의 한 장면처럼.

 

화상 흉터가 남은 핼쑥한 얼굴과 가죽이 뼈에 달라붙은 몸만 보면 분명 병자였지만, 붓을 쥔 선생님의 모습에서는 신기하게도 생기가 넘쳐나는 것 같았습니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으로 마치 캔버스에 달라들 것처럼 붓과 팔레트나이프를 휘두르셨죠. 캔버스를 문지르고 긁는 소리만이 정적 속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저는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연달아 그림 석 장을 그리신 후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완성된 그림은 전부 지옥도였습니다. 화염에 휩싸여 절규하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은 귀기를 띤 선생님의 모습 이상으로 굉장했습니다. [pp. 283~284]

 

만약 <광염소나타>의 주인공 백성수나 <그림 속의 남자>의 니가쓰처럼 범죄를 저지르거나 비극을 겪어야 걸작을 내놓을 수 있는 불완전한 천재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왜 살인을 하는 것일까

 

이해가 가지 않는 동기였다? 그야말로 흔한 일이죠. 애당초 살인자가 만인이 이해할 법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게 더 이상합니다. 금전이 목적이었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 듯한데 그게 정말로 이해가 되는 동기일까요? 액수에 따라 다르다고요? 그럼 얼마 정도면 사람을 죽일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p. 251]

 

살인의 동기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죠. 어쩐지 그럴싸하다 싶은 건 그저 전례가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돈 때문에 남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인간이 많기 때문에 그런 동기는 보통이라고 인식하는 것 아니겠어요? 돈이 궁했다, 원한을 품었다, 비밀이 폭로될 뻔했다……. 이러한 사연 자체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래서 죽였다는 말에 순순히 수긍하는 건 결국 남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본바탕이 아무리 상식적인 사람이라도, 사람이 보통은 넘을 일이 없는 살인이라는 선을 넘은 순간에는 비정상이었고, 그 비정상은 당사자가 금기를 어길 만큼 절실한 동기에서 비롯됐으리라고 억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p. 252]

 

 

* 이 리뷰는 검은숲으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 무라히치부[村八分]은 일본 에도[江戶] 시대에 촌락 공동체의 규칙 및 질서를 어긴 자에 대해 집단이 가하는 제재행위를 가리키는 속칭이다. 지역사회에서 특정 주민을 배척하거나 집단에서 특정 멤버를 배척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향신문의 2021년 5월 26일 기사에 의하면, 오이타 지방법원 나카쓰 지부에서 귀촌(歸村)한 남성이 전직 마을 대표 3명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마을 대표 등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무라히치부라고 판단, 143만 엔의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2) 도조신(道祖神)은 일본의 전통신으로 악령이 침입하는 것을 막고 통행인이나 마을 사람들을 재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마을 입구 등에 모셔진다.

3) 이유주, “부모의 욕심이 만든 아동연예인… 아이의 행복은?”, <베이비뉴스> 2016.07.18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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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Aslan

    흥미로운 책이에요^^
    감사하니다 엘프님

    2021.12.02 16:2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미스터리/추리 소설 작가라는 데, 에밀 졸라나 염상섭 같은 자연주의 소설의 냄새도 나는 묘한 책이었답니다.

      2021.12.02 19:27
  • 문학소녀

    추리 소설 작가의 여러 단편들을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인간의 선을 넘은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고민하게 해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늘 좋은 리뷰로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물의요정님^~^

    2022.04.22 09: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어떻게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살인이라는 금기를 어기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문학소녀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리라 생각합니다.
      2. 늘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문학소녀님.^^

      2022.04.2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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