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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치활동

[도서] 기업정치활동

윤홍근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왜 ‘기업정치활동’이라고 표현한 것일까

 

기업정치활동(corporate political activity)’이라고 하면 기업 혹은 기업인이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런 해석은 정치활동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따라 틀린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치활동인가? 이것은 주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소 다르다고 생각한다. 먼저 주체가 개인이라면, 투표, 정당 가입, 정치인 접촉 등의 행위로 표현되는 제도적 참여와 진정서 서명, 시위, 가두 점거, 슬로건 페인팅, 플래시몹 등으로 대표되는 저항적 참여가 있다. 여기에 소비자 운동, 불매운동, 인터넷 토론, 홈페이지에 배너나 리본 달기 등의 표현적 참여1)까지 포함할 수 있다.

그런데 주체가 기업, 즉 법인(法人)이 될 경우 앞에서 언급한 개인적 정치활동을 시행하기가 곤란하다. 이럴 경우에도 정치활동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결정권자에게 이익과 입장을 담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업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행위가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비(Lobby)’ 혹은 ‘청탁’에도 부정적 이미지가 짙게 배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불법 로비’라는 말에 거부감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이유를 감안해서 저자도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로비’ 대신 ‘기업정치활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다른 나라의 기업정치활동은 어떠한가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정치활동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먼저 기업정치활동, 즉 기업 등 이익집단의 정책과정 참여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 즉 로비 관계법을 들 수 있다. 그 규제의 강도를 기준으로 보면, 로비활동을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적 청원권의 한 형태로 인정하면서도 고강도 규제를 하는 미국의 ‘로비활동 공개법’(1995)과 이를 보완하는 ‘입법 투명성 및 책임성 법’(2006) 및 ‘신뢰리더십 및 정부공개법’(2007), 상업 목적의 전문 로비스트만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아주 낮은 강도의 최소 규제를 하는 영국의 ‘로비법’(2014)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정부기관을 상대로 이루어지는 정치활동에 대해 ‘로비활동’이라는 개념이 통용되고 있으며, 명함에도 당당하게 ‘등록 로비스트’라고 기재할 정도다.

 

미국에서 로비활동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여 공개하고 있는 ‘책임정치센터’의 발표에 의하면 업계 단체와 개별 기업, 로비회사 등에서 연방 정부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수행하는 등록 로비스트의 수는 최대 14,000명(2007)에 이른다. 이들에 의해 의원 등에게 제공되는 선거 캠페인 등 정치후원금은 매년 그 총액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선거가 있는 해를 기준으로 가장 많게는 337억 달러(2017)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현재 등록 로비스트 수는 11,500명으로 줄었으나, 이들에 의해 350억 달러 정도의 총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되어 있다. 유럽 등지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의 관점에서 직업 로비스트들에 의해 수행되는 기업정치활동은 미국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이면서, 확고한 정치적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p. 55]

 

반면 유럽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시민 개개인들이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매우 낯선 일로 받아들여져 왔다. 자신들이 속해 있는 단체나 조합을 통해 여론이 조직화 되고, 정책협의제 등 이미 제도화 되어 있는 절차적 기제를 통해서 정책적, 정치적 선호를 국정에 반영하는 오랜 전통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 중략 ~

유럽 국가에서 로비활동 제도화를 추진한 주요 이유는 투명성 제고나 부패 방지 보다는 경제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재계 인사와 입법부 의원들 간 교류 접촉을 확대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들 국가들에서 로비스트 등록제도는 재계 인사들로 하여금 의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로비스트 등록제도는 재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의회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의사당 출입패스를 발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pp. 84~85] 

 

이처럼 미국과 유럽의 로비활동은 방향성이 다르다.

첫째, 미국은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는 로비활동이 일반적이지만,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선거 공영제 원칙이 적용되어 ‘돈’의 위력이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둘째, 미국에서는 변호사 등 법률가들이 로비활동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이는 이해관계와 입장이 다른 쌍방이 경합하면서 어느 일방의 주장이 받아들이는 ‘대심주의(對審主義)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럽, 특히 EU기관에서는 하나의 정책이 결정되기까지 많은 단계와 여러 수준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입장을 끝까지 관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안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현장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문에 응하는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셋째, 미국에서는 기업 조직 내부 구성원들과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을 교육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로비를 진행한다. 반면 유럽, 특히 EU기관에서는 27개 회원국과 23개의 공식 언어를 감안하면 대중 동원을 통한 여론 조성 전략이 효과적이기 힘들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따로 로비관계법이 없고, 다양한 법률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다. 그리고 ‘대관(對官) 활동’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기업정치활동은 정부기관의 소통이 주목적인 정보전략적 접근법에 치중하고 있으며, 정부기관의 힘을 빌려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동기가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p. 199]

 

또한,

정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수록 정치적 활동은 기업의 우선적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정치적 활동의 비중이나, 활동양식 및 방법은 나라마다 정부-기업 관계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정부와 기업이 오랫동안 상호불신의 대립적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에서와 상호조정의 협력적 관계를 잘 발전시켜 온 나라에서의 그것이 같을 수는 없다. 개벌 기업 단위의 정치적 활동이 보편화된 나라가 있는가 하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모인 업계 단체나 연합체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행하는 나라들도 있다. 기업의 정치적 활동에 관한 규범과 제도가 잘 발달한 나라도 있고, 비공식적인 사실상의 활동만이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국가들도 있다. [p. 120]

그 결과

조사연구에서 한국 기업들은 대관활동에 매우 적극적이고,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국기업의 대관업무 수행자의 30% 이상은 대관업무 부서를 전담하는 부서에 소속되어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대관활동을 전담하는 단위 조직을 가지고 있다.

~ 중략 ~

이를 통해서 한국 기업들의 대관활동, 즉 기업정치활동이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고, 상시적인 업무 활동으로 수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p. 242] 

 

따라서 한국에서 기업이 생존하려면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대관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정치활동의 지향점

 

그렇다면 한국의 기업정치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로비관련법을 일원화, 법제화해야 한다.

청원법, 국회법, 행정절차법, 변호사법, 형법, 공직자윤리법, 정치자금법, 부패방지법,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공무원의 청렴 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범률) 등으로 흩어진 법령을 묶어 기업정치활동의 또 다른 축인 로비스트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규제하는, 하나의 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둘째, 로비스트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의하고, 등록 의무를 지는 로비스트의 범주를 확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직윤리법 등의 중대 위반으로 법적 제재를 당했거나 부정부패로 사법적 제재를 당하는 등의 결격자가 로비스트가 될 수 없도록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로비 대상이 되는 정부기관의 범위의 특정화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입법부의 국회의원과 입법 기능을 지원하는 의원보좌관,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에 배치된 전문 위원 등과 행정부의 중앙행정기관과 이에 준하는 정부기관의 국장급 이상의 고위급 공무원으로 한정하지 않으면 로비의 일상화, 로비 경쟁의 심화 및 이에 대한 대응 때문에 원활한 행정 작용이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장급까지 포함한 이유로는

미국의 경우보다도 법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체계상 국장의 전결사항이 많다는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중앙 행정기관의 국장은 정책조정자로 기능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장은 우선 하나의 정책 사안이 추진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것이 부처 내 다른 정책과 어떻게 하는 것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혹은 기존의 다른 정책과 상충하는 바는 없는지 검토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국장은 부처 간 정책조율을 맡는 공식적인 책임자이기 때문에 로비활동의 집중적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pp. 350~351]

 

 

1) 정치참여의 유형과 예시는 김한나, “정치참여의 다양성과 심리적 조건: 내적효능감과 정부신뢰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제25집 제1호(2016), p. 86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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