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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렇게 말했더라면

[도서] 그때 이렇게 말했더라면

몰리 하우스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실수하거나 잘못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소한 계기로도 쉽게 어긋나곤 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후다. 한번 삐끗한 관계를 원상 복구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외면하고 방치하거나, 상대가 먼저 손 내밀어주길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사과, 즉 저자가 말하는 ‘좋은 사과(Good Apology)’를 제 때에 했다면, 화해할 수도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곤 한다.

 

 

좋은 사과 대화법’이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좋은 사과’는 단순히 잘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하는 행위가 아니다. 진정한 대화를 시작하는 하나의 방식이자, 마음의 무거운 짐을 덜고 타인과 자신에 대해 깊이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성숙한 관계 맺기의 과정이다.

 

단순히 잘못한 부분만을 가지고 ‘미안해(I’m sorry)’라고 말하거나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똑같은 ‘미안해(I’m sorry)’라고 해도 모두 같은 사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첫째, 형식만 사과인 ‘가짜 사과’가 있다.

전 미국 부통령 조 바이든은 그가 이끌던 상원 법사위가 아니타 힐(Anita Hill)을 부당하게 대우한 데 대해 그녀에게 사과를 빚지고 있다고 많은 사람에게 말하고 다녔다. 1991년 대법관 후보인 클래런스 토머스(Clarence Thomas)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을 때 법사위원회는 토마스 판사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아니타 힐을 무자비하게 몰아붙이며 모욕했고, 그런 그들의 행동은 공격적이고 무례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실상 바이든은 자그마치 28년 동안 그녀에게 사과를 하려는 시도조차 한 적이 없다. 아니타 힐이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니 바이든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 중략 ~

그가 힐에게 사과를 시도한 것은 2020년 미국 대선에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로 선언했을 때였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심각할 정도로 부적절했다. 바이든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데에는 무관심했다. 그는 “힐이 겪어야 했던 일”에 대해 애석하게 생각하며 동료들이 “그녀를 그렇게 대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pp. 182~183]

 

둘째,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만 한 사과가 있다.

머라이어는 무리한 일정 때문에 항상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그녀는 간간이 제임스에게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늘 억지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반응은 항상 똑같았다. 머라이어가 이런 일을 감당해야 해서 너무 가슴 아프고 미안하며 그녀는 이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p. 243]

 

셋째, 진심을 담기 위해서는 표현법을 세심하게 고르고, 추후에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좋은 사과’가 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1971~) 총리의 사과가 좋은 예가 된다.

(그는) 캐나다 의회에서 매우 감동적인 연설을 하며 LGBTQ21) 시민에 대한 국가의 잘못된 행위를 일일이 열거했다. 냉전 시기에 시작되어 1990년대까지 이어진 캐나다의 억압 정택은 많은 이들의 삶을 파괴했고 심지어 ‘동성애자 숙청’에까지 이르렀다. 총리는 정부의 죄목을 낱낱이 읊으며 명백한 감정을 실어 “죄송합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생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재정적 보상과 법률 개정을 약속2)했다. [p. 114]

 

(그는 성 소수자 외에) 국가로부터 피해를 입은 다른 집단에게 진심 어린 유감과 공감을 표현할 때, “나는 미안합니다(I’m sorry)”라고 말함으로써 의인화된 국가를 대변해 책임을 인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p. 115]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단계 ‘말할 때가 아니다. 가만히 들어라’에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질문한다. 예를 들면, “내가 네 마음을 상하게 했구나. 다시는 그러지 않게 더 자세히 말해줘”처럼.

작가 겸 수필가인 레슬리 제이미슨(Leslie Jamison)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려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만큼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남에게 공감하려면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잘 알고 친한 사이라도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문제에 대해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려면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다. 새로 얻은 지식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다지고, 오랫동안 지속됐던 잘못된 패턴을 바로잡을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마고도 어쩌다 두 사람이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면 애니에게 직접 물어봐야 했다. [p. 129]

 

2단계 ‘말은 어떻게 진심이 되는가’에서는 상대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명확하고 진솔한 언어로 후회와 반성을 전달한다.

해리와 처음 대화를 나눈 뒤, 데이비드는 그때 해리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물었고, 해리는 그렇게 물어주어 고맙다며 다정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는 그날 거칠고 떠들썩한 장난 때문에 다소 마음이 상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해리는 데이비드와 제이크의 행동과는 별개로 그 집을 떠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데이비드에게 털어놓았다. 이제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개인적이고 친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행동을 변명할 수도 있었다. 잘못한 일도 없고 그저 좋은 의도로 농담을 했을 뿐이었다고, 멜라니는 항상 호들갑만 떠는 데다 그녀도 그녀의 고모도 그 자리에 없었으니 실제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지도 못한다고, 제이크도 자신과 함께 농담을 했다고, 그러니 해리는 그런 말에 상처를 입을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그러지 않았다. 자기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다소 나쁘긴 했지만 그래도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리와의 관계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멜라니가 과장을 했든 안 했든 호들갑을 떨었든 말든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데이비드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 사과했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다시 균형과 편안함이 찾아왔다. 그들은 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pp. 177~178]

 

3단계 ‘갚을 건 갚고, 깔끔하게 바로잡기’에서는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이나 문제 해결을 통해 관계를 바로잡는다.

조지타운 대학교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올바른 일을 하고 싶을 때에도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에 연락을 취하고 그 사람의 의견을 확인해봐야 한다. 당신이 피해를 입힌 사람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은 형벌이 아니다. 신뢰와 의사소통의 새로운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배상과 관계 복구를 위해 노력하며 창의적인 협력 관계를 쌓아 올려라. [p. 222]

 

4단계 ‘결코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에서는 추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계획을 세워 실천한다. 이는 인간이 기존의 생각과 행동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에,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날 애니와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 마고는 애니가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상처를 입었다. 처음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까 했지만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애니에게 방금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지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두 사람은 마고가 전과 다른 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해졌다. 마고는 이제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그녀의 감정이 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마고는 단순히 행동을 바꾸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째서 그런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자 했다. 그녀는 나와 함께 전에 애니에게 보낸 이메일을 살펴보며 자신이 얼마나 ‘심술궂게 굴었는지’ 깨닫고 깜짝 놀랐다. 마고는 연락을 계속하고 싶다는 애니의 말에 과민 반응한 이유가 친구의 순수한 마음이 거슬렸다기보다 실은 과거에 경험한 어머니의 지나친 참견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니 뿐만 아니라 자기도 ‘예산 일’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깨우침은 마고의 관점을 변화시켰고 더 큰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누구나 그러듯이 마고는 앞으로 언제든 실수를 저지르겠지만 아마 똑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는 않을 것이다. [pp. 251~252]

 

 

우리는 왜 사과하기를 어려워할까?

 

이제 우리는 좋은 사과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좋은 사과를 할 수 있는지 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관계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사과하지 못할까?

 

첫째, 내가 사과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즉, 상대가 잘못한 일이나 자신의 상처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하다 보니, 내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저널리스트 캐스린 숄츠(Kathryn Schulz)가 종종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의 잘못이 명백할 때조차도 자신이 옳다는 것을 확신한다. [p. 62]

고 말할 정도다.

 

둘째, 사과하는 방법을 모른다. 자기 잘못을 직시하고 적절한 사과를 해서 손상된 인간관계를 바로잡고자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혹은 워낙 가까운 사이니까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 여겨서 흐지부지 넘어간다. 그렇다고 반사적으로 ‘미안해(I’m sorry)’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행동이 진정한 사과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1) LGBTQ2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퀴어 등 성 소수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2) 2016년 발의되어 2017년 통과된 캐나다 인권법 및 형법 개정 법률[Bill C-16]에서 성 정체성을 인권법상의 보호 대상으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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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waterelf님이 서두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이기에 저또한 과거를 돌아보면 크고 작은 실수도 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던 같아요. 당시 사과할 기회를 놓쳐서 마음 속에 오래 남은 경우도 있구요. 사과는 타이밍과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도움되는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waterelf님. 잘 지내셨죠? 너무 오랜만에 댓글을 남기네요. ㅎ
    건강 잘 챙기시구요. 새로운 한 주도 활기차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2022.05.15 23: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추억책방님의 말씀대로 사과는 타이밍과 방법이 중요하죠.^^
      2. 추억책방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가 되시길... ^^*

      2022.05.16 07:24
  • 문학소녀

    물의요정님^^

    <그때 이렇게 말했더라면> 이 책의 내용을
    자세하게 올려주신 리뷰를 읽으면서 앎이란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역시도 쉽게 미안해라는 말은 달고 사는데,
    진정한 사과의 말이 아닌 형식상의 말이었음을 반성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용서가 정말 힘들지요~!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상대방이 용서를 구하게 되면
    쉽게 마음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의 문이 더 닫혀지게 되는 것을
    깨달았지요~!

    자세하게 올려주신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물의요정님^~^

    2022.05.16 20:3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문학소녀님의 말씀대로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미안해' 같은 말로 용서를 구하면 오히려 관계의 문이 더 닫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2. 문학소녀님의 응원과 격려에 감사합니다.*^^*

      2022.05.16 21:11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오랜만에 반가운 마음에 한 줄 적고 갑니다 ^^

    2022.05.19 13: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부자의 우주님! 저도 반갑습니다.^^

      2022.05.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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