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체보기
블로그 전체검색
신은 언제나 익명으로 여행한다

[도서] 신은 언제나 익명으로 여행한다

로랑 구넬 저/김주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죽음으로부터의 귀환

 

물네 살 청년 앨런 그린모어는 지금까지의 초라한 삶에 대한 앙갚음으로 화려한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에펠 탑으로 갔다. 먼저 에펠 탑 2[한국식으로는 3]에 있는 쥘 베른(Le Jules Verne) 식당의 여자 화장실을 지나,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써있는 작은 방의 창문을 통해, 철근으로 된 장선(長線, joist)1) 위에 발을 딛고, 한 걸음씩 착실하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오늘밤 에펠 탑과 나는 완전히 하나이다. 나는 지금 금빛의 철근 위를 걷고 있는 중이다.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묘하고 매력적인 맛의 습하고 미지근한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내 발 밑에, 그러니까 123미터 아래, 파리가 내 눈앞에 길게 펼쳐져 있다. 파리는 내가 자신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피가 대지를 비옥하게 적셔주길 바라며 그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고 있다.

한 발 더……

지금의 이 행동은 내가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결단을 내리고,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이다. 목표도 의미도 없는 삶을 조용히 끝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삶은 수고할 가치가 있는 거라곤 단 한 가지도 내게 허락해주지 않았다.2)

 

음과 입맞춤하려던 순간 그의 눈 앞에 잔기침 소리와 함께 이브 듀브레유(=이고르 듀브로프스키)라는 인물이 나타나 그에게 제안을 했다.

자네가 바른 길로 들어서도록, 제대로 자기 삶을 이끌 수 있는 남자가 되도록, 자기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그래서 자네가 행복해지도록 만들어주겠네. 그 대신 자넨 내가 말하는 모든 걸 행해야 해. 삶 속으로 …… 뛰어들라는 소리지.3)라는.

진리를 탐구하다 절망한 파우스트 박사가 메피스토펠리스의 거래를 받아들였듯이, 의미 없는 삶을 끝내려던 앨런 그린모어도 이브 듀브레유의 매혹적이고 기이한 제안을 수락한다.

 

 

첫 번째 과제, 타인의 의견과 다른, 자신의 의견을 단호하게 이야기 하라.

 

런 그린모어의 과거를 들은 이브 듀브레유는 앨런 그린모어에게 “(자네의 경우, 핵심이 되는 문제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었어. 자네가 그걸 의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넨 자신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표현하지 못하고 있더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뜻을 거스르는 것과 솔직하게 거절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지. 한마디로 진짜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않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워서 그들의 뜻에 따라 행동하고 있단 말이네4)라고 지적하면서 거절할 수 없는 첫 번째 과제를 내주었다.

그것은 자네 의견이 타인의 의견과 불일치할 수도 있다 사실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것과 당당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반대의견을 말하는 것을 배우는 걸세.5)였다.

 

번째 과제를 위해 매일 빵집에 가서 주문한 것을 두 번 취소한 뒤 사는 일을 2주간 반복한 끝에 앨런 그린모어는 낯선 사람에게 그 사람의 의견과 다른 자신의 의견을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제 앨런 그린모어는 더 이상 누군가의 추종자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과제,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지 마라.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행동을 하더라도 행동의 주체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가 다르고, 또 다르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데 여기에는 행동의 주체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런 그린모어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안 그러면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 같다고 여겨 스스로를 타인의 평가에 얽어맨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 늦게 퇴근하다가 어쩌다 한번 일찍 퇴근하는 것조차 상사로부터 불쾌한 지적을 받게 된다. 결국 스스로 희생자를 자처하는 셈이 되니 행복해질 수 없을 수 밖에. 행복한 희생자란 환상 속에서나 존재하니까.

 

 

세 번째 과제, 타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쳐라.

 

차례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앨런 그린모어에게 주어진 세 번째 과제는 상사들(팀장과 부장)으로부터 꼭두각시라는 단어가 나오도록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의 과제들과 달리 이번 과제는 앨런 그린모어에게 이브 듀브레유의 의도에 대한 의문을 짙게 만들었다. 그는 누구이며,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 역시 나의 연약함에 이끌려 내게 접근한 악한은 아닐까?6)

 

쨌든 세 번째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쓰는 역지사지(易地思之)”였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에게 이해 받기를 원하기 전에 먼저 상대를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그가 행동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세계 속에 들어(간다는 것)7)을 의미한다.

그렇게 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의 세계를 껴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당신은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웃의 세계를 껴안아라, 그리하면 그 세계가 네게 열릴 것이다

 

설 속에서 프랑스 정신분석학계의 중심인물이었던 자크 라캉의 질투를 자아낸, 빛나는 재능과 막대한 유산을 가졌던 정신분석학자였던 이고르 듀브로프스키(=이브 듀브레유)가 내세운 마지막 과제를 오해한 앨런 그린모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덩케르 컨설팅의 회장 자리에 입후보한다.

 

이브 듀브레유(=이고르 듀브로프스키)의 의도는 당()나라의 임제 선사(臨濟 禪師; ?~867)

逢佛殺佛하며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逢祖殺祖하며 (조사8)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逢羅漢殺羅漢하며 (아라한9)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이고),

逢父母殺父母하며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 중략 ~

始得解脫하야 (그래야 비로소 해당하여)

不與物拘하고 (사물에 구애되지 않고)

透脫自在니라 (투철히 벗어나서 자유 자재하게 된다.)”라고 말한 것처럼 여러 차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앨런 그린모어가 이제는 자신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때가 되었다고 판단해서 그러한 과제를 제시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웃의 세계를 껴안을 수 있게 된 앨런 그린모어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해서 덩케르 컨설팅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 덩케르 컨설팅이라는 상장회사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고 자유롭게 되었는지 혹은 행복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더 이상 과거와 달리 타인의 시선에 얽매인 삶에서 벗어난 것은 확실해 보인다.

-----------------------------------

1) 건물을 지을 때 천장이나 바닥 등을 받치는 들보

2) 로랑구넬, <신은 언제나 익명으로 여행한다>, 김주경 옮김, (열림원, 2012), p. 8

3) 로랑구넬, 앞의 책, p. 28

4) 로랑구넬, 앞의 책, p. 51

5) 로랑구넬, 앞의 책, pp 51~52

6) 로랑구넬, 앞의 책, p. 230

7) 로랑구넬, 앞의 책, p. 153

8) 조사(祖師) : 1(), 1()를 세운 승려

9) 아라한(阿羅漢) : 나한(羅漢), 응공(應供) 등으로도 불리는, 깨달음에 이른 경지에 도달한 성자(聖者).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2

댓글쓰기
  • 노란토끼

    보기에 아주 창의적인 책이네요!! ^^;; 리뷰만 보면 책이 완전 멋진듯 느껴집니다~

    2012.07.23 10:0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책소개에 의하면 "심리치유소설", 즉 심리치료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담았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 창의적이고 독특한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하지만 저는 "심리치유소설"이라기 보다는 "자기계발 소설"로 읽히더군요.^^;;

      2012.07.23 21:56
  • 초보

    다른것은 몰라도 세가지 과제라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나 두번째...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난다는 것....그것 힘드는데.....쩝~

    2012.07.25 06: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아무래도 "심리치유소설"이라서 그런지 세 가지 과제 모두 현대인에게 해당되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뒤로 갈수록 달성하기 어려운.
      2. 타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단순히 기교를 통한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변화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전제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면,
      저에게는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타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어려워보입니다.^^

      2012.07.25 23:11
  • 벤투의스케치북

    이주의 리뷰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waterelf님 특유의 스타일이 잘 발휘된 글이라 생각합니다...

    2012.07.31 19:4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흔적님의 축하와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2012.07.31 21:3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