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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가게

[도서] 시간가게

이나영 글/윤정주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시작, 악마(?)와의 계약.

 

작스런 교실 대청소로 학원버스를 놓쳐버린 윤아는 학원에 늦지 않기 위해 달려가다가 길을 묻기 위해 시간 가게를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아주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시간 가게의 주인처럼 보이는 할아버지와 시계를 매개로 진심으로 행복했던 때의 기억을 대가로 하루에 10분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거래를 한 것이다.

 

하루에 10.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무한경쟁의 정글에 내던져진 아이들에 있어서 그 10분은 절대적인 힘을 가져다 주는 마법의 도구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겨우 그거예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무려 시간을 주면서 그 대가가 행복했던 기억이면 된다니…….1)라고 말한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등학교 2학년 때 아빠가 위암으로 죽은 후,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그녀는 엄마가 바라는 대로 국제중, 특목고에 가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다. 아니 꿈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 이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전교 1등을 해서 국제중, 특목고에 가는 것이) 엄마와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전교 1등이 되는 것이) 발이 퉁퉁 붓도록 일하고 고지서를 보며 한숨짓는 엄마에게 내가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2)

그렇기에 윤아는 전교 1, 영어인증시험(TEPS) 고득점 등 시간 가게에서 받은 시계의 힘으로 만든 선물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그 선물들이 가져다 주는 엄마의 미소와 칭찬을 버릴 수가 없었다.

 

지만, 시계에 매달릴수록 윤아는 깨달았다. 마치 누군가가 지우개로 내 머릿속을 지운 것처럼, 내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 잘 기억나지 않고 소중한 사람은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을.

행복해지기 위해 진심으로 행복했던 때의 기억을 주고 시간을 샀던 윤아는 이제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팔아 행복한 기억을 사는 계약을 체결하고 만다.

 

마와의 계약은 계약자가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윤아와 시간 가게 할아버지의 계약도 이런 종류의 비틀린 계약이었다. 그렇기에 윤아는 자신의 시간을 지불했지만,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한 기억이 받았을 뿐이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지만, 자기 아이의 성적이 엉망인 상황에서 웃고 있을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윤아의 엄마처럼 모든 것을 자녀의 성적과 관련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윤아는 모든 것이 시험 성적에 따라 달라졌다. 용돈도 자유 시간도 심지어 잠자는 시간까지도 성적이 좋을 때 잠깐씩 부릴 수 있는 여유3)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결과만을 중시하다 보니 행복이 성적순이라고 여길 수 밖에.

물론 여기에 가장의 죽음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 윤아네의 특수한 사정이 작용한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국의 학부모들은 어느 정도 윤아의 엄마와 같은 모습이 있다. 그렇기에 윤아의 경우처럼 신기한 시계가 있다면 자신을 만년 2등으로 만든 수영이의 수학시험지 답을 커닝해서 전교 1등이 되거나 다른 이의 영어인증시험(TEPS) 문제지를 베끼는 유혹을 이기기 힘든 것이다.

 

행히도 윤아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4)생각하게 되었고, 더 이상 가짜 시간과 기억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흐르는 물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과 기억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자, 윤아는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해 과감하게 시간과 기억을 교환하는 시계를 부숴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겨우 윤아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부모의 보호 하에 카펫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사회라는 가시밭길을 걷기 위한 작지만 위대한 발자국을 남긴 것을 의미한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인생을 전적으로 남을 위한 인생,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으로 만든다면 너무나 서글픈 일이 아닐까?



1) 이나영, <시간가게>, (문학동네어린이, 2013), p. 17

2) 이나영, 앞의 책, p. 169

3) 이나영, 앞의 책, pp. 45~46

4) 이나영, 앞의 책, p.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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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보

    시간과 기억은 결코 되돌릴수 없다는 것.....아이들이 보면 좋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네요...
    헌데, 저도 내 시간의 주인은 나라는 사실을 자각해야는디......

    2013.02.08 06: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딸아이는 이 책을 보고 "무섭다"라고 평하더군요.^^;;
      2. 내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새 <모모>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내 시간의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처럼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씁쓸합니다.^^;;

      2013.02.08 07:2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