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 즐거운 고통
여행이 좋다. 아니, 낯섦이 주는 익명성에서 오는 자유가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전혀 모르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나를 얽매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에.
그렇다고 해서 1년간 벌어서 리우 카니발(Rio Carnival)에 다 써버린다는 브라질 사람들이나 1개월의 바캉스를 위해 11개월을 일한다는 프랑스 사람처럼 매년 여행을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회가 생기면 서슴지 않고 익숙한 곳을 떠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현실과 이상의 타협점을 찾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게 된다.
아무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떠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름대로 여행지에 대해 조사를 한다. 그 과정은 지리 공부이기도 하고, 역사 공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생이었을 때 ‘지리’ 수업은 세계의 기후, 지형, 지하자원 등과 관련된 지명 및 그래프 등을 암기하는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특정 지역의 지형이나 기후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았지만,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까 그냥 넘어갔다.
<세계 지리를 보다>의 성격
그런데, 이 책, <세계 지리를 보다>는 묘하다. 지도에 요약정리 말풍선을 넣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부분이나 중간중간에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 ‘생각해보세요’ 코너는 이 책이 학습참고서임을 암시하고 있다.
말풍선 – 중국의 인문 자연환경
생각해보세요 – 세계의 공장 ‘중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찍은, 중국 4대 요리와 같은 사진들이나 “공정 무역은 저개발 국가의 빈곤 퇴치에 한몫을 하고 있어요.1)”와 같은 해요체의 설명은 이 책이 단순한 학습참고서 그 이상임을 암시하고 있다. 사진 – 중국 4대 요리 그런 의미에서 “여행자의 눈으로 본 세계 지리 책2)”이라는 저자의 표현은 이 책의 성격을 규정짓는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지리를 보다>의 구성
이 책은 1권은 세계 자연, 인문환경, 아시아를 다루는 1권, 유럽, 서남아시아를 다루는 2권,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를 다루는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이 관심이 가는 나라 혹은 방문하고 싶은 나라부터 살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억지로 혹은 의무감으로 하는 공부보다 좋아서 혹은 즐기면서 하는 공부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니 ‘공부’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하는 공부가 최선의 공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낯선 곳에 대한 지식욕을 충족시킬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나마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