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 교수는 그의 저서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에서 건축을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과 생활 그리고 그 사회의 부대낌, 사회가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고택(古宅), 즉 전통 가옥은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 대상이다. 뭐랄까...... 남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듯한 느낌?
책 소개를 보면 저자가 전국 곳곳에 있는 대표적인 고택(古宅) 27곳을 일일이 방문하여 쓴 글이라고 한다. 게다가 저자의 이야기뿐 아니라,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곁들여 있다는 것은 이 글이 막 잡은 생선의 팔딱 팔딱거림 같은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주제별로 솟을대문, 안채, 사랑채, 별당·정자·서재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러한 구성에서도 이상현 교수가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에서 “사랑채와 행랑채, 그리고 사랑채와 바깥 들녘 간의 공간 구조는 각각의 공간을 차지한 사람들의 역할을 확실하게 구분해준다. 공간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대를 두고 길들이기를 하고 길들여지기를 반복한다”고 언급한 것이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아직 책을 읽지 않아 모르지만, 그 구성만으로도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한국의 고택(古宅)들을 방문하면서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그가 본 것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한국의 고택(古宅)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