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전은 잃어버린 아이를 찾지만, 기차를 피하지 못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린잉쯔[林英子]는 식료품점에서 점원에게 노래를 불러야 보내준다는 놀림을 받고 있던 뉴얼[妞兒]을 옹호해주다가 친구가 되었다. 불쌍한 뉴얼은 양아버지에게 맞으면서 돈을 벌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돌아다녀야 했기에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받아야 했던 것이었다.
첫 만남 이후 린잉쯔는 우물가에서 뉴얼과 만나 놀았지만, 이러한 만남이 거듭되자, 뉴얼의 양아버지는 뉴얼을 혼내고 때리면서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하였다. 아마도 뉴얼이 린잉쯔와 놀면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바람에 린잉쯔는 우물가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뉴얼을 만날 수 없었다. 기다리다 심심해진 린잉쯔가 집으로 돌아가다가 미친 여자라고 알려진 훼이안 여관[惠安館]의 딸 슈전[秀貞]과 마주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알고 보니 슈전은 훼이안 여관에서 하숙 하던 베이징대학생인 쓰캉을 사랑하다 그에게 버림받고,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사오퀘이쯔[小桂] 마저 잃어버려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계속된 양부모의 학대에 지친 뉴얼은 친부모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때 린잉쯔는 뉴얼의 목 뒤 검은 반점과 뉴얼이 버려진 장소를 확인하고, 뉴얼이 바로 슈전이 애타게 찾는 사오퀘이쯔임을 깨닫게 된다.
이제 뿔뿔이 흩어진 가족 중 남은 하나인 쓰캉을 찾기 위해 뉴얼과 슈전은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들은 빠듯한 기차시간을 맞추려다 변을 당하게 된다.
상처 입는 두 사람을 보듬어 주려는 린잉쯔의 노력이 오히려 젊은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린잉쯔는 동불상을 줍고, 아저씨는 연행된다.
슈전의 유괴사건으로 기억된 사건 후, 린잉쯔 일가는 신롄쯔로 이사를 간다. 새로 이사간 집 주변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집과 잡초만 잔뜩 자라있는 널따란 공터가 있었다.
우연히 공놀이 하다가 그곳에 들어간 고무공을 찾으러 간 린잉쯔는 잡초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눈썹이 짙고 입술이 두툼한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입술이 두툼한 사람은 착하고 올바르단다.1)”라는 말이 떠올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아저씨가 어렸을 때 놀기를 좋아해서 학교도 마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매년 1등을 도맡아 하는, 자랑스런 동생을 뒷바라지할 수 있는 방법이 도둑질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몇 차례 만나 친숙해진 린잉쯔는 그에게 학교에서 배운 시,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를 알려준다.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푸른 바다 위에
흰 돛을 휘날리며.
황금빛 붉은 태양이
바다 위로 떠올라
바다를 비추고 뱃머리를 비추네.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2)
신의 장난이었을까? 그 아저씨의 동생은 린잉쯔가 다니는 창디엔 부속 초등학교 졸업생 대표였고, 린잉쯔가 방수포 꾸러미 아래 떨어진 작은 동불상을 주워 돌아오다가 사복형사에서 어디서 주웠는지를 말하는 바람에 그 아저씨는 경찰에 연행되어 가게 된다.
추억은 늘 아름답지는 않지만, 언제나 소중하다.
“겨울 햇살 아래 들리는 낙타의 방울 소리”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되는 이 짧은 동화는 저자인 린하이윈[林海音; 1918~2001]이 베이징[北京]에서 보냈던 여덟 살에서 열세 살까지의 경험을 글로 옮긴, 일종의 자전적 소설 성격을 가진 동화, <북경이야기[城南舊事]>의 첫 번째 권이다.
그 시절 베이징 거리를 생동감 있게 떠오르게 하는, 관웨이싱[關維興; 1940~]의 아름다운 삽화들이 돋보이는 이 동화는
“여름이 가고, 가을도 가고, 다시 겨울이 돌아왔다. 낙타도 다시 왔다. 하지만 한 번 가 버린 어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어린 시절 베이징 성 남쪽에서 보았던 그 풍경과 사람들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3)”라는 저자의 말처럼 내 마음 속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의 조각이다.
여기에 실린 두 편의 일화에서 린잉쯔가 만난 사람은 모두 불행해졌다. 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맞는다면, 린잉쯔는 어린 나이에 일종의 통과의례를 겪는 셈이다.
어쩌면 이런 아름답지 않은 추억들은 까치발을 하고서도 어른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린잉쯔가 치러야 할 대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후속편인 <아버지의 꽃은 지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에서 어떻게 린잉쯔가 성장해있을까 기대가 된다.
1) 린하이윈[林海音],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방철환 옮김, (베틀북, 2001), p. 119
2) 린하이윈, 앞의 책, p. 104
3) 린하이윈, 앞의 책, p.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