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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꿈

[도서] 서라벌의 꿈

배유안 글/허구 그림/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신라는 왜 삼국을 통일하려 했을까?

 

흔히 신라의 삼국 통일이라는 소제목으로 다뤄지는 사건은 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려 했는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만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 김춘추가 당()나라의 힘을 빌렸기 때문에 고구려 북쪽 땅을 잃었다는 불완전한 삼국 통일이 가져온 한계만 따지기 급급하다.

그렇기에 국정교과서에서는 삼한일통(三韓一統)’을 두고 그 한계성을 인정하되, “삼국이 지니고 있던 혈연적 동질성과 문화적 공통성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 민족 문화가 하나의 국가 아래 발전하는 계기1)라고 평가하여 민족의 융합 정도만 추가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시절에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2)는 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김춘추, 김유신으로 대표되는 신라의 위정자들은 왜 삼한일통(三韓一統)’을 대의(大義)라고 내세웠을까?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삼한일통(三韓一統)’신라에 의한 삼한일통(三韓一統)’만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만약 삼한일통(三韓一統)’이 그들의 기득권 전체를 포기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들이 삼한일통(三韓一統)’을 대의(大義)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지만, 그 통일은 대한민국이 주체가 된 통일이지, 북한이 주체가 된 통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그렇다면 자칫하면 도리어 국가가 멸망할 수도 있는 삼한일통(三韓一統)’을 왜 신라의 위정자들이 대의(大義)로 밀었을까?

만약 신라가 전국시대(戰國時代)를 종결시킨 진()나라처럼 압도적인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신라는 집에 들릴 틈 없이 우물 맛만 보고 다시 출정해야 했던 김유신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끝없는 전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 김춘추의 입장에서는 당()나라의 힘을 빌리는 것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아니 신라로서는 생존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라. 누군가 신라를 침략했기 때문에, 부모형제를 지키기 위해서 침략자들과 맞서 싸우자고 하는 것은 민초들의 동의와 협력을 얻기 쉽다. 하지만, 단순히 삼한일통(三韓一統)’을 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처 들어가는 것까지 대다수의 민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그렇기 때문에 삼한일통(三韓一統)’은 대의(大義)가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대의(大義)를 위해 나서야 하는 전도사인 용감한 화랑은 대다수 소년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닮고 싶은 롤모델이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신라 왕실과 귀족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사설단체였던 화랑을 지원하고 육성했던 것이다.

 

 

신라 민초의 대의는?

 

신라의 위정자들이 삼한일통(三韓一統)’을 대의(大義)라고 진심으로 믿었고, 또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내할 자세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라의 민초들도 그랬을까?

 

여기에 대해 이 소설의 주인공인 부소와 김춘추간의 문답은 그 해답을 암시한다.

 

저는 죽을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부소가 소리쳤다.

소인의 어미는 아버지도, 오라비도, 남편도 다 잃었는데, 그런데, 저까지 어떻게 죽어요?”

~ 중략 ~

춘추공은 부소를 한참 바라보더니 낮게 말했다.

그래서, 엄격한 군율도 신라군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대의도 너에겐 마른 삭정이처럼 가벼웠던 것이냐?”

저는 장수도 아니고 화랑도 아니에요. 대의가 다 뭡니까? 어머니 혼자 남겨 두고 대의 그까짓 게 뭐냔 말입니다.3)

 

아마도 그들 민초들에 있어서 대의(大義)격앙가(擊壤歌)”에서 그리는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

 

격앙가(擊壤歌)

 

일출이작(日出而作; 해 뜨면 일하고)

일입이식(日入而息; 해 지면 쉬고)

착정이음(鑿井而飮; 우물 파 물 마시고)

경전이식(耕田而食; 밭 갈아 내 먹으니)

제력우아하유재(帝力于我何有哉; 임금의 혜택이 내게 무엇이 있다너냐)

 

위정자들이 내세우는 고차원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거창한 대의(大義)는 어쩌면 그들의 욕망을 언어유희를 통해 수식해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차리리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바라는 대다수 민초들의 대의(大義)가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동무에게 계집애라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모전(毛氈) 공방 기술자가 되는 꿈을 꾸었던 부소는 아버지의 인연으로 진골계급인 김춘추의 집에서 그 자녀들과 함께 자라는 행운도, 고구려와의 전쟁에 징집되어 동료들의 목숨을 구하려다가 배신자로 몰려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는 불운도 모두 겪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모전 공방 기술자라는 꿈을 잊지 않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개인의 소박한 꿈들이 바로 신라 사회를 지탱해주었던 보이지 않는 대들보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양성에서 오는 역동성만이 그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만약 하나의 사고, 하나의 선택만 존재한다면 그 사회는 당장의 화려함을 자랑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이미 죽은 사회에 불과하다.

 

딸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교과서를 통해 주입식으로 암기한 신라가 아닌 자신만의 신라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역사서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긴 사람의 거창한 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소박한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면 더욱 기쁠 것 같다.



1) 국사편찬위원회, <고등학교 국사>, (교육과학기술부, 2002), p. 55

2) 어네스트 겔너(Ernest Gallner; 1925~1995) <민족과 민족주의>,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 1936~ ) <상상의 공동체>,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1917~2012)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으로 대표되는 민족에 대한 근대주의적 해석에 따르면 민족(nation)’ 개념은 근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런 민족에 대한 근대주의적 해석에 따르지 않더라도 그 당시 사람들이 신라인’, ‘백제인’, ‘고구려인’, ‘가야인등의 정체성을 뛰어넘는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3) 배유안, <서라벌의 꿈>, (푸른숲 주니어, 2012), p.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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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서유당

    정말 신라의 통일은 누구를 위한 통일인가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책이네요. 저도 이점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만 역사를 거스를수도 없고 그저 그렇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2013.10.04 22: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전쟁을 없애고 평화를 이루자' 나 '통일' 같은 거대 담론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텐데, 그 것을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서 누구를 위한 대의(大義) 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2. 신라의 입장에서는 불완전한 통일이라도 '신라'라는 국가의 존속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2013.10.05 06:42
    • 파워블로그 서유당

      공감합니다. 역사가들의 말은 단지 결과론적인 평가일뿐 절대절명의 순간이었을 그 당시 신라의 입장은 흑묘백묘의 논리로 접근했을터 최후의 승자만을 꿈꿔왔기에 민족 따위 거대한 담론에 사로잡힐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2013.10.05 23:10
  • 초보

    김춘추와 김유신은 그 당시 처음에는 비주류이었지요...그들이 주류사회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손잡고 가개혁혁명만이 필요했고요...그들의 대의도 결국은 자신들에게만 대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민초들의 대의는 맘 편하게 사는것인데.......^^

    2013.10.08 07: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初步님의 말씀대로 ‘신라에 의한 삼한일통(三韓一統)’은 그들만의 대의(大義)라고 생각합니다.
      2.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전쟁없는 평화가 가장 좋을 것이고, 꼭 전쟁을 해야한다면 힘있는 자에 의한 빠른 일통을 바라겠지요. 그들에게는 누가 지배층이 되던 똑 같으니까요.

      2013.10.09 00:5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