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체보기
블로그 전체검색
배꽃마을의 비밀

[도서] 배꽃마을의 비밀

송언 글/양상용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아버지의 억울함을 호소하다.

 

가장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자 평화롭던 한 가정이 엉망이 되었다. 가장의 부재로 어머니가 생계를 꾸렸지만, 10년의 세월은 그녀마저 병으로 몸져눕게 하였다. 이제 갓 열두 살이 된 함 용이 집안을 책임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히 마을의 쌍둥이 장돌뱅이 형들[봉규, 봉삼]을 따라다니며 장사를 할 기회를 얻은 함 용은 아버지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전임 사또를 대신해서 성품이 너그럽고 애면글면 백성을 보살핀다1)는 신임 사또가 부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신임 사또를 찾아갔지만 역시나 동헌 대문을 넘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풀려나는 것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이 무산된 듯한 느낌에 설움에 겨워 절로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가 인연이 되어 함 용은 신임 사또를 대면하게 되었다.

 

비록 함 용이 그 아버지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왜냐하면 최근에 발생하여 목격자만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김 오선(金五先) 살인사건이 이미 판결이 난 함 봉련 살인사건보다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함 용은 사또 어른, 제가 만약 (김 오선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찾아서 데려온다면, 그때는 저희 아버지 누명을 벗겨주실 수 있나요?2)라고 질문하지만, 두 가지 일이 서로 흥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답변을 듣는다.

 

 

역적 누명을 벗기다.

 

다음날 저녁, 신임 사또는 함 용에게 마을에서 감추고 있는 이 계심(李啓心)의 난()’의 주역인 이 계심의 행방을 알려줄 것을 요구한다.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함 용은 마을사람들을 배반하고 신임 사또에게 이 계심이 숨어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한 사람을 파악하기에는 두 차례의 짧은 만남이 너무나 부족했음을 감안할 때, 함 용의 행동은 무모한 일이었다. 조선시대에 역적을 숨겨주었다면 참형(斬刑; 목을 베어 죽이는 형벌)까지 가능3)하다. 그렇기에 함 용의 행동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길 수도 있다는 희박한 가능성을 위해, 방아다리 마을에서 쫓겨난 자신들을 받아 준 배꽃 마을 사람들 전체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은 셈이다.

 

그를 받아들인 쌍둥이 장돌뱅이 중 형인 봉규가 몸으로 직접 겪어 보지 않고, 덜컥 판단부터 내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소문만 믿고 판단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라고. 물건을 흥정할 때 장사꾼이 손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봐야 하듯이, 조심조심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제일이야.4)라고 충고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임 사또가 이 계심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뭇 백성을 위해 그들의 원통함을 앞장서 호소5)하려고 하였음을 인정하였기에 다행히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다.

 

 

아버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다.

 

함 용은 이 계심의 난이 해결되자, 처음 신임 사또에게 제안했던, ‘김 오선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데려왔다. 신임 사또의 예상대로 사건은 쉽게 해결되었는데, 문제는 살인자가 순간적인 충동에 소를 빼앗으려다 얼떨결에 사람을 죽인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평범한 관리였으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사형을 판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임 사또는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아이의 이야기도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듣고,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범인의 태도나 형편을 살펴 그마저 억울함이 없도록 살펴 주는 <목민심서(牧民心書)>에 나오는 목민관의 모범이 될 만큼 훌륭한 관리였다.

그 결과 신임 사또는 살인자에게 목숨을 구할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바로 노인령(老人嶺)의 도적떼를 토벌할 미끼가 되는 일이었다. 물론 이 일을 수행하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평소 바탕이 건실하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반듯한 사람6)이라는 평판과 다섯 살 먹은 딸만 하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베풀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살인자가 함 용의 아버지인 함 봉련(咸奉連)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함 봉련 살인사건의 목격자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범인을 증인으로 바꾸면서도 시체확인서와 방아다리 마을의 장 부자를 살인자로 고발한 첫 번째 조사서를 그대로 둔 미숙함 등이 겹쳐 함 봉련은 누명을 벗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정약용의 <흠흠신서(欽欽新書)>7)에 기록된 실제 사건8)을 참고해 쓰였다는 이 동화는 한 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면서 정조 시대의 사회상, 모범적인 관리/지도자의 모습 등을 보여주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할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1)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배꽃마을의 비밀>, (스콜라, 2012), p. 10

2)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앞의 책, p. 30

3)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태종 9(1409)최호 등은 역적(逆賊) 이언(李彦)을 숨겨준 자들이다. 순금사(巡禁司)에서 조율(照律)하여 참형(斬刑)에 해당한다고 하니~[()浩等, 皆隱藏逆賊李彦者也。巡禁司照律當斬~]”라고 기록되어 있다.

4)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앞의 책, p. 11

5)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앞의 책, p. 52

6)  송언 글 / 양상용 그림, 앞의 책, p. 91

7)  조선시대 대표적인 판례집으로 중국과 한국의 형사 사건에 대한 수사 및 재판 관련 기록과 그에 대한 정약용의 주석과 비평이 실려 있다.

8) 이 계심(李啓心)의 난[<여유당전서> 소제목 自撰墓誌銘]이나 김 오선(金五先) 살인사건[<흠흠신서> 소제목 谷山府 人 金大得 跟 捕査決]은 정 약용이 곡산도호부사(谷山都護府使)로 있을 때 해결한 사건이고, 함 봉련(咸奉連) 살인사건[<흠흠신서> 소제목 北部 咸奉連 獄事 詳覈回啓]은 정 약용이 형조참의(刑曹參議)로 있을 때 정조의 명으로 재조사하여 누명을 벗겨준 사건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8

댓글쓰기
  • 쁘띠쁘띠

    오성과 한음 이후로 요런 느낌의 책은 처음 보네요. ㅎㅎ
    이름들이 모두 푸근하군요. 봉규, 봉삼, 함용...
    아이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ㅡ^*

    2013.10.15 00:2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쉼터님이 읽은 것은 박수동의 만화 <오성과 한음>인가요? 아니면 여러 판본이 있는 소설 <오성과 한음>?

      아무래도 아이들의 이름(봉규 - 실제인물은 봉위(奉位), 봉삼 - 실제인물은 창인(昌仁), 용 - 순수창작인물)은 창작이라서 푸근한가 봅니다.^^

      2013.10.15 07:01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신임 사또의 됨됨이가 남다르다 여겨집니다.

    2013.10.15 12: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아무래도 정약용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모델로 해서 그런지 신임 사또의 됨됨이가 남다르더군요.
      2.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모범적인 지방관을 역설(力說)할 뿐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기에 저런 모습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2013.10.15 19:36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군요. 정약용이 팔방미인격의 저서를 남긴 것도 보면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그 성격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흠흠신서를 저술한 과정도 그렇구요^^

    2013.10.16 23:0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꽃들에게 희망을님의 말씀대로 <흠흠신서>에 기록된 사례들을 보면,
      정약용의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성격을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2. 그렇게 꼼꼼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텐데...
      3. 실제로 일처리한 것을 보면, 정약용을 그 시대의 엄친아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더 시기와 질투를 받지 않았을까요? ^^

      2013.10.17 06:43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