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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과 함께한 열한 번의 건축 수업

[도서] 썬과 함께한 열한 번의 건축 수업

권선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 샤를 할아버지를 만나다.

 

썬은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건물이라는 존재가 신기하고 좋다는 이유만으로 건축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두 번째 학기 첫 과제를 평가 받는 시간에 선생님께 너는 건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아무래도 이 길은 너의 길이 아닌 거 같다.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어때1)라는 평가를 들어야 했으니까.

답답한 마음에 거리를 서성이다 썬은 심지어 개똥까지 밟았다.

그래, 운수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은퇴한 건축가인 샤를 할아버지를 만나 건축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이 만남이 풋내기 건축학도인 썬에게 있어서 전환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날은 운수 좋은 날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신데렐라에게 무도회를 갈 기회와 수단을 건네준 요정 할머니처럼 샤를 할아버지는 썬과 함께 파리의 건축물들을 찾아 다니면서, “공간, , 재료, 나만의 건축관”이라는 현대 건축의 4가지 핵심 키워드를 테마로 건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왜 현대 건축물일까?

 

이 책에 나오는 열한 번의 건축 수업에서는 모두 파리의 현대 건축물을 다루고 있다. 왜 현대 건축물일까? 저자는 여기에 대해 내가 현재에 살고 있고, 그래서 현재 생존하는 건축가가 지은, 현재가 가장 잘 반영된 건축물에 매혹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의 흔적을 통해 현재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면서 그 시대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2)라고 답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보자. “한때 우렁찬 파루(罷漏) 종소리에 맞추어 서울 시민의 움직임을 제어하였을 <숭례문(崇禮門)>은 이제 서울이라는 평면 위에서 침묵 속의 고도(孤島)가 되어버렸다. 자동차가 돌아가는 로터리와 관공서에서 홍보용으로 만드는 사진의 피사체 역할 정도가 <숭례문>의 현재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숭례문>은 이제 구조물이 아닌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초점으로 남아 있다.3)

 

다시 말하면, “건축은 건축가가 공간으로 표현하는 시대정신4)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현대 건축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건축의 핵심 키워드

 

건축을 공간의 예술이라고 하는 것처럼 건축에 있어서 공간의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공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는 샤를 할아버지의 말을 빌어 “우리는 공간을 그 용도나 형태가 가지는 의미로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지. 예를 들어 싱크대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면 부엌이구나, 하고 더 이상 그 공간을 다른 시각으로 느끼거나 관찰하려 들지 않는다는 말이야. 왜냐하면 우리가 평소에 늘 보았던 부엌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어떤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공간을 있는 그대로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듯이 느껴야 해.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이 집 안을 돌아다닐 때 눈을 감고 돌아다닌다고 생각5)”하라고 제안한다.

건축학도가 아니라서 그들이 공간을 이해하는 방법이 샤를 할아버지가 제안한 방법과 동일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느끼기에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공간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일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요소인 빛은 조금 의외였는데, ‘빛을 활용한 건축하면 중세 유럽의 성당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현대 건축에서 빛을 주요한 요소로 활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다.

현대 건축에서 이라는 요소를 고려하게 된 것은 1900년대에 철근과 콘크리트라는 재료가 등장하고 위생이라는 관념이 부각되면서라고 한다.

정교한 도시계획에 의한 오늘날의 파리라는 도시의 틀을 만든 것은 1853년 파리 지사로 임명된 오스망(Georges Eugène Haussman; 1809~1891) 남작이 주도한 파리 개조 사업이다. 문제는 그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오스마니앙(Haussmannien) 스타일6)의 건물들이 빛이 잘 들어오지 않게 지어졌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한 것이 앙리 소바주(Henri Sauvage; 1873~1832)가 지은 바뱅(Vavin) 건물로 오스마니앙(Haussmannien) 양식의 문제점인 안뜰을 없애고 각 집 앞에 테라스를 만들면서, 층이 올라갈수록 뒤로 들어가게 지어 햇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게 하였다. 그뿐 아니라 돌이 아닌 타일로 건물 외벽을 만들어 건물외관의 위생까지 고려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설계한 롱샹 성당이다. 외씨버선의 선을 연상케 하는 묘한 지붕을 가진 이 성당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세 유럽의 성당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빛을 활용한 건물이다.

성당 안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바깥에서 보았던 네모 창들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 있어서 빛을 통해 각자의 색을 뽐내고 있었다. 빨강, 주황, 노랑, 파랑…… 그 작은 네모의 크기는 바깥과 안쪽이 좀 달랐다. 밖에서 본 네모는 안에서 본 네모보다 크기가 더 작았다. 빛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더 크게 퍼지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틀은 빛을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담은 액자 같았다. 각각의 네모난 액자 속에 들어간 빛들은 제각기 힘차게 성당 내부로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빛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양쪽 벽에서 수많은 네모 창들이 조절하여 뿜어내는 알록달록한 빛들이 성당 안을 밝혔다. 그 강렬한 빛 하나하나가 마치 구원의 빛처럼 보였다. 따스한 햇빛이 신의 은총을 허락 받고 들어온 듯한 신성한 느낌이었다.7)라는 저자의 찬사를 들으면서 책에 실린 스케치를 보면, 그 장엄한 광경을 보기 위해 떠나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난다.

 

롱샹 성당 외부

 

 

롱샹 성당 내부

 

세 번째로 다룬 요소는 재료다. 오늘날 콘크리트는 현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8)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 주위에서 가장 많이 보는 형태의 건물인 아파트는 흔히 개성 없는 콘크리트 성냥갑 덩어리로 매도당하곤 한다. 하지만 콘크리트에 있어서 이러한 비난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건축가와 시공자가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칙칙하고 거칠어 보이는 콘크리트라는 재료 그 자체를 노출시킨, 프랑스 최초의 콘크리트 교회인 노트르담 드 콘솔라리송 교회이다.

 

결국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콘크리트[노트르담 드 콘솔라리송 교회], 유리[케 브랑리 박물관의 유리 담벼락], 알루미늄[파리 아랍 연구소의 알루미늄 조리개 차양], 나무[메츠 퐁피두 센터의 나무틀과 천막] 등 다양한 재료를 그 물리적 속성 외에 그 재료가 갖는 의미와 주변 환경을 따져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건축가의 역할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건축가는 나만의 건축관을 가져야 한다. 만약 자신만의 건축관 없이 건축주가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수행하기만 한다면 그 사람은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기술자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건축가는 하나의 예술품을 만들어 내는 아티스트9)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인간의 불평등을 구현하고, 유지하고 강화하는 도구10)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길들임으로써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는 일도 할 수 있다.11)그렇기 때문에 건축가가 나만의 건전한 건축철학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영혼 없는 건축기술자가 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그 건축물에 의해 사는 사람은 물론 방문하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에 악영향이 미치는 건물을 짓게 되기 때문이다.

 

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 책은 딱딱하고 어려운 건축이 일상의 일부로 느껴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치 <건축학개론>처럼.

 

언젠가 좀 더 성장한 썬이 샤를 할아버지처럼 누군가를 상대로 서울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수업을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 14.03.16. 롱샹 성당 내/외부 일러스트를 추가했습니다.



1) 권선영, <썬과 함께 한 열한 번의 건축수업>, (컬처그라퍼, 2013), p. 11

2) 권선영, 앞의 책, p. 5

3) 서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개정판), (효형출판, 2004), pp. 30~31

4) 서현, 앞의 책, p. 248

5) 권선영, 앞의 책, p. 55

6) 오스마니앙(Haussmannien) 스타일의 저택은 돌로 지어졌으며, 부르주아 계층의 거주공간에 해당하는 3층에서 6층에는 난간이 달린 테라스가 있고, 제일 꼭대기 층에는 하녀를 위한 방이 존재한다. 또 건물을 위에서 보면 엽전처럼 가운데 부분이 여백으로 남아있는데, 그 공간에 안뜰이 조성되어 있다. 다만, 그 안뜰이 사방이 막혀 공기가 안 통하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아 악취나 곰팡이 발생 등 비위생적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7) 권선영, 앞의 책, p. 100

8) 권선영, 앞의 책, p. 142

9) 권선영, 앞의 책, p. 210

10) 이상현,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 (효형출판, 2013), p. 36

11) 이상현, 앞의 책, p.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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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2시커피

    색다른 파리투어같은 느낌도 들어요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는 공간에 대한 이해이기도하고 도시의 역사이기도 해서인지 흥미로운데 일러스트때문인지 따듯한 느낌도 들고요

    2014.03.15 10: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건축을 주제로 한 파리투어라고 볼 수도 있네요.^^
      2. 주로 일러스트를 통해 건축물을 소개해서 그런지,
      저는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나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더군요.^^*
      3. 일러스트가 일종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에 좀더 따뜻한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닐까요?

      2014.03.15 20:14
  • 릴리

    이주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2014.03.30 16: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릴리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_^*

      2014.03.30 16:22
  • shrlqnd

    이 주의 우수 리뷰 수상을 측하드립니다. ^^

    2014.03.30 18:0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shrlqnd님의 축하에 감사드립니다.^^

      2014.03.30 19:0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