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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일족

[eBook]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저/정명원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자고 나니 부자가 되었다.

 

농담처럼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 텐데’라고 중얼거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거액을 얻게 되면 행복보다는 불행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노노미야 다마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미처 스무 살이 되기 전에 고아가 되었지만, 그녀의 할아버지인 노노미야 다이니 덕분에 일본의 생사왕(生絲王)이라고 불리는 이누가미 가문에서 융숭하고 정중한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이누가미 사헤의 죽음과 함께 변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인간의 악의와 호의가 기묘하게 얽혀있는, 그의 유언장 내용이 알려지는 순간 이전까지 그녀가 알고 있던 세상은 사라졌다.

 

왜냐하면 노노미야 다이니와의 인연으로 한낱 거렁뱅이에서 신슈[信州] 재계(財界)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던 이누가미 사헤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기묘한 유언장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딸들 때문에 잃어야 했던 이누가미 사헤의 원한도 곁들여 있었다. 바로 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에게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 이누가미 가문의 모든 재산을 노노미야 다마요에게 물려주지만, 이 유언장이 공표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이누가미 사헤의 세 손자(스케키요, 스케타케, 스케토모) 가운데 하나를 그 배우자로 선택해야만 하는 조건이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세 사람 모두 노노미야 다마요와의 결혼을 희망하지 않거나 사망했을 경우는 그녀가 아무하고나 결혼할 수 있지만.

, 노노미야 다마요가 상속권을 상실했을 경우에는 이누가미 사헤의 사생아인 아오누마 시즈마에게 재산의 40%, 이누가미 사헤의 세 손자에게 각각 재산의 20%가 분배된다. 만약 이누가미 사헤의 손자들이 사망했을 경우에는 그 지분이 모두 아오누마 시즈마에게 가게 된다.

 

 

피를 부르는 유언장 - 인간의 추악한 본성

 

이렇게 불길한 유언장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피를 불러왔다.

 

내용이 공표되기 전에 발생한 일이지만, 이누가미 사헤가 남긴 유언장의 최대 수혜자인 노노미야 다마요는 침실의 살무사, 자동차 브레이크 고장, 보트의 구멍으로 이어지는 살해 위협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유언장이 공개되자 또 다른 위기가 그녀를 덮쳐왔다. 가장 강력한 신랑후보자였던 스케키요가 태평양 전쟁에 참여했다가 얼굴이 흉하게 되어 귀국한 틈을 타서, 오만불손한 스케타케나 경박한 스케토모가 폭력 등을 이용한 강간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파리의 노트르담>에 나오는 콰지모도와 같은 사루조가 있었다. 덕분에 그 모든 가능성은 아슬아슬하게 현실화되지 않았다.

 

운이 좋았던 그녀와는 달리 희생된 사람도 있었다. 이누가미 가문의 고문 변호사인 후루다테 교조가 운영하는 법률사무소 소속된 와카바야시 도요이치로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유언장에 맴도는 불행의 그림자를 느끼고 저명한 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의뢰하려다가 독살되었다.

 

하지만 유언장의 악의(惡意)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누가미 가문의 피가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이누가미 가문의 세 가보이자 상속권을 의미하는 요키[, 도끼], 고토[, 거문고], 기쿠[, 국화]와 관련되어 세 남자가 죽어야 했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혹시 상속권을 잃기 싫은 노노미야 다마요일까? 아니면 자기 자식에서 막대한 재산을 넘겨주기 위한 삐뚤어진 모정(母情)을 발휘한 이누가미 사헤의 세 딸 가운데 하나일까? 그것도 아니면 행방불명 되었던 이누가미 사헤의 사생아인 아오누마 시즈마일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폭로되는 이누가미 사헤의 민낯은 그가 일본의 생사왕(生絲王)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뒤틀리게 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유언장마저 저렇게 음습한 냄새를 풀풀 풍기니...

 

만약 노노미야 다이니와 이누가미 사헤간의 관계가 순수하게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젊은이와 그의 후원자라는 관계를 유지하였다면 삐뚤어진 애정관을 가진 이누가미 사헤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첫 단추만 제대로 꿰었다면 이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마치 가문처럼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곳에서 자랐다면...

 

인간의 욕심은 타오르는 모닥불과 같아서, 누군가의 개입이 없다면 재가 되어 사라지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여름날 땀으로 흠뻑 젖어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상태에서 자리에 눕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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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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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이 작품 잔인하다는 말을 들어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데..어떤가요?

    2014.08.19 02:2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말씀하신 대로 잔인한 측면도 있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읽으면서 찜찜한 느낌을 받겠더군요.

      2014.08.19 06:37
  • 스타블로거 goodchung

    돈을 부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비극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2014.08.19 08: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돈이란 것이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인 요물 같아요.^^

      2014.08.19 21:01
  • 파워블로그 청은

    이누가미 일족, 예전부터 궁금했던 소설인데...
    waterelf님의 리뷰만으로도 호기심이 충족되는 듯 하네요.
    저희 동네에 로또 당첨 된 분이 있는데 ..
    야반도주 하셨대요 ㅋㅋㅋ
    요즘은 로또당첨되면 사람들이 귀신같이 알고 기부단체가 몰려든다나요? ㅎㅎㅎ
    굉장히 흡입력 있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 ^^

    2014.08.19 10: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정말 로또 당첨되면 해외로 나가서 몇 년 있다가 돌아와야겠더군요.^^;;
      2. 확실히 흡인력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08.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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