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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미래를 말하다

[도서]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

앤서니 기든스 저/이종인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유럽연합(EU)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유럽연합(EU)은 원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의 스위스 취리히대학에서 한 연설(1946)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무슨 말을 했기에 그 연설이 유럽연합(EU)의 기원으로 간주된 것일까?

윈스턴 처칠이 그 연설에서 우리 능력껏 최대한 ‘유럽 가족’을 재창조하여, 그 가족에게 안정된 구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유럽 대륙이 평화, 안전, 자유 속에서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유럽 합중국을 건설해야만 합니다.  ~

이 소란스럽고 강력한 대륙에 살고 있는 산만한 사람들에게 확장된 애국심과 공통의 시민정신을 부여해줄 유럽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다른 거대한 집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위를 누리면서 인류의 장래 운명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가 심은 씨앗은 1933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의해 유럽연합(EU)가 설립되면서, 그의 구상과는 다소 다른 형태지만 싹을 텄다.

 

 

유럽연합(EU)의 위기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은 해체되었으며, 철의 장막으로 분리된 유럽은 유럽연합(EU)라는 그늘 아래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도입되었지만, 유로화라는 단일화폐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등 하나의 유럽을 향한 장정(長程)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거품 속에 감춰있던, 유럽연합(EU)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냈다. 특히 유로화 - 충분히 독립적이지만 주권 국가의 지원은 없는 화폐 - 의 존재는 여러 가지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2)

 

게다가 그리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윈스턴 처칠이 기대했던 ‘확장된 애국심과 공통의 시민정신’은 아직까지는 싹도 트지 않았기에 갑자기 닥친 고난과 불편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저자가 지적하듯이 유럽연합(EU)에 대한 회의와 피로감이 증가하고 반대 시위도 도처에서 벌어지지만, 유럽연합 지지 시위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에서 잘 드러나있다.

 

 

유럽연합(EU), 어디로 가야 하나?

 

유럽통합론자인 저자는 이처럼 많은 난관과 과제를 떠안고 있지만, 유럽연합(EU)가 지속,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가 정치가들의 립서비스를 위한 조직에서 유럽의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실질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민주적 위임을 받은 행정조직이다.

현재유럽연합의 행정은 2개의 조직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적당한 용어가 없어 두 조직을 EU1 EU2로 부르겠다. EU1은 이사회(European Commission), 집행위원회(European Council), 나중에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가 가세(한 형식적/공식적인 행정조직이고,) EU2는 막강한 실권이 있는 곳으로, 선별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그 권력을 행사(하는 실질적/비공식적인 행정조직이다. 다시 말해) ‘사실상’ 유럽연합의 운영자인 EU2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그 외 한두 명의 회원국 지도자,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 총재 등으로 구성된다. 유럽연합 이사회의 의장과 집행위원회의 위원장이 때때로 참여하기도 한다.3)

, EU1에서 어떤 정책을 만장일치에 의해 결정하더라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에 합법성이 없는 임시 구성의 개인들에 의한 비공식 조직인 EU2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민주주의도, 효율성도 모두 결여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겉으로는 유럽연합(EU)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 그 결과 프랑스 대통령이나 독일 총리가 누구인지, 또 각각의 국가가 처해있는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업무처리가 원활하기도 하고 삐걱대기도 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켄 총리()의 조합은 상호 존경과 신뢰의 관계를 형성해서 ‘메르코지’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켄 총리()의 조합은 성장 vs 긴축이라는 입장 차이에서 보듯이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선장과 항해사가 다투면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EU2의 공식화를 통해 제도화된 리더십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2012년에 출범한 EU 11개국 외교장관 모임인 ‘유럽의 미래그룹(FEG)’이 제시한 EU통합안과 비슷하다.

EU의 중앙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의 위원장을 직선제로 뽑고 집행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집행위의 분야별 대표(장관격)를 임명하도록 했다. 특히 회원국이 추가돼 28개국 이상으로 늘어나면 다수결로 주요정책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7개 회원국 만장일치가 원칙인 현 의사결정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원제인 유럽의회를 양원제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럽의회에 유로존 17개국만의 별도 하부조직을 설치하자는 독일의 제안도 반영됐다.4)

 

어느 쪽이든 개별국가의 주권을 넘어서는 ‘플러스 주권(sovereignty, 확대 주권)을 유럽연합이 가짐으로써 연방주의에 가까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유로화의 안정이다.

현재 유럽연합(EU)가 위기에 봉착한 가장 큰 원인으로 얘기되는 것이 유로화 체제의 불안정이다. 그렇다고 유로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유로화는 부분적으로 유럽연합 안의 정치적 통합을 창조하기 위해 도입5)”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로화를 안정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가 선택한 것은 재정통합이다. (재정통합은) 유로화가 도입될 당시의 ‘안정과 성장 협약’에 빠져 있던 규제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또 장래에 위기 조짐이 보일 경우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것은 의도는 좋지만, 결정적으로 상호주의가 빠져있다. 유로존 국가들이 서로 재정적 의무를 공유한다는 구체적 인식이 결핍되어 있다.6)

, 저자는 유로화가 위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를 조건부 공동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유로존 안에서 더 큰 결속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셋째, 복지국가가 아닌 사회적 투자 국가, 다문화주의가 아닌 상호문화주의

복지국가는 시민의 권리를 강조하다 보니 일이 잘못된 후에 사태를 수습하는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동적 복지를 펼쳐왔다. 그러다 보니 ‘복지=공짜=무상’이라는 인식이 생겨 과도하게 사용되거나 저평가되어  어떤 경우에는 부패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소액일지라도 수혜자가 일부 비용을 직접 기여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갖도록 장려하면가난한 사람들을 억제하지 않고서도 과도 사용의 악순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등을 줄여보려고 고안된 시스템이 오히려 불평등을 조장7)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면 사회적 투자 국가는 부의 창조를 통해 사람들이 가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복지, 능동적 복지를 펼친다.

결국 사람에게 병의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것처럼, 유럽연합(EU)도 복지국가의 환상에서 벗어나 사회적 투자 국가로 변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복지와 연관된 또 하나의 문제는 이민이다. 이미 대규모 이민자의 유입으로 인한 경제 불안과 문화적 이질감이 ‘하나의 유럽’으로 나아가려는 유럽연합(EU)의 발걸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문화주의가 오히려 독()이 된다. 왜냐하면, 다양성만 강조한 자유방임적 다문화주의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유럽이라는 목장에 방목한 것이라면, 상호문화주의는 보편적 기준과 범문화적 제도라는 바탕 위에서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고 유럽이라는 목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것만 고수하려는 다문화주의의 배타성이 갈등을 일으킨다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상호문화주의의 관용성은 적극적으로 조화와 융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어느 쪽이 유럽연합(EU)에 필요한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넷째, 기존의 NATO군 대신 범유럽적 안보전략에 부합하는 유럽군이 존재해야 한다.

외부의 힘(NATO)이 없으면 지킬 수 없는 평화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에 언급한 ‘유럽의 미래그룹(FEG)’이 제시한 EU통합안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찾을 수 있다.

국방 관련 프로젝트와 방위산업 분야의 단일시장도 만들기로 했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EU경찰과 EU군을 창설하기로 했다.8)

 

저자가 바라는 대로 유럽연합(EU)의 미래가 전개될 지는 모르겠다. 또 그렇다고 해서 그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유럽인이 아닌 우리도 저자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1) 앤서니 기든스,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 이종인 옮김, (책과 함께, 2014), p. 8

2)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 9

3)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p. 14~15

4) 이종훈, “‘하나의 유럽’ 밑그림 나왔다”, <동아일보>, 2012.09.20.

5)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p. 56~57

6)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 42

7)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 134

8) 이종훈,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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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루사

    유로화가 떨어져서 여행계획있는 저에게는 일시적으론 반갑지만 어쩐지 계속되는 경제불황에 불안해지기도 하는데,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가길 기원합니다.

    2015.03.08 21:3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그 쪽은 볼 것은 많은 데, 비용 등을 감안하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곳이라
      계획이 현실이 되면 즐겁고 마음 흡족한 여행이 되시기를...
      2. 저자가 말했듯이 독일 총리가 비공식 유럽연합의 대.통.령. 이니까
      국내의 문제를 무난하게 처리하는 솜씨를 발휘하여 현재의 위기도 헤쳐 나가리라 믿습니다.^^

      2015.03.09 06:22
  • 스타블로거 초보

    앤서니 기든스는 [제3의 길]로 만난적이 있습니다. 그의 뜻대로 유럽연합이 실질적인 조직으로 바뀌기를 기원해 봅니다...^^

    2015.03.09 12: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2014년 유럽의회선거에서 유럽연합 회의론자들이 득세를 해서 앤서니 기든스의 희망이 이루어질지 다소 회의적이지만,
      미국이 폭주할 경우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하나의 유럽이 필요하기에 그의 꿈이 현실이 되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2015.03.09 19:51
  • 파워블로그 꼼쥐

    얼마전에 유럽연합도 자체적인 군대를 가져야한다는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았는데 하나의 통일된 국가와 같은 모습으로 나아가려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듯 보이네요.

    2015.03.10 19: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아무래도 NATO를 통한 미군의 지원이 없으면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들이 군사력을 통한 영향력 발휘가 어려우니까요.
      2. 처칠이 성선설에 가까운 입장에서 "확장된 애국심과 공통의 시민정신"을 부르짖었지만,
      '유럽합중국'에 대한 가치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경제적 고통이 다가오니 공허한 외침이 될 수 밖에요.^^;;
      게다가 비공식적으로 독일 총리가 유럽합중국의 대통령 역할을 겸임하고 있으니 그에 따른 반발도 크고요.
      3. 결국 유럽인들이 미래를 위해 눈 앞의 손해를 감수할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유럽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5.03.10 19:27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