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와 함께 천장 위를 산책하다
1. 일시 : 2016년 3월 24일(목) 오후 7시 30분
2. 장소 : 강남역 메이아일랜드
3. 강연 내용
강연자인 장경현(추리소설 평론가)가 에도가와 란보[江戶川亂步,
1894~1965]에 대한 간략한 설명 후에 그에게 영향을 준 일본작가, 그의 작품 세계를
보는 키워드, <백일몽[白昼夢]>과 <달과
장갑[月と手袋]>에 사용된 심리묘사, 외국 추리소설가로부터 차용한 트릭이 등장한
작품 등을 설명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3.1. 에도가와
란보[江戶川亂步]에 영향을 준 일본 작가
구로이와 루이코[黑岩淚香, 1862~1920]
일본 최초의 창작추리소설인 <무참>(1889)을 썼지만, 소설가라기 보다는 탐정소설 번역가로 유명하다. <아! 무정[레미제라블의 번안]>, <암굴왕[몽데크리스토 백작의 번안]> 등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 1886~1965]
탐미주의적 순수문학가지만 (에도가와 란포가 일본 탐정소설의 기원이라고 절찬한) <길 위에서[途上]>(1920)를 남겼다.
3.2. 노무라 고헤이 가 <란포 월드 대전>(2015)에서 제시한 란보[亂步] 작품의 키워드
1) 변신 소망 - 평생 간직한 코스프레 소망
변형에 대한 갈망, 현재의 ‘나’가 아닌 다른 ‘나’에 대한
갈망 ⇒ 변신에 가까운 변장
2)
투명인간 소망과 혐인증(嫌人症) - 근저에 흐르는 ‘히키코모리’ 사상
3) 태내(胎內) 소망 - 벽장 속의 향락
일종의 퇴행, 자궁회귀
4) 엿보기 취미 -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갈망은 있으나 용기가 없어서 실행하지 못함.
사례] <천장 위의 산책자[屋根裏の散歩者]>, <호반정 사건[湖畔亭事件]>
5) 렌즈 선호 - 다른 세계로 가는 입구로서의 장치
현실의 왜곡, 변형 but 관음증은 아님.
사례]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押繪と旅する男]>, <거울지옥[鏡地獄]>,
<D언덕의 살인[D坂の殺人事件]>
6)
아사쿠사 취미 - 범죄애호자의 장난감
상자
7) 구경거리 취미 - 애착과 향수의 모티브
떠들썩하고 화려한
것에 대한 애상.
8)
유토피아 소망 - 파노라마 취향이 낳은
인공낙원
9)
인형 사랑 - 인공물에 담긴 영원한
아름다움
10) 성적 도착 - 반복해서 묘사된 페티시즘의 쾌락
정상적 관계에 자신이 없는 남자의 열등감이 왜곡된 방향으로 여성을 대함.
사례] <애벌레[芋蟲]>
11) 잔학 선호 - 향수로서의 그로테스크
객체로서의 인간.
12) 탐정소설 취미 - 명탐정들에 바치는 오마주
추리소설의 장르적
관습이자 상호 텍스트성을 보여주는 키워드
13)
괴기 취미 - 표현 방식으로서의 괴기적
연출
14)
자기애 - 자신과 관련된 자료 수집과
셀프 패러디, 잔학성
3.3. 또 다른
키워드
1) 소통 : 숨기기와 드러내기
타인의 이야기를 전해주거나 고백하는 서술방식을 자주 사용하며, 심지어 대화 형식으로만 된 작품도 존재.
타인과 대화하기
위한 란포[亂步] 나름의 몸부림
2) 오해와 웃음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불안정
사례] <인간의자(人間椅子)>
3) 삶의 가치 상실
(살아가는) 재미의 상실,
ADHD 증후군[주의력 결핍 증후군 또는 과잉행동 증후군] 환자와 비슷한 측면
4)
불안
5)
몽유병
불안 심리 자극
6) 거울
반사, 또 다른 나. 거울 속의 내가 하는 행동을 현실의 내가 따라 함.
사례] <메라 박사>
7) 프로버빌리티 범죄
개연성을 높여 우연에 의한 살인 유도[확률의 범죄]. 도락에 의한 살인으로 성공 유무는 중요하지 않음.
사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1976)의 <0시를 향하여[towards zero]>, <커튼(Curtain)>,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The Ten Little Indians]>에서의 마지막까지 남게 된 베라 클라이슨의 죽음.
3.5. 외국 추리소설가로부터 차용한 트릭
<화승총(火繩銃)>의
경우 란포[亂步]가 출간은 늦었지만, 대학 재학 중에 일기장에 쓴 습작(1915)에 해당 트릭을 사용했기에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Melville Davisson Post, 1869~1930)의 <둠도프 사건(The Doomdorf Mystery)>에서
차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
<악귀>(1931) ← 코넌 도일의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Bruce-Partington Plans)>(1908)
<아내에게 실연당한 사나이>(1957) ←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1906~1977)
<흉기(兇器)>(1954)
← 존 딕슨
카
※ 너무 작위적인 트릭은 작품 내에서 반박하기도 한다.
3.6. 탐정 - 아케치 고고로[明智小五郞]
란포[亂步]의 작품에 도서(倒敍) 추리 형식이 많고, 탐정이 공포의 존재이고 범인이 탐정으로부터 압박감,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아케치 고고로[明智小五郞]가 음험하고 위험한 인물로 느껴진다. 전기의 작품에는 아케치 고고로가 신비하고 괴이한 인물로 묘사되나 거미남[蜘蛛男]을 경계로, 중기 이후의 작품에서는 슈퍼히어로에 가까운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탐정으로 묘사된다.
4. 질의 응답
Q1] (강의에서) <애벌레>에 대해 지각수단, 표현수단이 모두 차단되어도 인간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남편이 아프다고 하는 것은 인간임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또, (분위기가) 카프카의 <변신>과 비슷한 느낌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 (질문자의) 말씀대로
카프카의 <변신>과 흡사한 면이 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그렇다.
Q2]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란포의 작품은?
⇒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천장 위의 산책자>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애증이 가는 작품은 <외딴 섬의 악마>다. 범죄의 완벽한 측면을 본다면 <달과 장갑>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