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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

[도서] 돈의 인문학

김찬호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붕괴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우위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세계를 상대로 모든 것을 자본화하는 본격적인 무한 경쟁, 자본의 전면화 현상1)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의 전면화 현상은 시장지상주의(Market Triumphalism)로 귀결(歸結)되었다.

 

이를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1953~)시장경제를 가진(having a market economy)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being a market society)시대로 휩쓸려왔다(고 표현하였다.)

두 개념의 차이는 이렇다. 시장경제는 생산활동을 조직하는 소중하고 효과적인 도구다. 이에 반해서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다.2)

 

문제는 이렇게 시장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조차 돈으로 사고 팔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돈의 본질

 

이렇게 만능의 요술봉으로 변한 돈은 도대체 무엇일까?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돈의 철학(Philosophie der Geldes)>이라는 책에서 (돈의 본질을) “추상적이고 보편 타당한 매개형식”3)이라고 설명했다.

 

잠깐. 돈이 추상적이라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돈은 돈이 아니라는 말인가? 현재 우리는 물품화폐 대신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화폐(동전, 지폐 등)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반화폐의 유통에는 ‘화폐의 사용가치 혹은 교환가치’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 있다.

 

이는 김병만의 광고로 친숙해진,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한 야프(Yap) 섬 사람들이 사용하는 돌로 만든 돈[石貨]의 유통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돌 밑에 소유권 변경사항을 공지하는 방식으로 화폐를 유통4)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저자가홈쇼핑에서 부동산 거래 그리고 국가의 재정 지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현금 이동이 가상공간에서의 숫자 변경으로만 이뤄진다.5)라고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화폐 유통도 야프(Yap) 섬 사람들의 화폐 유통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돈은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다. 개인과 세계를 묶어주는 사회 시스템6)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이다.

 

 

, 교환의 수단인가 투기의 대상인가

 

화폐는 없어서는 아니 될 우리의 사회적 기술 가운데 하나() 교환의 매개 수단이며, 가치의 저장 수단이며, 일방적 지불(지급 결제) 수단이며, 가치 척도(계산 단위)이다.7)

 

하지만, 돈이 이러한 기능적 성격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힘을 특정한 이해 집단이 자기들만의 것으로 전유8)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는, 권력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돈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화폐 그 자체가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다. , 화폐란 상품의 생산이나 교환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는 ‘청구권’ 또는 ‘신용/채권’이라는 말이다.9)

 

따라서 돈의 목적을 ‘필요/교환’이나 ‘투기/소유’, 어느 한쪽으로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는 무한경쟁의 현실을 무시하는 것도 어리석고, 그렇다고 그러한 현실을 따라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층빌딩 위에서 한 줄의 밧줄에 의지하여 걷는 외로운 곡예사처럼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인문학이다. 왜냐하면 인문학은 삶의 부유함과 존귀함을 발견하는 공부10)이기 때문이다.

 

이 책, <돈의 인문학>만으로 돈과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화두(話頭)처럼 작용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을 때, 우리의 인생도 하나의 상품이 되고 만다. 그리고 우리도 돈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시장에서 파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돈과 사람의 관계를 되묻는 작업을 통해 그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1) 이시백 외,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철수와영희, 2012), p. 30

2)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2012), p. 29

3) 김찬호, <돈의 인문학>, (문학과지성사, 2011), p. 6

4) 김찬호, 앞의 책, p. 43

5) 김찬호, 앞의 책, p. 46

6) 김찬호, 앞의 책, p. 7

7) 제프리 잉헴, <돈의 본성>, 홍기빈 옮김, (삼천리, 2011), p. 9

8) 제프리 잉헴, 앞의 책, p. 11

9) 제프리 잉헴, 앞의 책, pp. 27~28

10) 김찬호, 앞의 책, p.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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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처음에 화폐가 만들어졌을 때 지금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측을 했을까요? 부인하고 싶지만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요.

    2016.05.24 22: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아무도 그런 예측을 하지 못했겠죠.
      다만, 금/은과의 교환을 통해 화폐의 가치를 보장해주는 제도가 붕괴한 것이 지금처럼 화폐가 위세를 떨칠 수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누릴 수 있는 것도 많아지지요. 그 누릴 수 있는 것에 행복이 포함되는 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16.05.24 23:1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