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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도서] 연애시대

노자와 히사시 저/신유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 하지만 모든 독서가 가을과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한입 가득 베어 물은 풋사과처럼 시고 텁텁한 연애소설은 겨울과 어울린다. 붉은 단풍보다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푸른 하늘보다는 눈 오는 하늘이 옆에 두고 읽기 좋다. 노자와 히사시의 장편소설 연애시대는 그런 사랑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 리이치로와 여자 주인공 하루는 이혼한 사이다. 이혼 남녀가 주인공인 연애소설이라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이렇게 성토하는 독자의 목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듯하다. 옮긴 이의 말을 빌리자면 이혼하고 나서 새롭게 시작되는 연애”, 즉 헤어진 부부가 다시 사랑하는 이야기다. 이혼이 더는 흠이 아니고 졸혼마저 공공연한 데다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TV 예능 프로까지 전파를 탄 요즘. 이혼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거북스러울 건 또 뭘까. 한 번 상상해보자.

 

받지 않겠다는 위자료를 굳이 주겠다는 전 남편. 비록 20년 할부, 그것도 무이자지만 마음은 기특하다. 하는 짓마다 밉상이긴 한데 이혼 사유가 될만한 잘못은 한 적 없고 애 같은 구석이 있긴 해도 잔소리하면 알아듣는다. 성격도 뭐 그럭저럭 맞는 편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남자, 미남이다. 그런 전 남편이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네? 내 행복을 위해서라나 뭐라나. 대체 뭐 어쩌자는 건데? 당신이 매사 그런 식이니까 나까지 덩달아 여자 소개해 주겠다고 큰소리친 거잖아. 미치겠다, 정말.

 

첫 데이트부터 젓가락질 못 한다고 잔소리를 해대던 전 부인.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나란 인간은 이러쿵저러쿵 설교해주는 여자가 좋다. 그래야 대화하는 맛이 있거든. 마치 저 유명한 무한도전의 하와 수 콤비처럼 티키타카가 되는 짝을 원하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 스토커가 들러붙지를 않나, 무리해서 일하다가 몸살에 걸리지를 않나, 술자리에 여자끼리만 있다가 옆 테이블 남자들과 시비가 붙지를 않나. 당신이 매사 그런 식이니까 내가 남자 소개해 주겠다는 거 아냐.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좋은 남자로. 그래야 나도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이런 전 남편, 어디 또 있는 줄 아니?

 

서로에게 좋은 짝을 소개해 준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아니어도 둘은 자주 만난다. 결혼기념일에도, 이혼기념일(?)에도 심지어 발렌타인데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자신들의 우유부단이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상에 사연 없는 무덤 없고 미련 없는 이별 없다지만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이럴 거면 왜 이혼한 거야? 등장인물 모두가 궁금해한다. 당사자들은 성격 차이라고 말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어쩐지 숨기는 것이 있는 듯도 하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명확한 이혼 사유도 없이 이혼한 걸까. 대체 왜.

 

이렇듯 소설이 미스터리 향기를 뭉클뭉클 뿜어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작가 노자와 히사시는 미스터리의 대가다. 유명한 드라마작가이기도 하다. 작품의 해설을 쓴 이케우에 후유키(문예평론가)는 달콤쌉싸름한 결말부를 작품의 매력으로 꼽으면서도, 그 달콤씁쓸한 면이 작가로 하여금 TV가 아닌 소설을 선택하도록 했다고 보았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해피 엔딩을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논리다. 하지만 안심하시라. 연애시대는 무거운 작품이 아니다. 경쾌하고 코믹하다. 단지 사랑도 삶도 정답 같은 것은 없다는, 당연하지만 인정하기는 어려운 진리를 담았을 뿐. 그리고 한국 독자는 평론가의 추측이 어긋났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안다. 연애시대를 각색한 한국 TV 드라마가 불후의 명작으로 남으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역시 세상일은 미스터리다. 헤어지고도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두 남녀의 미래처럼 우리 모두의 사랑 이야기가 그러하듯, 책을 펴고 읽기 전까지는 혹은 겨울이 지나 봄이 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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