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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도서]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저/김춘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해변의 카프카. 제목마저도 설레게하는 힘이 있다. 세련되면서도 낡은 느낌이 나는 것은 그 자체가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변에 서 있는 카프카. 사실 이 소설 속 카프카는 열 다섯살의 소년이다. 자신을 카프카로 불러주길 원하는 한 소년. 해변이란 것은 그 나이의 소년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해변에서 뛰어노는 소년이 아니다. 카프카이기 때문에. 그는 한 때 젊었던 자신을 바라보는, 카프카스러운 소년이다.

 

 주인공 다무라는 어른스러운 소년이다. 고민이 많고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하고 다스릴 줄 아는 소년이다. 아버지의 예언 때문에 집을 나온 다무라는 어느 작은 도서관에서 지내게 되고, 의문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예언이었던 오이디푸스의 비극이 시작된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현대화시켜 감각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하루키가 대단하다. 인간은 비극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우리는 철저하게 원형에 입각한 인간이다. 왜 인간은 어머니를 사랑할 수 밖에 없으면서 그것을 금기시했을까. 우리는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욕망을 억압 당한 채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욕망이 누군가에겐 운명이라면 어떨까. 다무라는 그런 운명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존재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살아움직인다는 것이다. 특히 고양이와 대화하는 나카나상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 누구보다도 특별한 재능을 가졌을 수도 있다. 고양이와 대화하는 사람. 어떻게보면 이상하기도 하면서 별 대단한 일이 아닐 것 같지만 적어도 이 소설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나카타상이다.

 

 하루키는 독자들의 본질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교묘하게 던지는 야릇한 문장들 속에서 우리는 웬지모를 위로를 받게 된다.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은 네 탓이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 예언 탓도 아니고, 저주 탓도 아니지. DNA탓도 아니고, 부조리 탓도 아니고, 구조주의 탓도 아니고, 제 3차 산업혁명 탓도 아니야. 우리들이 모두 멸망하고 상실되어 가는 것은, 세계의 구조 자체가 멸망과 상실의 터전 위에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지. 우리의 존재는 그 원리의 그림자놀이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아. 바람은 불지. 미친 듯이 불어대는 강한 바람이 있고,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있어. 그러나 모든 바람은 언젠가는 없어지고 사라져. 바람은 물체가 아니야. 그것은 이동하는 공기의 총칭에 지나지 않아. 너는 귀를 기울이고 그 메타포를 이해하는 거야."

 

그렇다. 우리의 삶이 딛고 서 있는 곳 자체가 상실이고, 멸망이다. 우리의 결말은 그곳으로 치닫고 어쩌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비극을 사랑하는 것일까. 당신의 존재는 어떤 책임을 지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운명을 운명대로 느끼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열심히 사회를 움직이며 살아간다. 나는 어디 작은 곳에서 일을 하고, 누군가는 밥을 먹고, 아이를 낳는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굴러간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곳이 어디쯤에 위치해있으며 이 곳에서 어떤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쯤은 스스로가 알아야한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언제고 당신을 멸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 상실의 터전에서 끊임 없이 자신의 존재를 상실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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