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데미안

[도서] 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전영애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으니, 새롭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았다. 등장인물 중에는 싱클레어와 데미안, 에바부인을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가물거렸는데, 어린 싱클레어를 괴롭혔던 크로머는 존재감이 워낙 남달랐기에 기억에 있었지만, 싱클레어가 김나지움 시절에 만난 피스토리우스와 크나우어는 심지어 그 둘이 동일인물이라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책을 읽으며, 어딘가 어긋나는 내용에 잠시 갸웃거리기까지 했다).

 

등장인물들이야 그렇다 치고, 무엇보다 데미안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이렇게나 적었다는 것에 놀랐다. 내게는 주인공 싱클레어보다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었고, 솔직히 어릴적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데미안의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동경했던 것 같다. 마치 책 속의 싱클레어처럼 말이다.

 

자신의 공기에 에워싸여 자신의 법칙들 아래서 살면서 낯설게, 외롭고 고요하게, 그들 사이에서 성좌처럼 거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pp.67-68

 

그는 좋은 학생이었지만 누구의 마음에 들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 그가 어떤 말 한 마디, 주석 하나, 혹은 어느 선생님에게 항변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항변은 그 날카로운 도전에 있어서나 비꼼에 있어서나 더할 나위 없는 것이었다. p.68

 

하지만 다시 읽은 데미안은 손에 잡히지 않는 상징으로 다가왔고, 그들만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 한 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차단되어 사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는 생각과 대화 가운데서 자주 그 세계 한가운데에서 살았다. 다만 우리는 다수의 사람들과 어떤 경계선에 의하여 갈라져 다른 벌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다르게 바라봄에 의하여 갈라져 있었다. p.193

 

그들은 세상에 속해 있다 말하지만, 내게는 이 역시 그들이 만든 허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했고,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는 그들의 웅변을 듣는 관객이 된 기분이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p.123

 

책을 읽으며 가장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인용되고 있는 그 유명한 압락사스에 대한 대목도 이전에 주었던 강렬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처음 문장을 만났을 때, 마치 절대명제처럼 느껴져 알을 깨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지게 했던 그 강렬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무엇이 변한걸까?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긴장감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일거다. 하지만 그 외에도 싱클레어를, 데미안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지나온 시간 만큼 바뀐 것 역시 사실일 것이다어쩌면 나의 기준이 확고해져 어릴 적 다양한 대화를 흡수하던 유연함이 줄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다.

 

이제까지 오래전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며, 새롭게 발견하는 내용에 흥미를 느끼고 조금은 달라진 시선으로 글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데미안은 내게 예상치 못했던 공허함을 남겼다. 그리고 그 공허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새로운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p.152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쁜 놀라움으로 나의 뇌리를 꿰뚫었다. 말하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데미안이었다. p.179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그녀에게 말하며 두 손에 키스하였다. “제 모든 생애는 늘 길 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p.188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꿰뚫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지지요.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p.191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번 필요로 할 거야..(중략)..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기울여야해 .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p.221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일고십 선정작이었군요^^

    2019.06.30 22:5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네, 일.고.십 6월 도서였어요^^ Aslan님 기분좋은 7월 시작하셨기를 바랍니다!

      2019.07.02 08:30
  • 파워블로그 박공주

    저도 데미안이 이렇게 적게 나왔어? 이런 느낌이었어요 ㅋㅋ 영화로 치면 조연? 이런 느낌에 깜짝..^^: 학창 시절에 읽던 책을 다시 읽는 것도 좋은 경험임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7월도 함께 좋은 시간 보내보아요

    2019.07.16 07:2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아, 맞아요. 제목은 데미안인데 왜 이렇게 분량이 없는거야..새삼 놀랐었어요ㅎㅎ
      저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제가 어딘가 무뎌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씁쓸하기도 했어요ㅠㅠ

      2019.07.17 20:12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