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 1일, 영화 제목이기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이 시작된 그 아침, 미수의 제과점으로 콩으로 만든 제품을 사러 들어온 현우(아니, 왜 제과점에서 콩 제품과 두부를 찾는걸까? 살짝 이해되지 않는 시작이다).
1994년, 1997년, 2000년 그리고 2005년.
현우와 미수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네 번을 만나고 헤어진다.
"또 우연히 만나네, 우린"
"그러게 좀 이상하네"
서로에게 호감을 드러내며 다가서는 듯 싶다가도 엇갈림 앞에서는 멈추어서는 두 사람. 한 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상황과 시간에 순응한 듯 보인다. 마치 어디, 언제까지 이 우연같은 운명이 계속되는지 두고 보자 하는 듯 싶기도 하다.
세 번의 만남이 두 사람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의한 만남과 헤어짐이었다면, 네 번째 헤어짐은 두 사람의 마음이 어긋나면서 맞게 된다. 솔직히 현우와 미수의 다툼과 이후 둘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거기에 갑자기 미수의 옆자리를 차지하겠다 선언하는 출판사 사장님의 어설픈 악역은 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거지? 고개가 갸웃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네 번째 헤어짐 이후 이제껏 상황에 모든 것을 맡기는 듯 수동적이었던 그들이 서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현우와 미수가 비로소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나보다 짐작해 본다. 2시간이 지나서야 이러다니..음..조금 너무한 거 아닌가 싶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정해인의 미소는 눈부신 걸 보면..누군가의 말처럼 정해인 is 뭔들.
"가진게 많으면 더 가지고 싶겠지만, 난 강력한 한 두 개만 있으면 되는데.
나한테는 그런 사람이야. 적어도 나한텐 설명불가능한 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