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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개봉일 : 2020년 03월

김초희

한국 / 드라마 / 전체관람가

2019제작 / 20200305 개봉

출연 : 강말금,윤여정,김영민,윤승아,배유람

내용 평점 4점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는 복도 많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이렇게 영화가 끝나는 건가? 아니, 그보다 찬실이는 정말 '복'이 많은건가?

 

준비했던 영화가 엎어지고(고사를 지낸 당일 술자리에서 감독이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한다), 산길을 올라 이사를 하고, 막막한 생계를 걱정해야하고, 썸이라 여겼던 상대에게는 오해하게 해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데(게다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돌아서 가는 순간, 손에 들렸던 도시락 보자기는 왜 풀어져야 하는지), 그런 찬실에게 복이 많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의 시작, 낯선 수상내역에 우려했던대로 영화적 소양이 깊지 않은 내가 이 영화를 다 이해했다고 쓰긴 어려울 듯 하다. 그럼에도 묘한 중독성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인물과 장면을 소개해 볼까 한다.

 

# 귀신인가, 요정인가, '장국영'

어느 순간부터 찬실의 눈에만 보이는 귀신인지 요정일지 모를 '장국영' 영화 속에서 찬실과 장국영은 '귀신'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나누긴 하지만 귀신치고는 뭔가 허술하다.


(찬실)   "귀신인줄 알았네"

(장국영)   "귀신 맞아요"

 

무엇보다, 그의 복장이 범상치 앖다. 장국영이 출연한 '아비정전'을 봤는가? 거울을 보며 맘보춤을 추던, 장국영의 의상, 그렇다. 그는 속옷 차림이다. 하얀색 런닝셔츠와 하얀색 트렁크 팬츠 차림, 오직 장국영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의상을 찬실 앞에 나타난 '장국영'이 입고 있다(한두번인가, 귀신도 추위를 탄다며 옷을 차려입긴 하지만). 영화 속 계절은 아무리봐도 늦가을인데 그가 나타날 때마다 내가 다 추워진다.

 

하지만 이런 어설픈 장국영이지만, 찬실에게 던지는 질문은 예사롭지 않다.


"그만둬도 괜찮겠어요? 영화 안하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냐구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지요"

 

찬실이 영화를 그만두겠다 했을 때는 삐치기도 하는 인간적인(?) 귀신이지만 또 찬실이 다시 마음을 다잡을 때는 누구보다 기뻐하며 그녀를 응원한다.

 

# 할머니의 짧은 시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건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리고 그때 내 눈에 담긴 결정적인 장면이 바로 주인집 할머니(윤여정)가 쓴 시를 보고 찬실이 펑펑 눈물을 쏟아내던 대목이었다.

 

사라도 꽃처러 다시 도라오며능

어마나 조케씀미까

 

한글을 배우고 계신, 받침이 너무 어렵다 하시는 주인집 할머니의 시를 읽고 찬실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 그녀의 마음을 알 거도 같아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던 순간이었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할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딸을 떠올리며 시를 썼을지도 모르겠고, 찬실은 자신의 시간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이제껏 애써 외면하며 참고 있었던 시간들을 그제서야 마주하지는 않았을까.

 

글을 적으며 생각해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마음 먹은 찬실이가, 내 눈에만 보이는 '장국영'을 만나 속내를 털어 놓을 수 있었던 찬실이가 어쩌면 복이 많은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느새 입에 붙은 묘한 가락의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는 복도 많아~"

 

*기억에 남는 대사

(찬실)   별게 아닌게 제일 소중한 거예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명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자, 발끈한 찬실의 한 마디.

 

(할머니)   난 이제 하고 싶은게 아무것도 없어. 늙으니까 그거 하난 좋다

(찬실)   진짜 하고싶은 일이 없어요?

(할머니)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장국영)   외로운건 그냥 외로운 거예요. 사랑이 아니예요.

                당신 멋있는 사람이예요. 그러니까 좀만 더 힘을 내봐요

 

(찬실)   사는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다시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은 찬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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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흙속에저바람속에

    장국영 귀신이 나오는 영화군요! 검색을 해보니 복장은 정말 거울 앞에서 속옷차림으로 맘보춤을 추던 그의 모습이라 기분이 묘했습니다. 할머니의 시, "사라도 꽃처러 다시 도라오며능 어마나 조케씀미까" 에서 '사라'가 사람으로도 보이고 사랑으로도 보였어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도 생각났구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나는 영화에 대한 Joy님의 소개 잘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도 보고 싶어졌습니다.^^

    2021.01.01 15:5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앗, 흙속에저바람속에님께서는 직접 검색을 해보셨군요^^ 처음 '장국영'이 나왔을때는 헉! 저런 복장을? 했다가 '장국영'이라는 이름에 아, 그렇군..하면서도 넘 추워보이셔서ㅎㅎ
      흙속에저바람속에님 말씀처럼 '사라'라는 글이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으로도 읽힐 수 있네요. 영화에서 그것을 노린 게 아닐까요? 아니면 '사랑'을 말하고 싶었는데 제가 '사람'으로 읽었는지도 모르겠구요. 흙속에저바람속에님 덕분에 영화를 새롭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2021.01.02 12:53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찬실이는 지지리 복도 없지 보다
    백 배, 천 배 낫네요 ^^

    새 해 첫 영화 관람 축하드립니다 Joy님 ^^

    2021.01.01 17:2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아, 맞아요! 지지리 복도 없는 찬실이 보다는 복도 많은 찬실이가 훨씬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올 한해 '좋은'면을 찾아보는 제가 되어야 겠습니다.
      부자의우주님, 좋은 말씀 주셔서 넘 감사해요^^

      2021.01.02 12:54
  • 파워블로그 eunbi

    Joy님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21.01.01 19:3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eunbi님도 기분좋은 2021년 시작하셨기를 바랍니다. 올 한해도 마음 따뜻한 일 많이 만나시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2021.01.0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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