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 갑자기 떠오른 사람들이 있다면 다 적어보자
질문을 읽고, 곰곰 생각해 봤지만 오늘 내가 누군가를 떠올렸던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김OO, 이OO, 최OO, 익숙한 직장동료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났으나, 오늘 '갑자기' 떠오른 사람들은 아니니 여기에서는 패스하는 걸로.
그럼 앤은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책을 꺼냈다가, 문득 여자아이를 원하지 않는 마릴라와 다시 고아원에 돌아가기 위해 나선 길에 부모님을 잃고, 함께 살았던 토머스씨 가족과 해먼드씨 가족 이야기를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토머스 부인과 해먼드 부인이 너한테 잘해주었니?"
"어어......"
앤이 주저하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감정에 따라 금방 변하는 작은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고, 당황해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분들은 저한테 잘해주려고 했어요. 가능하면 잘해주고 친절하려고 애썼다는 걸 알아요. 누군가에게 우리를 친절하게 대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람이 항상 친절하지는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잖아요. 그분들에게는 걱정거리가 많았어요. 남편이 술주정뱅이였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또 쌍둥이가 줄줄이 세 쌍이나 된다면 정말 힘들지 앟았겠어요? 하지만 그분들이 마음으로는 제게 잘해주고 싶었다는 걸 믿어요."
*빨강머리 앤 p.73
나를 속상하게 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도 다 사정이 있었겠지, 하는 대신 서운한 마음이 먼저 들던 나는 오늘도 앤에게서 따뜻함을 배운다. 고마워, 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