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박희순), 흉흉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한명회(손현주)는 광대 5인방(조진웅, 고창석, 김슬기, 윤박, 김민성)을 포섭(이라 쓰고 협박이라 읽는다)하고, 이들은 설화에나 나올법한 전대미문의 상황들을 만들어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든다.
그들이 만든 민심전환용 상황들(사기극이라 해도 될 듯?)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조 10년 음력 2월 '속리산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리다'
세조 10년 5월 2일 '회암사 법회 중 부처님이 현신하다'
세조 10년 6월 19일 '원각사 위, 황색 구름이 둘러싸고 꽃비가 내리다'
세조 12년 윤 3월 28일 '금강산 순행 중 담무갈보살과 권속들이 나타나다'
세조 12년 가을 '목욕 중인 세조 앞에 문수보살이 나타나다'
세조 13년 '상원사 고양이가 세조의 목숨을 구하다'
*참고 : "소나무 벼슬·하늘 꽃비"…'광대들' 세조실록, 믿기힘든 기록들 - 중앙일보 (joins.com))
영화는 다소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정치판과 여론에 대한 다소 시니컬한 풍자가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면 개별적인 상황들은 코미디 요소가 강해 그 사이의 연결이 다소 매끄럽지 않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구멍없는 연기와 역사적 사실, 그것도 '실록'에 실린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궁금하면 직접 찾아봐야하기에 세조실록을 뒤져, 영화 속 내용과 함께 사리 분신(舍利分身 : 부처의 사리(舍利)가 중생을 구하기 위하여 곳곳에 나타나는 것을 말함), 꽃비와 같은 내용들을 찾을 수 있어 신기하기도 했고, 또 이렇게 짧게 쓰인(그것도 함축적으로) 기록을 찾아 영화적 상상을 덧붙인 작가와 감독에게 감탄하기도 했다.
세조10년 5월 2일 (1464년)
"죄명(罪名)이 비록 유사(宥赦) 조건 안에 든다고 하더라도 그 사건의 정상이 중대한 자와, 죄명이 비록 절도(竊盜)라고 하더라도 드러난 흔적이 강도(强盜)와 같은 자와, 끝내 비록 사유(赦宥)를 받을지라도 핵실(?實)하여 물적 증거가 있는 자는 방면(放免)하지 말라. 효령 대군(孝寧大君) 이보(李??)가 부처를 만드는 데 매우 독실(篤實)하여 어릴 때부터 늙기에 이르도록 더욱 열심인데, 회암사(檜巖寺)를 원찰(願刹)로 삼고 항상 왕래하면서 재(齋)를 베풀더니, 이 때에 이르러 여래(如來)가 현상(現相)하였고, 신승(神僧)이 탑(塔)을 둘러쌌었다. 다른 사람은 모두 보지 못하였으나, 오로지 이보(李??)만이 이를 보았다고 스스로 말하였다." 하였다.
세조 10년 6월 19일
효령 대군(孝寧大君) 이보(李??)가 아뢰기를,
"이 달 13일에 원각사(圓覺寺) 위에 황운(黃雲)이 둘러쌌고, 천우(天雨)가 사방에서 꽃피어 이상한 향기가 공중에 가득 찼습니다. 또 서기(瑞氣)가 회암사(檜巖寺)에서부터 경도사(京都寺)까지 잇달아 뻗쳤는데, 절의 역사(役事)하던 사람과 도성(都城) 사람, 사녀(士女)들이 이 광경을 보지 않는 자가 없었습니다." 하였다.
세종 12년 윤 3월 28일
또 담무갈 보살이 무수한 소상(小相)을 나타내었다가 다시 대상(大相)을 나타내어 그 길이가 하늘에 닿았습니다. 돌아옴에 미쳐서는 낙산사(洛山寺)·오대산(五臺山)·상원사(上院寺)·월정사(月精寺)·서수정사(西水精寺)·미지산(彌智山)·용문사(龍門寺)를 거쳤는데, 상원사 총림에서 사리·우화(雨花)·감로(甘露)·이향(異香) 등의 상서가 다시 전과 같았으며, 서울에 이르자 또 사리·감로·수타미(須?味)의 상서가 함께 이르러서 전후에 얻은 것이 총 7천 8백 17매(枚)였습니다. 아아! 우리 부처의 변화와 신통력의 묘함은 직접 눈으로 보고 징험한 것이 이와 같으니, 더욱 감동하여 여러 신민(臣民)들과 더불어 뛰고 기뻐하여, 드디어 크게 사유(赦宥)하여 큰 자비(慈悲)를 널리 폈습니다.
세종 13년 4월 7일
원각사(圓覺寺)의 탑(塔)에서 사리 분신(舍利分身)126) 하는 이변(異變)이 있고, 또 경복궁(景福宮)의 후원(後苑)에서 감로(甘露)가 내렸으므로, 백관들이 하례(賀禮)를 올렸다. 〈임금이〉 교지를 내려, 강도(强盜)·절도(竊盜)와 형벌을 남용한 관리(官吏) 이외에 유배(流配) 이하의 죄를 사면하여 주고, 모반(謀反)에 연좌(緣坐)된 도적과 형벌을 남용한 관리 이외에 도형(徒刑)·유형(流刑)으로 부처(付處)한 자를 모두 방면하여 주었으며, 고신(告身)을 거둔 자는 이를 환급(還給)하여 주고, 자급(資級)을 강등한 자는 그 자급을 회복하여 주게 하였다.
* 사리 분신(舍利分身) : 부처의 사리(舍利)가 중생을 구하기 위하여 곳곳에 나타나는 것을 말함.
세종 13년 4월 11일
백관(百官)이 원각사(圓覺寺)에서 우화(雨花)129) ·사리(舍利)·서기(瑞氣)의 이변(異變)이 있으므로 전문(箋文)을 올려 진하(陳賀)하니, 비[雨]로 인하여 정지하도록 명하고, 교지를 내려서 강도(强盜)·절도(竊盜)와 남형(濫刑)한 관리(官吏) 이외에 유형(流刑) 이하의 죄를 사면하여 주고, 모반(謀反)에 연좌(緣坐)된 도적과 남형(濫刑)한 관리 이외에 도형(徒刑)·유형(流刑)으로 부처(付處)하여 정속(定屬)된 자를 아울러 방면(放免)하였으며, 고신(告身)을 거둔 자는 돌려주게 하고, 자급이 강등된 자는 그 자급을 회복하여 주고, 배[船]를 파선하여 세공(稅貢)을 흠축(欠縮)낸 것과 목장(牧場)의 소와 말에 병으로 죽은 것은 징수하지 말게 하며 관직(官職)에 있는 자에게는 각각 1자급씩을 더하여 주게 하였다.
*우화(雨花) : 하늘이 감동할 때 내리는 꽃비.
*출처 : 조선왕조실록 (history.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