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동이 터오는 듯한 짙푸른 풍경과 ‘천 개의 아침’이라는 글이 적힌 표지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평소 시를 잘 읽지 않아 이런 독서 편식을 없애기 위해 1년에 최소 1권은 읽자는 목표를 만들어놓은 터였다. 그리고 그 기준으로 보면 얼마 전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읽었기에 2021년의 목표는 이미 달성한 셈인데, 내 마음을 끄는 시집을 만났다.
천 개의 아침
밤새 내 마음 불확실의 거친 땅
아무리 돌아다녀도, 밤이 아침을
만나 무릎 꿇으면, 빛은 깊어지고
바람은 누그러져 기다림의 자세가
되고, 나 또한 홍관조의 노래
기다리지(기다림 끝에 실망한 적이 있
었나?). p.71
A THOUSAND MORNING
All night my heart makes its way
however it can over the rough ground
of uncertainties, but only until night
meets and then is overwhelmed by
morning, the light deepening, the
wind easing and just waiting, as I
too wait (and when heve I ever been
disappointed?) for redbird to sing. p.70
'시'는 여전히 어렵고 낯설지만, 밤새 불확실의 거친 땅을 돌아다닌 나의 상념이 아침 햇빛을 만나 누그러지고 바람마저 부드러워지는 그 느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가 만난 천 개의 아침, 만 개의 아침, 그 시간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 수 많은 새로운 아침이 시작될 때 나는 천 개의 마음으로, 만 개의 마음으로 대했던가, 하나, 하나 모두 다른 순간들 이었을텐데 나는 항상 그 시간을 무심히 맞이하고 지나치지는 않았던가. 나의 아침들에 괜히 미안하고 그만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만날 천 개의 아침, 만 개의 아침, 저녁, 별이 가득한 밤,
그 순간들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맞이해야지.
*덧붙이는 말
메리 올리버 Mary Oliver
시집을 다 읽고 나서야 책날개에 적힌 저자에 대한 소개를 읽었다. 시인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으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그녀가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게 이미 두 해 전, 세상을 떠났다는 글은 까닭 모를 황망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가 만난 천 개의 아침에 대해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