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go
I don't wanna be your hero
I don't wanna be a big man
*Hero (by Family of the year / 적고 보니 밴드 이름도 독특)
내게는 영화보다 엔딩에 흐르는 ‘Hero’로 더욱 익숙한 영화 ‘보이후드’를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제작 비밀(!) 덕에 보게 되었다.
제작 비밀이란 다름 아닌 영화가 만들어진 기간인데, 이 영화는 12년 동안 매년 15분 가량 분량을 찍어서 완성했다고 한다. 12년이라니,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그저 그 시간에 놀랄 따름이었다.
영화로 편집된 2시간 45분 안에 12년이라는 시간이 오롯이 담겨있는 것이다. 덕분에 6살 메이슨이 18살이 될 때까지, 우리는 아이가 소년으로 그리고 청년으로 나아가는 시간과 시선의 변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6살 메이슨, 10살 메이슨 그리고 15살 메이슨은 자신이 어떤 10살이 되고, 15살이 되고 또 18살이 될지 알지 못한다. 그저 그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낼 뿐이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때로는 선택하고 또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6살 메이슨이 18살의 메이슨이 되며 영화는 끝난다. 무언가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인데 괜히 울컥해진다. 누군가 보기에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특별한 시간인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인지 알 것도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메이슨의 변화가, 말 그대로 장면이 변할 때마다 쑥쑥 커가는 메이슨과 사만다(메이슨의 누나)의 변화가 눈길을 끌다가 영화가 끝나갈 즈음에는 메이슨의 엄마가 자꾸 눈에 들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지 모른다.
“우리 엄마도 엄청 헤매면서 살았어” 메이슨이 여자친구에게 한 말이다.
어린 나이에 아이 둘을 낳고 남편과는 헤어져 살던 그녀, 두 번의 재혼을 하지만 결국 씁쓸한 파국을 맞이한 결혼 생활, 그 속에서도 계속해서 자신이 할 일을 찾고, 대학 학위를 취득하고 종국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멋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 헤메임이 어떠했을까? 단순히 ‘멋있다’ 말하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그 많은 생채기들은 또 어땠을까?
이제 18살이 된 메이슨은 자신의 엄마가 겪은 시간 앞에 서 있다. 엄마가 자신과 누나를 낳은 20대의 문턱에서 다시 20살의 메이슨이, 30살의 메이슨이 그리고 40살이 메이슨이 되어갈 것이다. 어쩌면 이제까지와 같이 별다르지 않게 주변에 휩쓸리기도, 선택하기도 또 헤매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그렇기에 무겁기도 기대가 되기도 하는 순간들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말 1
에단 호크의 팬이라면, 영화 속 메이슨의 친부로 나오는 그의 12년을 함께 하는 것 역시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 중 하나이다.
*덧붙이는 말 2
이 영화를 제작한 ‘리처드 링글레이터’ 감독이 내가 좋아하는 ‘비포’시리즈(비포 선라이즈 1995, 비포 선셋 2004, 비포 미드나잇 2013)의 감독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 편의 영화에도 에단호크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감독이 에단 호크의 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