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올 한해동안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시간별, 주제별로 저장해놓은 폴더를 하나, 하나 뒤져가며 미처 저장하지 못한 사진들을 찾아담고, 또 다른 곳에 섞여 있는 사진들을 골라 정리했다.
그 안에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추워지기 시작한 초겨울의 풍경이 담긴 그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기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길다면 길고 또 어찌 보면 짧은 그 시간 속에 처음과 같이 내 곁에 남은 모습도 있고 그 반대로 그 모양이, 관계가 달라진 모습도 보인다.
그림에 있던 나무는 풍성해졌고,
바깥 풍경은 달라졌어요.
그림 속 동물들은 훌쩍 컸고, 어떤 이는 이제 볼 수 없어요.
여우의 그림 속에는 숲속 동물 친구들이 사랑하는 것들이 담겨 있어요.
이것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요.
예쁜 그림이 가득한 그림책에는 짧은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마지막 이야기에서 여우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시해 친구들을 초대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깊은 숲속 작은 마을에 사는 여우예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리기가 참 어려웠어요.
아기 오소리들은 자꾸만 움직이고
음식은 군침이 돌고
구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를 만나
아름답고 특별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어요.
제가 어떤 그림들을 그렸을까요?
지금 바로 보러 오세요!
초대장에 쓰인 것처럼 처음, 여우의 그림 그리기는 쉽지 않았다. 눈에 담기는 풍경을 그림으로도 담고 싶었지만, 구름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고 예쁜 아기 오소리들은 잠시도 제자리에 있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사과를 그리다보면 배가 고파져 결국 사과를 먹어버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때 나타난 초록 스카프의 여우는 스스로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필요하면 나를 그려도 돼. 난 한가하거든.”),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할지 고민하는 여우를 데리고 숲으로 소풍을 가기도 한다.
두 여우는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숲길 끝에 있는 큰 바위에서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었어요.
초록 스카프 여우는 여우에게 이 모든 것이 나의 정원이라고 상상한다면, 무엇이든 다 그릴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네. 상상이 돼.” 여우가 중얼거렸어요.
그렇게 즐겁게 그림을 그리게 된 여우는 어느 가을, 꼭꼭 숨겨두었던 그림들을 전부 꺼내서 전시회를 열기로 한다.
한해가 지나는 시간이어서일까, 어느 대목보다 여우가 전시회를 열어 친구들을 초대하고 그간의 그림들을 함께 바라보며 나누는 시간이 마음을 끌었다.
나 역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진 정리를 마치고 내친김에 올 한해 열심히 달린 동료들의 사진을 모아 동영상을 만들었다. 열심히 업무에 열중한 그 모습들을 보며, 함께해서 즐겁기도 또 그만큼 힘들기도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골라 넣고, 자막까지 완성하고 나니 괜히 뿌듯하고 울컥해진다. 조금 더 다듬어 함께 시사회(?)라도 열까 생각해보는데, 막상 이 영상을 보면 한해 동안 고생한 일들이 떠올라 다같이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아, 아니면 업무영상이라니 다시는 보고싶지 않아! 라며 눈을 감아버릴지도?^^;).
그림에 있던 나무는 풍성해졌고,
바깥 풍경은 달라졌어요.
그림 속 동물들은 훌쩍 컸고, 어떤 이는 이제 볼 수 없어요.
여우의 그림 속에는 숲속 동물 친구들이 사랑하는 것들이 담겨 있어요.
이것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학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