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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eBook]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읽어봤어?”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만의 공간에서 작지만 나의 생각을 담은 책방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평소의 바램을 말하자 돌아온 답이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동네책방에 꽂혀 있는 내게 단연 눈에 띄는 책들 중 한 권이었지만 표지를 본 순간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던 바로 그 책이었다.

 

잠시 옆길로 새서 왜 표지에서 흥미를 잃었는가에 대해 말하자면, 표지 전면을 차지한 커다란 건물(그것은 집인 경우도 또 때로는 특정한 상점이기도 하다) 때문이었다. 이러한 표지디자인의 시작이 히가시노 게이코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것이든 마치 흥행하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공식이라도 있는 듯 비슷비슷한 표지들이 줄을 지어 나오니, 평소 다양한 책 표지를 보는 즐거움이 솔찮았던 내게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하나의 공간을 무대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씩 소개되는 옴니버스 형식 그리고 훈훈한 마무리까지, 요즘 소설의 트렌드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물론 작가들의 글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어쨋거나 선배와의 대화 덕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렇게 영주와 민준, 지미, 민철과 민철엄마 아니 희주(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신으로 불리길 원한 그녀이니 이름을 불러주어야겠지), 정서와 승우를 만났다.

 

낯선 장소에 자리 잡은 휴남동 서점이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안온한 공간이 되어가고, 이곳이 아니었다면 오가는 길에 부딪히더라도 서로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을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온기를 나누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 어쩌면 책을 펼치는 순간 예측 가능한 흐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극적이지 않고, 어찌보면 밋밋하게 느껴질 만큼 담백하게 적어내려간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간다.

 

이제껏 달려가던 길에서 목표를 잃고 방황하던 영주는 자신의 아픔을 통해 자신을 닮은 민준과 정서를 좀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 테고, 그녀 역시 그들을 통해 느리지만 조금씩 터널을 벗어난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p. 26

 

   “죽어라 단추를 만들면서 하나 생각하지 못한 게 있던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

   성철이 풀린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단추를 꿸 구멍이 없다는 거. 생각해봐. 옷이 있는데 한쪽엔 고급 단추들이 자르륵 달려 있어. 그런데 반대편엔 구멍이 없는 거야. 왜냐고? 아무도 구멍을 뚫어주지 않았거든. 그러니 내 옷을 봐. 볼썽사납게 첫 단추만 꿰져 있는 거지.” p.56

 

   “어디선가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잡념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거든요.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손을 움직여서 잡념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손을 움직이며 어떤 대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잡념이 없어지는 것 같았어요. 뜨개질에 몇 시간 집중하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두 가지가 좋더라고요. 결과물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개운해진다는 거요. 적어도 뜨개질을 할 땐 화가 나지 않으니까요.” p.166

 

   승우가 일을 좋아한다는, 그리고 잘한다는 소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족쇄가 되었다. 일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구조. 하루걸러 하루 야근을 했고, 한 달 걸러 한 달 출장을 갔다. 승우는 버티고 버티다 다 포기했다. 일을 좋아하는 것과 그 일을 이토록 무례한 환경에서 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확신하게 된 그날, 그는 부서이동을 신청했다. 하루아침에 코딩을 접었다. 더불어 야근도 하지 않았다. 그날의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p.214

 

   “안고 갈 수 없는 걸, 안고 가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어. 잘 산다는 게 잘 정리하면서 사는 거라는 걸 이번에 알았어. 두려워서, 남 눈치 보여서, 후회할까 봐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 나도 그랬지. 그런데 이젠 홀가분해.” p.260

 

사람들이 동네 책방이라는 장소에 대해 기대하는 마음이, 언젠가부터 여행계획을 세울 때면 인근에 동네 책방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아픔을,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공간,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 그 자체로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저 온기를 담아 서로의 안녕(安寧)을 빌어주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모두의 힘듦에 때로는 응원을 또 때로는 위로를 건네며 내 옆의 좋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읽기였다.

 

   “…… 간단해.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와.” p.150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p.252

 

*나에게 적용하기

누군가의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적용기한 : 지속)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사회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 p.256

 

*기억에 남는 문장

병자였는데 병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아픈 걸 말하지 못하는 게 억울해서 밤마다 울었어. 만약 그때 나도 영주 사장처럼 맥없이 앉아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그러면 조금 더 빨리 울음을 그칠 수 있었을 거야. 나 정말 오래 울었어.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 마음이 울 땐 울어야 한다고. 참다 보면 더디게 나.” p.14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을. p.64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만 골몰하지 말자.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기회가 있지 않은가. 부족한 나도 여전히 선한 행동, 선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실망스러운 나도 아주,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요. 이렇게 생각을 하니 조금 기운이 나네요.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기대도 되고요. p.86

 

노력에도 임계점이 있다면 이미 그것을 넘은 상태였으니까. 혹시 더 노력했다면, 한 번 더 시도했다면 될 수도 있었을까, 나는 그때 99도에 도달해 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99도에서 100도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노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내게 운이 없다면, 나는 내내 99도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어야 했겠지. p.94

 

영화를 보면서 민준은 단순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영화 속 인물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거였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등장인물의 선택에 있었다. 그렇다는 건 우리 삶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우리 삶을 이끄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우리의 선택인 것이 아닐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민준은 문득 자기 역시 그때 포기를 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한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을 벗어나겠다는 선택. p.94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이런저런 고민을 안고 서점을 시작하잖아요? 그 고민은 분명 서점을 하면서도 계속될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고민을 하게 될 거라는 거요. 서점을 안 하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고민은 생길 것이고, 또 그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고민은 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결국 이거예요.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고민을 할 것인가. 저는 아직까지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고민을 계속해보자,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p.194

 

자고로 자기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걱정할 필요 없는 법이거든요. 언닐 너무 많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요.” p.202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일이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 않는다. p.214

 

즐거움이 빠진 꿈은 저도 별로 같아요. 꿈이냐, 즐거움이냐. 하나만 택하라면 저도 즐거움! 하지만 전 아직 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기도 하거든요. 꿈 없이 사는 삶. 눈물 없이 사는 삶만큼 삭막할 것 같아요. 그런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있기는 해요.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다.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된다.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 p.240

 

나는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니 대충대충 일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일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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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모모

    독자들의 사랑으로 알려진 도서죠. 그런데 아직도 읽지 않는 1인입니다.
    서점을 통해 타인을 알아가는 것...문득, 어느 공간에서 인연을 맺느냐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2022.09.25 18:3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입소문으로 알려진 책인가보네요. 그러고보니 저 역시 선배의 권유로 읽게 되었네요^^
      모모님 말씀처럼 어느 공간에서 처음 알게 되어 인연을 맺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예스에서 만난 분들에게 더욱 친근감이 가는 것 같아요. 책(읽기)을 좋아하는 분들과의 대화 때문이겠죠^^

      2022.10.01 20:08
    • 파워블로그 모모

      네 브런치에서 글을 썼고 입소문으로 알려진 작품이라고 하더라구요 ^^
      저도 브런치를 하지만 서평외엔 안쓰거든요. 이 책을 보니 저도 용기를 내보고 싶기도 합니다.

      2022.10.01 22:42
    • 스타블로거 Joy

      브런치에서 알려진 작품이군요!
      모모님께서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계시다니, 블로그와 '브런치'의 느낌이 다를 듯해서 궁금하네요. 저도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

      2022.10.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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