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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도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저/조경숙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역설적이게도 내 영혼이 가장 추웠던 시간(거창한 듯 싶지만 누구든 자신의 아픔이 가장 큰 법이니), 이 책을 만났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어내려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새벽이 다되도록 책장을 넘겨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작은 나무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지만 그 온기가 컸던 만큼 모두를 떠나보낸 작은 나무의 모습이 너무나도 시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결국 다 혼자야, 울음에 섞여 이런 말을 웅얼거렸던 것도 같다.

 

2022년 여름,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이미 책장에 책이 꽂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책을 구매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예전에 읽었던 그 책을 펼쳐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치 책을 펼치면 그 시간, 책 한 권을 끌어 안고 울었던 그 기억들까지 쏟아져 내리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시 만난 작은 나무의 이야기에 몇 번인가 코끝이 찡해지고 훌쩍 거리긴 했지만 예전처럼 울음을 터트리지는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르침에 다시 한번 마음이 따뜻해졌으며, 전에는 눈 여겨 보지 못했던 윌로존, 와인씨, 파인빌리, 너구리 잭과 같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며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시간이었다.

 

윌로 존과 와인씨의 다른 듯 닮은 모습을 바라보며, 와인씨가 윌로존에게 남긴 초를 사용했을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하지만 윌로 존은 남의 눈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웃어댔다. 일이 이렇게 되는 바람에 처음에는 겁을 먹었던 나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윌로 존의 눈에서 눈물이 솟더니 뺨의 주름을 타고 흘러내렸다. 윌로 존이 울고 있었다!

   (중략)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지만 그의 가슴은 들먹거렸고, 그의 어깨는 흔들렸다. 그는 한참 동안 그렇게 울었다. p.463

 

   와인 씨는, 자신의 가족들은 모두 넓은 바다 건너에 살고 있어서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자신과 가족들이 매일 밤 정해진 시간에 똑같이 촛불을 켜는 것이다, 이렇게 촛불을 켤 때면 서로의 생각이 하나가 되기 때문에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p.523

 

모카신을 선물 받은 아이의 아버지가 작은 나무에게 신발을 돌려주며 한 이야기는 어쩌면 자신을 향한 분노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자신이 때린 딸을 안고 오열했을지도 모르겠다 막연히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아이를 그렇게나 때린 건 정말 너무하지 않나?).

 

   그는 모카신으로 나를 쿡 찔렀다. 내가 두 손으로 받아들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동정 따위는 받지 않아...... 아무한테도...... 특히나 이교도 야만인들한테는!”

   나는 가슴이 졸아들 것처럼 겁이 났다. 하지만 그는 그 말만 하고는 휙하니 몸을 틀더니 누더기가 다 된 멜빵바지를 펄럭이며 길 아래로 걸어가버렸다. p.301

 

많은 사람들 중 다시 읽기를 하며 그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준 인물은 다름 아닌 연방군 하사였다. 아홉 살이었던 할아버지가 만난, 황폐한 숲속에 살던 사람들을 도운, 바로 그 사람 말이다. 그는 단순히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꼈던 것일까?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떤 기억을 떠올린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자연의 성실함을 몸으로 느끼며 인디언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었을까? 그는 왜 죽어가는 순간에도 흙을 움켜쥐고 있었을까?

 

   사람들은 기를 쓰고 그 주먹을 펴보려 했다. 급기야 도구까지 동원해서 억지로 그 손을 폈을 때, 예상과 달리 그 손 안에는 값나가는 어떤 것도 없었다. 펼쳐진 손바닥에서는 검은 흙 한 줌이 주르르 흘러내렸을 뿐이다. p.381

 

다양한 인물군상을 발견한 것과 동시에 결국 다 혼자야, 울음을 삼켰던 내가 이번에도 결국 혼자 남겨진 작은 나무를 보면서 막막함과 함께 작은 위안을 느꼈다면 (여전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코를 훌쩍이며 울었지만)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남긴 따뜻한 인사 덕분이었다.

 

   “그리고 보니 비에게 전해주게.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더 나을 거라고 말이야.” 윌로 존의 목소리르 사그라들고 있었다. p.647

 

   “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 p.657

 

   작은 나무야, 나는 가야 한단다. 네가 나무들을 느끼듯이, 귀 기울려 듣고 있으면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널 기다리고 있으마.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나을 거야. 모든 일이 잘될 거다. p.663

 

너를 만나 행복했고, 어디서건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더 좋아질 거라고. 누군가는 뻔한 위로의 말이라 할지도 모를 그 말이 막막하기만 했던 내 마음을 다독여 주는 건 어쩌면 그 사이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부재(不在)의 슬픔 사이에 함께한 기억들이 따뜻하게 남는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문장

할아버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가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깨워주겠다고는 하시지 않았다.

남자란 아침이 되면 모름지기 제 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거야.”

(중략)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신 후 여러 가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셨다. 내 방 벽에 쿵 하고 부딪치기도 하고, 유난스레 큰 소리로 할머니에게 말을 걸기도 하셨다.

(중략)

아니, 벌써 나와 있었구나!” 할아버지는 정말 놀랍다는 얼굴로 말했고,

, 할아버지.” 내 목소리에는 뿌듯한 자랑이 묻어 있었다. pp.25, 27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슬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중략)..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pp.35, 37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p.121

 

할아버지 설명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태어나시기 전 옛날에는 친척(kinfolks)’이라는 말이 이해하는 사람, 이해를 함께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loved folks)’이란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갈수록 이기적으로 되는 바람에 이 말도 단지 혈연관계가 있는 친척을 뜻하는 것으로 바뀌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본래의 말뜻과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p.123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내게 지난 일들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하셨다. 지난 일을 모르면 앞일도 잘 해낼 수 없다. 자기 종족이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면 어디로 가야 될지도 모르는 법이라고 하시면서. p.129

 

앞으로 너는 누가 다른 사람 헐뜯는 말을 하면 그 말을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 그런 건 아무 쓰잘데기도 없는 거니까. 그것보다 말투를 잘 들어봐. 그러면 그놈이 비열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니.” p.247

 

할아버지는, 남에게 무언가를 그냥 주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좋은 일이다, 받는 사람이 제 힘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면 앞으로는 필요할 때마다 만들면 되지만, 뭔가를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평생 동안 남이 주는 것을 받기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인격이 없어지고 자신의 인격을 도둑질당하는 셈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하면 그 사람에게 친절한 것이 도리어 불친절한 것이 되고 만다고 하셨다. p.489

 

 

와인 씨는 나에게 가르쳐 준 연필 깎는 방법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인색한 것과 절약하는 것은 다르다. 돈을 숭배하여 돈을 써야 할 때도 쓰지 않는 일부 부자들만큼이나 나쁜 게 인색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살면 돈이 그 사람의 신()이 되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인생에서 어떤 착한 일도 하지 못한다. p.507

 

와인 씨는 버릇은 또 다른 버릇을 만들어내게 마련이라서,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으면 결국 성격도 나빠진다고 했다. 그래서 돈을 낭비하는 버릇이 있으면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그 다음엔 생각을 허술히 낭비하게 되며, 결국 나중에 가서는 모든 걸 낭비하게 된다. p.507

 

때로는 혹독한 겨울도 필요하다고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보다 튼튼히 자라게 하는 자연의 방식이었다. 예를 들면, 얼음은 약한 나뭇가지만을 골라서 꺾어버리기 때문에 강한 가지들만이 겨울을 이기고 살아남게 된다. 또 겨울은 알차지 못한 도토리와 밤, 호두 따위들을 쓸어버려 산속에 더 크고 좋은 열매들이 자랄 기회를 제공해준다. p.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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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Aslan

    인생은 아름다워 좋게 보셨나요. ^^~~

    2022.10.04 16:3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음..뭐랄까요? 호불호가 갈릴듯 한 영화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만난 영화였습니다ㅎㅎ

      2022.10.09 20:19
  • 별나라이야기

    맞아요 저에게도 이런책이 한권있어요.. 새책을 구입하는것 또한 색다른 방법이네요..ㅎㅎ 저도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따뜻함이 묻어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계절과 잘 어울릴것같아요:)

    2022.10.04 17:1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별나라이야기님에게는 어떤 책이 저와 같은 기억을 전해주었을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새책을 사기위한(?) 핑계일 수 있지만 정말 펼쳐볼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말씀처럼 지금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입니다. 따뜻한 가을과 차가운 초겨울의 느낌이랄까요?

      2022.10.09 20:20
  • 파워블로그 모모

    무엇이 그토록 눈물 나게 했었나요....제목부터 뭔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거 같습니다.

    2022.10.06 11:1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혼자'라는 감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시 읽어본 책에서는 비록 곁에 없어도 그 마음의 크기가 느껴졌는데 당시에는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크게 다가왔거든요ㅠㅠ

      2022.10.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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