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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느린 걸음

[도서] 가끔은, 느린 걸음

김병훈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여름이 가고 나면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올 것이다. 사계는 반복되지만 그 안에 일상은 다시 돌아올 때마다 자연도 사람도 새로운 모습으로 시간을 맞이한다. 도서 가끔은, 느린 걸음은 산책하듯 느리게 걸으며 일상의 빛나는 순간들을 사진 속에 담았다. 사진이 흑백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담겨있는 글들을 읽어보면 어느덧 지은이의 기억 속에 들어가 시간을 되돌려 추억 속에 머무르게 된다.

 

 


복잡한 규칙성

나무들은 자라날 때면 가지가 부딪칠 만도 한데 가지들이 부딪쳐서 성장을 방해하는 것 없이 자라난다. 사람 키를 훌쩍 넘겨 자라는 큰 나무들이 지은이의 눈에 띄었다. 나무들은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상처 내지 않고 풍성하게 그들의 세상을 만들어나간다. 저자는 이를 보며 세상살이 또한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는다.

 

 

생각해 보면 나무들이 뒤엉켜 있는 것 같아도 부딪치거나 맞물려서 자라나는 나무는 흔하지 않다. 자라면서 아무리 가깝게 자라고 있는 나무라 할지라도 일정 거리를 두며 자신의 성장을 꾀한다. 나무는 눈도 없는데, 어떻게 옆에서 자라나는 나무들을 알아차리고 서로를 위한 적당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일까?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 살이는 '제로섬'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누리는 것들을 잃게 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보면 자신의 성공의 기회가 줄어들고 확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유입되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전보다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찾은 나무

저자는 시간이 흐른 뒤, 같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수개월이 지난 후 다시 찾은 그 장소에서 만난 나무는 가지마다 풍성한 잎사귀들이 달려 있었다. 불과 몇 개월만 해도 이제 막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뭇잎은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나무를 찾는 새들은 지저귀며 바람을 맞이한다. 나무에 부는 바람을 저자는 '지나가던 바람도 그의 머리칼을 쓸어내린다.'라고 표현하였다. 이 표현이 퍽 인상적이었다. 나무가 마치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리고 있는 사람과 같이 느껴졌다. 나무는 그때그때 자신을 보러 오는 작은 동물들과 함께 바람을 쐬고 계절을 맞이한다. 시간이 흘러도 나무는 그 자리에 서서 지은이를 맞이할 것이고 그때 또한 먼 곳에서 바람이 나무를 찾아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시계 초침

지은이는 부산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이나 남은 시간을 두고 시계와 기차표를 번갈아 바라본다. 손바닥에 올려놓은 기차표 속 글자 하나하나 숫자 하나하나 지은이의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또다시 시계를 보는 것이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때도 있지만 시간의 주위를 맴돌며 바라볼 때는 참 느리게 간다. 지은이는 이를 가리켜 '시간은 우리가 그에게 집중하고 관심을 두는 순간부터 빨리 뛰던 것을 멈추고 느리게 걷는다.'라고 표현했다. 낯선 이와 탄 엘리베이터 속의 시간은 왜 이리 느리게 가는지.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있을 때는 엘리베이터가 무척이나 빠르게 목적지가 있는 층수까지 데려다주는 것 같지만 누군가와 함께 탔을 때는 시간이 무척이나 느리게 간다. 마치 뛰었던 것을 옆에 눈치를 보며 갑자기 멈추고 느리게 걷는 것처럼 말이다. 도서에서는 현재를 잠시 멈춰 과거로 돌아가 천천히 현재로 걸어오는 작업을 한다. 그 시선과 기억들을 따라가다 현실로 돌아오면 어쩐 일인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현재로 돌아온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건 아마 사진이 가지고 있는 힘이지 않을까 싶다. 사진가의 기록은 실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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