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원작으로도 알려진 <원더>를 최근에 읽게 되었다.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어서 (슬픈 마음이 드는 게 싫어서) 굳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부모의 심정으로 읽고 싶어졌다. 우리 사회에는,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뭔가 집단 속에서 '다름'을 이상한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설령 그런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에게는 잘못된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과 함께, 지인의 아이도 떠올랐다. 지인의 아이 중에 조산아로 태어나 아기 때부터 큰 수술을 여러 번 거치고 죽을 고비를 넘기다 살아난 아이가 있다. 다섯 살인 지금도 몇 번의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특별한 아이 어거스트가 주인공인데, 어거스트를 포함해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서술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두개안면 이상'인 어기(어거스트의 애칭)는 어릴 때부터 자기 얼굴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을 겪어왔다. 부모님의 권유와 스스로의 기대로 중학교에 간 후, 어기는 짝꿍처럼 지내며 친해진 잭조차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신을 욕하는 말, 특히 얼굴에 대해 모욕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는 어기에게, 누나 비아는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건 우리 모두 그런 나쁜 날들을 견뎌 내야만 한다는 거야. 죽을 때까지 아기 취급 받고 싶지 않으면, 아니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남고 싶지 않으면 받아들이고 이겨 내야 해."(208쪽)
비아는 누구보다 동생 어기를 아끼지만, 고등학교 생활에서는 그런 특별한 동생을 둔 사람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아 한다. 남자친구 저스틴이 주인공인 연극에도 가족을 초대하기를 꺼렸다. 어기도 그런 누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어기 가족이 서로 마음이 상했다가 화해하는 과정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가족의 마음이 다시 하나가 된 데는 애견 데이지의 죽음이 있었지만.
어기 주변의 아이들은 어기의 몸에 자기 몸이 닿을까 봐 조심하는 소위 '전염병 놀이'를 한다. 그 와중에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된 서머가 돋보인다. 잭도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의 당부로 어기와 어울렸지만 점점 어기를 좋아하게 되고, 자기의 말 때문에 상처 입었던 어기의 사정을 알게 된 후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 사과를 받아주고 다시 친구가 되는 '쿨한' 어기가 멋지다.
어기는 반 친구가 못난이 인형 편지지에 뭐라고 쓰는 것을 보고 "그 못난이 인형 만든 사람 말이야. 나를 모델로 했는데, 몰랐어?" 하는 농담을 던질 정도다. 서머와 잭뿐 아니라 아이들 모두, 점점 어기가 재미있고 멋진 아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줄곧 어기에게 못되게 굴던 줄리안만 빼고.) 해당 학년을 마치는 종업식에서 어기는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을 받는다. 교장 선생님 훈화 중 다음 대목이 있다.
"비처는 이렇게 썼습니다. '위대함은 강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의 올바른 사용에 있다. 그의 힘이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517쪽)
어기를 보면서, 예전에 봉사활동 중 만났던 발달장애인 친구들과 그 가족들도 떠올랐고, 교통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었던 어느 작가님도 생각났다. 당사자든 가족이든 사회에서 '다름'으로 주목받고 이런저런 수군거림을 들으면서도, 그런 것들에 개의치 않고 의연하게 자기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위대한 일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학교에 보내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어기에게, 엄마는 이렇게 속삭인다.
"나야말로 고맙구나, 어기. 네가 우리에게 준 모든 게. 우리의 삶에 찾아와 준 거. 네가 되어 준 거. 너는 정말 기적이란다, 어기. 너는 기적이야."(5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