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정말 화났던 책.
인구의 절반인 여자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무시한 채 세상을 설계한 사람들과 그로 인해 죽어가는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정말 울분이 토하게 한다.
원래도 남자가 디폴트라는 사실은 종종 보이는 모습에서 알고 있었지만, 이를 하나의 책으로 모아서 한 번에 읽으니까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여자를 "예외" 취급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사 제목만 봐도 가해자가 아니라 '여자'에 초점을 맞춘 여대생, 여중생과 같은 단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여름에 추워서 담요를 덮은 경우도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고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이 25~30세의 몸무게 70kg 백인 남자가 모든 사람을 대표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세상의 기준을 정해 생긴 일이라는 게.. 정말 이해되지도 않고 화가 나고 당장이라도 다 뜯어고치고 싶다.
여자가 자주 걸리는 질병조차도 실험 단계에서 여성보다 남성을 위주로 대상을 선정하고 여성의 증상은 '이례적 증상'으로 판단하고 넘겨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죽는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이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의료계가 여자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투자자들 역시 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런 데이터를 얻기 위한 연구는 도대체 어떻게 시작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 게 젠더 데이터 공백을 더욱 깊고 헤어 나오기 어렵게 만든다.
읽는 내내 내가 몰랐던 처참한 현실에 좌절하고 화가 났지만, 이런 현실에 주저앉기보다 하루빨리 공백이 메워지길 바라며 여자들을 믿고 밀어줘야 한다. 언젠가 이 책을 읽는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이렇게 불공평한 사회가 진짜일 리 없다며 믿지 않는 그런 상황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