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읽게 되어서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 이상을 보여준 책이다.
단편소설집이라 호흡이 짧아 읽기에도 편하고, 하나하나 흡입력이 대단해서 앉은 자리에서 계속 읽게 된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첫번째 시작을 알리는 ‘웨딩드레스44’였다.
한 웨딩드레스를 입게 되는 44명의 삶을 말하는 소설로,
읽자마자 아, 재밌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25
마트 앞에서 크게 싸웠다.
“와, 홈패션 배우고 싶어. 수강료 안 비싸고 좋다.”
여자가 마트 문화센터의 수업 소개 게시판을 보다가 말했을 때, 남자가 쏘아붙였다.
“요리부터 배워.”
한번은 그냥 넘어갔다.
“쉽게 하는 이탈리아 요리, 이거 배울까?”
“좀! 한식보다 배워 좀! 밑반찬보다.”
두번은 넘어갈 수 없었다. 둘 다 이래하는데 식사 준비를 여자가 하는 건 여자의 자발적인 기여일 뿐이었다. 남자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데 분명했다. 차분하게 반박해야 했지만 여자도 쌓였던 게 많았다.
“다시 말해봐, 씨발새끼야.”
격론 끝에 남자는 마트 앞에서 울었다. 여자는 별로 미안하지 않았다.
특히 이 부분은 다른 사람의 인스타스토리에 올라온 것을 보고 아, 꼭 읽어봐야지 했던 구절인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다.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짜릿함을 주었다.
특히 제목이기도 한 옥상에서 만나요는 정말.. 제목을 보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읽으면서 소름까지 돋았다.
어쩜 그런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을까, 경외로움까지 들었다.
예전부터 읽으려고 사둔 <지구에서 한아뿐>도 아직 읽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데,
<옥상에서 만나요>로 정세랑 소설을 시작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앞으로 읽게 될 책들이 기대되는 첫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