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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도서]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렇게 재밌는 책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짧기도 하고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게 아쉬워서 자꾸만 앞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 이렇게 써놓고 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비현실적인 주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만드는 아주 강력한 책이다. 천연덕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이를 납득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이 좋았지만, 그중 엄선해서 고른 부분들이다. 한아를 만나기 위해 저 멀리서 2만 광년을 건너 온 경민의 대담함과 낭만이 좋았고 한아의 단단한 신념이 멋있었다. 엑스와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애쓰던 한아가 경민을 만나고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기뻤고 중간중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경민의 애정 담긴 말에 내가 다 설렜다.


가벼운 닻이었던 한아가 엑스를 지구에 붙잡아두지 못했지만, 우주의 끝에서 한아가 생각나 경민보다 더 멀리, 더 힘들게 지구로 돌아온 사실이 참 슬프면서도 화가 난다. 그의 모순적인 태도에 화가 났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돌아온 용기는 대단한 것 같다. 한아와 경민 외에도 주영, 정규, 유리가 등장하는데 나는 유리가 가장 좋았다. 한아의 가장 친한 친구로 한아가 용기 내지 못할 때 대신 힘 있게 나서는 모습이 참 멋있었다. 아폴로와 주영의 관계는 이해가 잘 되진 않지만, 결국 그들이 우주에서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경민이 지구로 와서 한아 앞에서 정체를 드러냈을 때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한아를 힘들게 했는지 경민은 잘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가 지구로 돌아와 죽고 난 뒤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동안 경민은 잠시 한아의 곁을 떠난다. 한아가 엑스의 죽음과 자신을 나눠서 생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경민의 마음에 감동받았다. 한아에게 온 마음의 사랑을, 우주의 사랑을 전부 바치는 경민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장편소설이라 긴 호흡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큰 이야기마다 숫자로 구분하고 있어 읽기에 편하고 좋았다. 정세랑 작가의 다른 책들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지 정말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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