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이렇게 파격적인 내용을 따뜻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판타지스러운 가정이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드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보노보의 몸에 들어간 사람의 정신. 말도 안 되는 문장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영장류 사육사인 이진이는 자신이 아기 때부터 키운 침팬지 팬의 출산을 앞두고 구조대의 요청을 받아 스승과 함께 불이 난 인동호로 간다. 나무 위에 위태롭게 있는 침팬지는 가까이서 보니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 보노보였다. 진이는 자신이 사육사를 그만두게 된 사건을 애써 머릿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구조에만 힘쓴다. 무사히 구조하고 영장류센터로 가며 자신이 구조한 보노보에게 JINNY, 지니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러다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 때문에 사고를 당한다. 그때부터 진이의 이야기는 지니의 몸에서 진행된다.
한편 삶의 의욕을 모두 잃고 자판기 아저씨의 말을 따라 무곡 영장류센터에 온 민주는 마땅히 잘 곳을 구하지 못해 출입 금지 지역인 골짜기 속 정자로 간다. 소리에 예민한 감각을 가진 민주는 자던 도중 사고 소리를 듣는다. 간장 종지라는 비아냥을 듣던 민주는 자신의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사고 현장으로 간다. 스승과 진이, 지니가 타고 있던 밴에는 스승만 남아있지만, 민주는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119신고 후 빠르게 도망친다. 그리고 도망가던 중 진이의 사원증을 발견한다.
그 다음날 진이, 지니와 민주는 만난다. 그렇게 둘의 계약이자 우정은 시작된다. 진이가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민주의 도움을 받고 민주는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씌어있던 간장 종지의 틀을 벗어낸다. 진이는 지니의 램프 속으로 불려 들어가는데 그때마다 지니에게 동화된다. 지니의 과거 경험을 함께하면서 지니의 시선에서, 지니의 감정을 읽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킨샤사에서 만난 보노보가 지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제야 자신이 애써 감춰둔 그날의 기억과 죄책감이 진이를 덮친다. 자신이 용기 내지 않았던 그 순간 때문에 지니는 인간에게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지금껏 지니는 램프를 통해 침입자에게 호소해온 것이었다. 삶의 타당성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자신의 삶을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 나는 내게 돌아가야 했다. 다음 교차가 오기 전에, 내 몸이 엔진을 완전히 멈추기 전에, 지니에게 지니의 삶을 돌려줘야 했다. 그것이 타당한 선택이었다. 나아가 지니를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할 것이다. 지니가 떠나온 곳. 나고 자란 자신의 세계, 밀림 속으로. 이는 내가 수행해야 할 삶의 마지막 의무였다.
지니에게 지니의 삶을 돌려주기 위해, 진이는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몸으로 돌아간다. 진이의 삶은 끝이 나지만 덕분에 지니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민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진이와 민주는 구하지 못한 순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철장 속 보노보를 구하지 못하고 도망친 진이와 해병대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리를 그냥 지나친 민주, 두 사람은 진이를 진이의 몸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힘을 모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이겨낸다. 지니의 삶을 지니에게 돌려주기 위해 도망치지 않는 진이와 진이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민주. 두 사람이 자신을 얽매고 있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더 큰 사람이 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지니에게도 자신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빼앗긴 지니의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상처받고 자신의 삶을 잃었을까.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를 이겨낼 용기와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을 많은 이가 읽기를 바란다.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