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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도서]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저/강주헌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현대지성 클래식의 신간을 운 좋게 서평단으로 읽었다. 르 봉의 '군중심리'는 군중의 행동/심리적 특성, 그러한 특성이 나타나는 원인과 군중심리의 형성과정, 군중의 신념을 결정하는 사회적 요인 및 군중의 특성 등 '군중'에 대한 르 봉의 생각을 총망라했다. 귀스타브 르 봉은 19세기 프랑스에서 태어나 과학 및 철학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저술한 엘리트이다. 18세기 프랑스혁명 이후로 크고 작은 사상적 변화가 있었던 프랑스는, 19세기 말 노동자 시위가 일어남으로써 '군중의 영향력'이 문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한다. 이것이 '군중심리학'의 탄생배경이고, 본 책 '군중심리'는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라고 한다.(p.263요약)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2부까지는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르 봉이 가진 엘리트주의적 시각과 차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런 주장들이 개별사례로 증명되는 탓에 딱히 설득력있다 생각되지도 않았다. 본 책에서 르 봉은 군중은 비이성적 존재이고, 성찰 능력이 없는 지도자의 확언을 따름으로써 문명을 파괴로 이끌 수 있는 존재라고 본다. 그는 군중이 모호한 단어와 경구에 현혹되어 특정 신념을 맹신하고, 다수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폭력을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고 말한다. 르 봉이 말하는 군중은 비판정신이 없는 좀비와 비슷하다. 르 봉의 통찰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는 군중의 주체성을 부정할 수 있는 발언들이 윤리적으로 거부감 들었다. 한편으로 르 봉은 군중은 그들이 속한 민족에 따라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특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특정 민족은 '본래부터' 더 열등한 정신을 가졌다고 왜곡될 수 있는 주장이었다. 여성은 합리적 추론이 불가능하다는 차별적 시선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다 읽고 나니 오늘날에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는 많았다. 먼저 인상적이었던 것은 르 봉이 말하는 '군중을 설득하는 법'이다. 비록 군중이 무의식의 총체이고 비합리적으로 주어진 암시를 따라간다는 군중 좀비설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군중 전체적으로 의사결정이 합리보다는 감성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는 바 정치인들이 유용하게 사용할만한 조언들이 있었다. 군중은 온후한 지도자보다 자신들에게 두려움을 심는 지도자를 원한다는 것(p.65),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엄밀한 이야기보다 부수적인 해석이 필요없는 이미지여야 한다는 것(p.84), 군중은 단어와 경구에서 연결되는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모호하지만 강력한 단어로 현혹해야 한다는 것 ex)민주주의, 사회주의, 자유와 평등(p.121), 군중은 진실을 갈망한 적 없으며 그들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p.131), 군중은 이성으로 설득되지 않기에 감정을 이용하여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는 척 하며 암시된 이미지를 주어야 한다는 것(p.138) 등이다.

르 봉은 군중의 비합리성과, 본능적으로 각인된 지배자에 대한 복종을 주장하여 군중의 주체적 이성을 폄하하는 듯한 말을 했지만, 동시에 군중이 가진 영향력을 크게 평가했다. (물론 그 방향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듯 하다) p.178에서 르 봉은 "이제 정부는 군중의 의견을 좌지우지할 힘이 없다"라고 말하며, 정치인이 여론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군중이 여론의 뒤를 쫓는 데 급급하다고 주장한다. 정치인들이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협박이 무서워 그들의 입맛에 맞게 본인의 노선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또 p.143에서는 "오늘날 공권력이 도전받고 약해짐에 따라 점점 군중 지도자가 공권력을 대신하는 추세다"라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21세기 현대에서도 멀지 않은 이야기 같다. 광기로 흐른 군중의 혐오와 차별이 정치인들마저 반 이성주의로 흐르도록 검열하는 현실이다.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교육에 대한 르 봉의 생각이었다. (p.97) 그는 '군중의 의견과 신념에 영향을 주는 간접 요인'으로 민족, 전통, 시간, 정치제도와 사회제도, 그리고 교육을 꼽았다. 이 책에서 르 봉은 "젊은이들이 무슨 교육을 받는지 보면, 훗날 그 나라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데 르 봉은 당시 프랑스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 그는 라틴계 교육방식은 교과서의 내용을 모조리 외워서 채점하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판단/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고 말한다. 이것이 학생들을 위축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사실 한국 교육도 르 봉이 말하는 라틴계 교육방식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대로 (적어도 내가 보고 들은 바로는) 한국 학생들도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경향이 있다. 또 주체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권위있는 자의 의견에 기반해 자기 스탠스를 고르고, 삶의 방식에 대해 깊게 성찰하지 않는 경향도 있는 듯 하다. 많은 학생들이 일베에서 출발한 비논리적인 혐오사상을 맹신하는 걸 보면 그렇다. (이제 남자 1020세대에게 일베사상은 주류문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군중의 문제를 교육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동안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외에도 내가 인상깊게 읽은 구절들이 많지만, 시간상 다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르 봉이 분석한 군중의 행태와 원인이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있겠지만 통찰력 있고 21세기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본다. p.242의 의회군중에 이야기와 p.246의 문명의 발전 - 국가의 통제력 강화에 대한 시각도 재미있었다. 민주주의 사회의 긍정적 가치를 배우고 자란 입장에서 다소 꺼림칙한 엘리티시즘 발언들도 있으나, 정치학이나 행정학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봄직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서평단으로 책을 지급받아 직접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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