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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리커버 에디션

[도서] 박쥐 리커버 에디션

요 네스뵈 저/문희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오스트레일리아에 막 도착한 해리의 모습은 내겐 이렇게 각인되어 있다.
멋들어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청바지에 셔츠, 거기에 전혀 상관없는 기타 하나를 둘러메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모양새.
왜인지 나도 모른다.
그냥 그런 이미지가 박혀버려서 박쥐에서의 해리는 읽는 내내 그 카우보이모자를 쓴 채로 다녔다...






박쥐는 해리의 탄생을 알리는 이야기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노르웨이 여자 잉게르 홀테르가 살해된다.
해리는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다. 시드니에 도착한 해리를 마중 나온 사람은 자신을 앤드루 켄싱턴이라고 소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출신 애버리진.

앤드루는 이곳저곳 관광 겸 사건 해결을 위해 해리를 안내한다.
아직은 젊고, 극심한 고통이 엿보이지 않는 해리의 모습은 푸릇하다. 하지만 해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었다.

박쥐는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기본 틀 안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인 애버리 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그들의 모든 문제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전혀 몰랐던 그들의 비극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준 요 네스뵈에게 고맙다.





한 사람을 다 알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내가 해리 홀레를 다 알기까지는 몇 번을 다시 읽어야 할까?

처음부터 해리는 고독과 슬픔을 달고 있었다.
박쥐에서 그는 우정과 사랑을 동시에 잃고 만다.
해리의 불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언제나 범인은 늘 해리를 스쳐 지나갔고, 해리가 깨닫게 되기까지의 시간 동안 해리가 아끼는 사람들이 항상 피해를 입었다.
그것이 해리가 "짐"과 헤어질 수 없는 이유다.
해리의 태동인 박쥐는 앞으로 해리의 험난한 길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런 상처를 가지고 어떻게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해리는 "짐"과의 오랜 사투에서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어째서 노르웨이가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해리의 시작을 알렸을까?
그건 이미 해리가 수많은 고통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울 수 없는 죄.
그래서 그 많은 동료들의 외면을 감내해야 하는 거였다.
진정 그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은 그를 빨리 조직 내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조직을 위해서, 조직의 안위를 위해서 해리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잘 못을 시인하지도 못했다.
그것이 해리를 서서히 좀먹어 가고 그로 인해 해리는 아끼는 사람들을 잃는 운명을 만들어 놓고야 말았다.
그것이 해리의 잘 못이던, 조직의 잘 못이던.
직접 짐을 지고 가야 하는 건 해리뿐이다.

리디머 발간에 맞춰 다시 해리 홀레를 정주행 중이다.

처음에 읽었을 땐 모르고 지나갔던 사실들이 가슴에 파고든다.
해리는 처음부터 괴로웠고, 처음부터 고독했고, 처음부터 불운했다.
그건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든 애버리 진도 마찬가지였다.
어쩜 박쥐 곳곳에 인용된 애버리 진의 이야기는 해리와 일맥상통하는 바이기도 하다.
요 네스 뵈는 어쩌면 첫 작품에서 이다지도 멋진 플롯을 짜냈을까?
그의 섬세함과 자유로움과 음악적 감성이 해리에게 고스란히 전수된 거 같다.

박쥐는 죽음의 표식이다.
애버리진에겐.
해리의 첫 이야기가 박쥐라니...
이것도 운명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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