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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생일
 

생일 생각

나만의 생일/혼자만의 생일은 없다/내가 태어난 날 아버지는 처음으로/나의 아버지가 되었고 어머니 또한/그날 처음 내 어머니가 되었다/

생일은 자기만의 날이 아니다/동생에게는 형과 누이가 생긴 날이고/형제자매에게 새 형제자매가 생긴 날이다/큰집 작은집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그러니 생일은 혼자만의 날이 아니다/

친구에게는 친구가 태어난 날이고/선배에게는 후배가 태어난 날이며/선생님에게는 학생이 이웃에게는 이웃이/단골집에는 단골이 태어난 날이다/그러니 누군가의 생일은/다른 누군가에게도 생일이다/

그뿐만 아니다 인형에게/개와 고양이에게 어린 주인이 생긴 날이다/공원과 산책로에 천천히 걷는 행인이/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 앉아주는 노인이/책에게는 눈 밝은 독자가 생긴 날이고/깊은 밤 라디오 볼륨을 낮추는 애청자가/누군가에게는 자기를 죽도로 사랑하는 연인이/누군가를 잃고 못내 애달파하는 누군가에게는/함께 촛불을 켜줄 사람이 하나 더 생긴 날이다/

그뿐이랴/ 바람결을 따라 나부끼는 머리카락/노을과 함께 어둑신해지는 마음의 서쪽/밤하늘 별들을 서로 이어주는 그윽한 눈동자/조심스레 땅의 정수리를 밟아주는 두 발/늦은 밤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두 귀/다른 손을 어루만져주는 손이 생겨난 날이다/누군가에게 그의 거울이 되어주기도 하는/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단 하나의 얼굴이 생겨난 날이다/

어디 그뿐이랴/ 누군가의 생일이 있어/우리 생일이 생겨난 것이다/우리들 이전의 수많은 생일과 생일/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생일들이/단 한번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그러니 누군가의 생일은/언제 어디서나 다른 누군가의 생일이다/다른 그 누군가의 생일도 마찬가지다/모든 생일은 생일들이다/

 

혼자의 넓이

이문재 저
창비 | 2021년 05월

 

시와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포스팅을 시작한 것이 2010년 ..부터였다. 어느 순간 100편을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리고 시간은 2017년에서 오랫동안 멈춰있었다. 그동안 시와 그림을 함께 보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마지막 한..편을 어떤 것으로 장식해야 하나 격한(?) 고민아닌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이문재님의 '생일'을 읽는 순간, 샤갈의 그림이 떠오른 건,생일에 담긴 히스토리를 몰랐을 때는 그냥 행복한 연인정도로 보였던 그림이 새롭게 보였기 때문이다... 나를 축하해 주는 이의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그린 샤갈의 마음과 시인의 마음이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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