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선,兒孩(아해)시리즈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중략(...)
전철을 타고 가는 사이
내 어릴 적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어떤 얼굴이었을까? 뭘 하며 놀았을까?
나를 어른으로 만든 건 시간이 아니라 망각이다.
아직 이 세상에 한 번도 오지 않은 미래처럼
나는 내 어린 시절을 상상해야 한다.
지금의 내 얼굴과 행동과 습관을 보고
내 어린 모습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저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노인들의
어릴 적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하듯이
기억은 끝내 내 어린 시절을 보여주지 못한다.
지독한 망각은 내게 이렇게 귀띔해준다.
너는 태어났을 때 부터 이 얼굴이었을 거라고.
중략(...)
8살 이전의 내 모습은 기억에 없다.당연히 추억도 가족들이 말해주는 것이 전부라 오롯이 나만의 것이 아니다.그래서였을까? 오랜만에 꺼내 읽은 시집에서 비슷한 생각을 만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화가이상선의 그림이 따라왔다.신기한 점은 몇해 전 '얼굴을 부탁해전'을 통해 그림을 보았을 때는 새초롬한 표정이 마냥 귀엽다 생각했었는데 그림을 다시 보고 있으려니..내 무의식속에 어린 모습 이미지가 화가의 그림과 닮아 있었어 나도 모르게 끌렸던 건 아닌가 싶어 당혹스러웠다.
김기택 시인의 '망각'이란 말이 다시금 고맙게 느껴졌다.^^